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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공연 개발한 '범용·스위처블 CAR-NK' 연구결과는

입력 2019-09-04 10:12 수정 2019-09-04 17:02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김태돈 박사, NK세포 특화 CAR 유전자 도입한 '코티닌 CAR-NK' 연구결과 공개.."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향상된 종양살상능력 확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차세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로 주목받는 NK세포(자연살해세포)에 특화된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접목한 CAR-NK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김태돈 박사는 3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2019 오송 바이오 엑셀런스 & 심포지엄’에서 자체 개발한 CAR-NK 유전자치료제 원천기술과 그 효능을 확인한 데이터에 대해 발표했다.

김 박사는 “암은 아직까지도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 중 하나로 면역치료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1년 면역관문억제 기전의 항체 치료제가 등장했고 2017년에는 2개의 CAR-T 치료제가 연달아 탄생한 가운데 차세대 항암면역치료법으로 NK세포치료제와 항암 바이러스, 암백신 등이 기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NK세포에 주목했다. NK세포는 생체 내 면역염증반응 조절에 매우 중요한 선천면역세포로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킨다. 김 박사는 “NK세포는 꼭 자가유래세포가 아니고 동종유래세포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있어서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NK세포로 분화, 활성화시켜 항암치료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김 박사는 “NK세포를 증식 배양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많이 해결된 상태다. 실제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 NK세포를 적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 임상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나 고형암에서는 효과가 미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CAR-NK다. CAR-T처럼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발현하도록 유전자를 도입한 NK세포를 생산해 기존에 없던 활성을 불러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김 박사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은 NK세포에 특화된 CAR를 디자인하고 해당 유전자를 NK세포에 도입해 CAR-NK 세포치료제를 발굴했다. 이들은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특정 항원을 인지하도록 하는 CAR를 적용했다. NK세포가 코티닌(cotinine)을 항원으로 인지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유전자를 적용한 것이다. 코티닌은 니코틴의 대사산물로 원래 인체 내에 존재하지 않는 무해한 물질이다.

김 박사는 “코티닌에 암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에 대한 항체 등을 결합하고, 이를 코티닌 수용체를 발현하는 CAR-NK와 함께 적용하면 NK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사멸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법은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한 동시에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부작용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김태돈 박사는 실제로 코티닌 CAR-NK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세포 및 동물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세포실험에서 유방암 세포주 AU565와 폐암 세포주 A549에 각각 HER2, EGFR 항체-코티닌 접합체와 CAR-NK를 적용하자 세포사멸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사이토카인 분비 역시 증가하는 결과를 관찰했다. 또한 단일세포 관찰 결과에서도 원형의 NK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보다 더 높은 살상능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폐암세포를 이식한 이종이식 마우스에게 화학항암제 탁솔(Taxol), CAR-NK, CAR-NK+EGFR 항체접합체를 각각 적용하고 종양 크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탁솔 적용군의 경우 70일 이후에도 종양이 관찰됐지만 CAR-NK와 EGFR 항체 접합체를 적용한 군의 경우 7일 이후부터 종양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CAR-NK 외에 NK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향상시키고 유전자 발현 강화, 세포 독성을 증진시키는 3차원 배양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 박사는 “면역세포들은 2차원 배양시 플레이트에 붙어서 자라면서 형태가 변형되고 제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양 효율 등을 높이기 위해 3차원 배양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히알루론산과 말산을 적정 비율로 혼합한 하이드로겔 매트릭스를 세포 배양에 적용함으로써 NK세포의 3차원 배양에 성공했다. 이렇게 3차원 배양을 통해 얻은 NK세포는 기존의 2차원 배양에 비해 세포독성(cytotoxicity)이 20배가량 높고 배양 과정에서 죽는 세포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관찰됐다. 그는 “3차원 배양된 NK세포를 이종이식 동물모델에게 적용한 결과, 2차원 배양 NK세포에 비해 뛰어난 종양살상능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태돈 박사는 “현재 동물모델에서 효능을 확인한 CAR-NK 치료후보물질 외에도 렌티바이러스 사용의 위험성을 해결하기 위해 원형 NK세포에 CAR mRNA를 발현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3차원 배양시스템을 통해 암세포 공격 능력이 뛰어난 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