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노벨 생리의학상, 新기전 ‘산소농도에 따른 세포 반응’ 연구

입력 2019-10-08 15:32 수정 2019-10-08 15:32

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산소 농도에 따라 세포 반응 조절하는 ‘HIF’, ‘VHL’ 등 규명한 윌리엄 캐얼린, 피터 랫클리프, 그렉 세멘자 교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빈혈·암 치료에 새로운 전략으로 활용 전망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윌리엄 캐얼린(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및 다나파버 암 연구소 재직), 피터 랫클리프(영국 옥스퍼드 교수 및 런던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 재직), 그렉 세멘자(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하버드 의대 윌리엄 캐얼린(William G. Kaelin, Jr) 교수, 영국 옥스퍼드 피터 랫클리프(Peter J. Ratcliffe)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그렉 세멘자(Gregg L. Semenza) 교수가 선정됐다. 이들은 '산소 농도에 따른 세포의 반응’을 연구한 공을 인정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캐얼린, 랫클리프, 세멘자 교수를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체내 산소 농도가 세포 대사 및 생리학적 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기초를 확립했다”며, “이들이 밝힌 연구는 빈혈, 암 및 다른 질환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에 대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적혈구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신생 혈관의 성장을 돕는 등 세포가 체내 낮은 수준의 산소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렉 세멘자 교수는 적혈구 생성인자(Erythropoietin, EPO) 유전자를 연구하며, 산소 농도 변화에 따른 EPO 유전자의 조절을 관찰했다. 세멘자 교수는 이 과정에서 EPO 유전자 근처에 위치한 특정 DNA 단편 'HRE'가 저산소(Hypoxia) 환경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히고, 이러한 DNA 단편을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 ‘HIF(Hypoxia-inducible factor)’를 발견했다.

피터 랫클리프 교수 역시 산소 의존적인 EPO 유전자의 조절을 연구했다. 세멘자 교수와 랫클리프 교수 연구팀은 산소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EPO를 생성하는 신장세포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두 교수가 산소 농도에 따른 EPO 유전자의 변화를 연구하는 동안, 윌리엄 캐얼린 교수는 유전성 VHL 돌연변이를 가진 가족에게 특정 암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유전질환 ‘VHL 병(von Hippel-Lindau's disease)’에 집중했다. 그 결과, VHL 유전자가 암 발병을 예방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얼린 교수는 기능적인 VHL 유전자를 적게 발현하는 암세포에서는 저산소 조절 유전자(hypoxia-regulated gene)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발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VHL 유전자를 암세포로 다시 도입하자 저산소 조절 유전자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러한 결과로 캐얼린 교수는 VHL이 저산소 환경에 대한 반응 조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알렸다.

VHL은 단백질을 유비퀴틴으로 표지하는 복합체의 일부라는 사실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랫클리프 교수 연구팀은 VHL이 HIF-1α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정상 수준으로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단백질 분해효소 '프로테아좀(Proteasome)'에 의한 HIF-1α의 분해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VHL와 HIF-1α가 연관됐음을 알리는 결정적인 연구 결과다.

(Nobelprize.org)

이들은 2016년 미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스커상(The Albert Lasker Basic Medical Research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이들에게는 상금 총 900만크로나(약 10억8500만원)가 수여되며,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들의 연구분야로 승인된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 단계에 있다.

'HIF', 'VHL'을 타깃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는 아비나스(Arvinas), 누릭스 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카이메라 테라퓨틱스(Kymera Therapeutics), 세딜라 테라퓨틱스(Cedilla Therapeutics) 등이 있다.

HIF-2α를 타깃해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펠로톤 테라퓨틱스(Peloton Therapeutics)는 지난 5월 미국 머크(MSD)에 약 10억5000만달러에 인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