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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 공개는 '친고죄', 대통령은 고소를 할까?
입력 2016-12-22 09:50 수정 2016-12-22 09:54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이대 입시부정 비리로 시작된 일명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는 물론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가결이 이뤄졌다. 성난 민심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국회 청문회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입시부정, 재단 설립, 인사 청탁은 물론 가십으로 여길 수 있는 대통령의 피부미용시술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따라 다양한 증인들이 청문회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사항임에도, 프로포폴을 투약하였다는 의혹, 임상적으로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없는 미용시술의 시행은 물론 현행법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차움의원의 고가회원권까지, 보건의료 관련 법령에 대해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상당하다.
그 가운데 흥미있게 지켜본 것이 하나 있다.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의원들까지 대통령과 관련된 의사 또는 간호장교에게 투약 또는 시술과 관련하여 질문하면 “진료에 관한 것은 개인정보이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는 대답이 일률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사항임과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정보에 해당하여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답이 이에 이르면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추궁을 할 수 없게 된다.
의사 또는 간호장교가 대통령의 진료내용 또는 최순실, 장시호 등에 대한 진료내용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가운데 의료정보는 민감한 정보(sensitive data)에 해당한다. 이는 정보 침해 시 개인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의료정보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의료법의 규정들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우선한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즉 의료법 제19조제1항에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동법 제88조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의료법 제21조 제2항에서도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같은 정도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율하고 있다. 즉 의사가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진료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두 죄가 모두 ‘친고죄’라는 것이다. 이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기관이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의사 또는 간호장교가 대통령 또는 최순실 등의 진료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들 고소권자가 의사 또는 간호장교를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특수한 조건의 범죄인 것이다.
국민의 여론, 현재의 정국 및 재판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과연 이들이 고소를 할까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다.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법 이전의 직업윤리다. 하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고, 탄핵결정이라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면 달리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