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정밀의료 시대, 질병 특이적 신약개발 전략 필요"

입력 2017-06-29 17:17 수정 2017-06-29 17:17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백순명 연세대 교수, '2017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강연

▲백순명 연세대 교수

▲백순명 연세대 교수

폐암, 유방암 등 각각의 암 특성에 맞춘 신약개발 전략이 공개됐다. 암 종의 발견시기와 재발 가능성, 치료에 따른 사회적 가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이 정밀의료 시대의 맞춤형 신약 개발의 성공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백순명 연세대 교수는 2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의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의 현재와 미래’ 세션에서 맞춤 로드맵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의료에 관해 강연했다.

백 교수는 1960년대 만성백혈병 환자에게서 발생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킨 것이 정밀의료의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전자 분석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을 거듭하며 정밀의료를 위해 백 여개 이상의 변이 유전자를 추적하는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험 진행이 쉽지 않다. 모집한 환자 가운데 말기 암 환자에게는 효과를 나타냈지만, 초기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각 암 종의 발견시기 등을 적용해 접근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유방암은 초기 발견이 많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효과를 보이는 약제 개발이 필요하고 대장암과 같은 경우엔 말기 발견이 많기 때문에 초기 환자에게는 효과가 떨어져도 말기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이는게 사회적인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질병 특이적인 '신약 개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설명. 그는 폐암과 유방암, 대장암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폐암의 접근 로드맵을 살펴보면, 활성화한 타깃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하고, 혹여 내성이 발생한 이후에는 이차 선택지의 약물을 적용하는 치료 접근법이 있다. 하지만 NGS분석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된 타깃을 찾지 못한 경우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백 교수는 "매우 높은 개인 정밀의료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환자가 가진 신생 암항원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백신을 제작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백 교수는 돌연변이가 적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적은 환자들에게 맞춤형 백신을 만들어 적용하기 위해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밸리데이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상 모델을 선택하는 데에도 환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검 조직을 동물에게 이식하는 PDX 모델의 경우에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이럴 때에는 2개월 이내에 진행이 가능한 조건부 리프로그래밍 세포배양(CRC)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공개한 유방암 로드맵에서는 초기 환자의 항암제 치료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됐다. 초기에 발견한 뒤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재발 위험성을 미리 분석, 예측함으로써 화학적 항암치료를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예후 예측 진단 프로그램은 2004년부터 상용화 됐고, 이미 70만명 가량이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대장암에 관한 로드맵을 선보였다. 대장암에 적용 가능한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많은 연구진들이 환자 코호트에서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위험군 환자를 구별한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됐고, 세계적으로 합의된 4가지의 아형(subtype)이 선정됐다.

백 교수는 "아형에 따라 환자의 예후와 치료효과 등을 판별한 결과, 세포 주기가 낮은 CSM4 유전자타입 환자의 예후가 가장 나쁘고, 항암제에 대한 저항이 강해 치료효과가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며 암 발견시기와 상관 없이 CMS4 환자의 예후가 가장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CMS4 유전자를 발현하는 세포의 종류,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 CMS4는 암세포가 아니라 종양 관련 섬유조직에서 발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하며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의 조직에서 기질(Stromal)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나타날 경우, CMS4 대상자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순명 교수는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 접근은 좀 더효율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좀 더 정확한 임상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연구에게 연구비 지원 등의 우선권을 제공하고 협력 연구를 활발히 하는 등 정부와 산업계, 학계의 공통적인 도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