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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의 신약연구史]A형·C형 바이러스의 발견

입력 2019-11-20 09:35 수정 2019-11-20 09:35

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바이러스와의 전쟁⑪]A형에 이어, 예상치 못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과 백신 개발의 난관

1960년대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알려진 바이러스가 간염(hepatitis)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간염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곧 DNA 바이러스인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는 바이러스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연재에서는 A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자.

A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

이전 연재에서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로 통칭되는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왜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라고 통칭되게 되었까? 이것은 아직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을 시점부터 간염을 연구하던 연자들은 전염성이 있는 간염에 두 가지의 타입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경구적인 경로, 즉 주사기나 수혈을 통하여 전파되는 간염은 B형 간염(hepatitis B)이라고 불렀고, 그렇지 않고 배설물 등에 의해서 전파되는 간염은 A형 간염(hepatitis A)라고 구분했기 때문이다[1].

1960년대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관련없던 연구를 계기로 발견된 이후, B형 간염 바이러스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던 A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A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은 그리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국립 알러지 및 전염병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의 로버트 퍼셀(Robert H Purcell, 1935-)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1973년 몇 년간의 노력 끝에 A형 간염 환자의 분변 샘플에서 A형 바이러스 환자의 항원에 반응하는 샘플을 발견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분변에서 바이러스 입자를 발견하였고 이 바이러스는 A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A virus, HAV)로 명명되었다[2].

그러나 바이러스 연구를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환자 이외에서 동물 혹은 세포 배양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1979년 원숭이의 간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3], 이를 이용하여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DNA 바이러스였던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A형 간염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였고, 외피와 내피로 구성되어 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역시 달리 외피는 존재하지 않고 단백질로만 되어 있는 바이러스였다[4].

세포 배양을 통하여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힘들어서 재조합 단백질 생산을 통하여 백신 제조가 시도되었던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세포 배양을 통하여 바이러스를 용이하게 얻을 수 있었으므로, 세포 배양을 통하여 얻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여 얻은 소크 방식의 폴리오 바이러스 백신과 마찬가지로 세포 배양을 통하여 얻은 바이러스를 포르말린으로 불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제조되었다. 1992년 포르말린으로 불활성화하여 제조된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임상 시험 결과가 보고되었고, 백신은 약 95% 정도의 높은 예방 효율을 보이며 백신 예방 접종은 최소한 15년에서 평생에 이르는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다[5-6].

이렇게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이어 A형 간염 바이러스도 발견된 이후 매우 효과가 높은 백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새로운 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

B형 간염 바이러스와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수혈에 의해서 발생하는 간염은 이 두 종류의 바이러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75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던 22명의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이들은 모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원이나 항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7]. 이것은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Non-A, non-B) 제 3의 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였다. 1978년 이 환자들의 혈청을 침팬지에 주사해 보자 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발견되었다[8]. 따라서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제 3의 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바이러스를 발견할 것인가?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최초의 시도는 기존의 B형 및 A형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과 유사하게 바이러스 입자를 찾아 전자 현미경적으로 관찰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체를 찾고자 하는 최초의 10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9].

1980년대에 들어서자 연구자들은 그동안 발전한 분자생물학적인 연구 방법론을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찾아보려고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클로닝할 것인가? 여러가지 정황을 통하여 이 바이러스가 A형 간염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게놈을 가진 바이러스라는 것은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정제하여 RNA를 얻는 것이 아닌 숙주 세포에 숙주 세포의 RNA와 섞여서 존재하는 유전 정보 중에서 어떻게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차세대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이 보편화되어 세포가 가진 모든 트랜스크립톰(Transcriptime)에 대해서 염기 서열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21세기의 연구자들은 쉽게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대량의 염기서열을 한꺼번에 결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기에 라이브러리를 제작하여 어떻게든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클론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떤 클론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 와중에 일본 니혼 대학의 연구팀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에서 채취한 B세포에 엡스타인-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항체를 생산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암세포주를 만들었고, 여기서 바이러스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주를 찾았다[10]. 신종 간염 바이러스를 탐색하던 연구를 주도하던 생명공학 기업 카이론(Chiron)의 연구자들은 박테리아에서 세포주에 숙주와 바이러스 유래의 cDNA 로 구성된 라이브러리에 형질전환을 시키고, 여기서 만들어진 단백질들을 바이러스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단일 항원 항체를 통하여 검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하여 얻은 클론은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유전자가 아닌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숙주 세포 유래의 단백질로 판명되었다.

이들은 이러한 전략이 실패한 이후 새로운 전략을 이용하였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항체를 이용하여 박테리아에서 발현되는 재조합 단백질을 스크리닝하여 클론을 찾았다. 물론 환자의 혈액에는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항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많은 위양성(false-positive) 클론이 나올 것이다. 이들은 클론의 염기 서열을 결정한 후, 해당 클론이 이미 알려진 인간 유전자가 아니고, 약 9kb 정도의 예상되는 바이러스 염기 서열인지 등의 여부를 참조하여 수많은 클론의 염기서열을 결정하고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겨져 있는 클론을 찾으려고 했다. 마침내 약 10kb 정도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클론을 찾아냈다. 이들은 1989년 사이언스에 이 새로운 간염 바이러스 발견에 대한 보고를 하였으며[11,12], 이 바이러스는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로 명명되었다.

HCV의 특성과 백신 개발의 어려움

HCV의 지놈이 발견된 이후 HCV 감염을 검출할 수 있는 검출법이 신속하게 개발되었으며, HCV가 어느 정도 분포되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현재 미국 내에 만성적인 HCV 감염자는 350만명 정도 존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보다 훨씬 빈도가 적은 급성 HCV는 2016년에 4만1,200건이 보고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HCV 감염자는 약 71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HCV는 주로 혈액의 직접 접촉에 의해서 전파되므로 주된 전파 경로는 주사기 재활용 및 수혈 등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HCV 감염자의 60-70% 이상이 1945-1965년 출생한 소위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인데, 2016년의 연구에 따르면 그 주된 이유는 1960년대까지 지속된 주사기 재활용 등과 같은 비위생적인 의학적 관행 때문으로 추산되고 있다[13]

HCV는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RNA-dependnet RNA polymerase)에 의해 복재되는 단일 가닥 양성 RNA 바이러스(single-strand positive sense RNA virus)며, 발견된 HCV의 지놈에는 9050염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코딩 영역이 존재하고, 하나의 폴리펩타이드로 번역된 HCV 단백질은 지놈 안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약 10개의 단백질로 프로세싱된다.

HCV의 경우 복제시에 돌연변이율이 높은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인 관계로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으며, 2019년 현재까지 아직 상용화된 백신은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병원체의 발견후 그리 오래지 않아 백신이 개발되어 효과적인 예방을 하게 된 B형 및 A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백신이 아닌 다른 치료수단에 의존해야만 했다.

유효한 백신이 없고, 불완전한 치료제만 존재하였던 HCV에 대한 치료 수단은 2010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치료제에 의해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다음 회에서는 HCV 감염을 완치가능한 질병으로 변모시킨 치료제들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알아보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 의 연재를 종료하도록 한다.

▲그림. 좌) A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자인 미국의 바이러스학자 R.H. 퍼셀 (R.H. Purcell, 1935-) 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자인 M. 호우톤 (Houghton M). 우) HAV와 HCV의 지놈 구조. 둘 다 RNA 바이러스이며, 하나의 단백질로 번역된 다음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분해되어 구조 빛 비구조 단백질을 형성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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