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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낮은 반응률' 극복 가능성 제시

입력 2017-10-09 07:26 수정 2017-10-09 07:26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美서 '장내미생물-ICT반응률' 연구결과 발표.."특정 유익균.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 최적화에 필요"

장내미생물이 면역관문억제 항암치료(Immune checkpoint inhibitor therapy, ICT)에 대한 반응성에 밀접한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2의 게놈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항암 분야에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텍사스의 해롤드 사이먼 종합 암센터(Harold C. Simmons comprehensive Cancer center)의 연구진은 이필리무맙(ipilimumab), 니볼루맙(nivolumab), 펨브로리주맙(pembrolizumab) 등을 처방받은 전이성 흑색종 환자의 면역항암제 반응률과 개인 장내미생물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전향적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이번 달 발간된 국제학술지 'Neoplasia'에 게재했다.

흑색종은 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한 이후 치료율이 놀랄 만큼 높아졌으나 아직까지도 50%가량의 환자들은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심각한 자가면역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숙주(host)의 면역반응에 위장관 미생물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여러 마우스 실험 결과들을 통해 장내미생물이 ICT 반응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사이먼 종합 암센터 연구팀은 이러한 실험결과들을 바탕으로 ICT를 시작하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이들은 39명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ICT 적용 이전과 치료 적용 후 대변 샘플을 채취하고 metagenomic shotgun sequencing(MSS)방법을 이용해 군집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또한 노스캐롤리나 기반의 메타볼룬(Metabolon)과 공동연구 협력을 통해 대사체 분석(Metabolomics profiling) 결과를 얻었다.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낮은 반응률' 극복 가능성 제시

▲ICT 반응군과 비반응군의 장내미생물 MSS 분석결과 (출처: Metagenomic Shotgun Sequencing and Unbiased Metabolomic Profiling Identify Specific Human Gut Microbiota and Metabolites Associated with Immune Checkpoint Therapy Efficacy in Melanoma Patients)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치료제 타입과 관계없이 ICT에 반응한 환자 그룹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모두 장내 미생물인 'Bacteroides caccae'가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좀 더 세분화한 환자군에서의 결과를 보면 이필리무맙과 니볼루맙의 병용투여에서 효과를 나타낸 환자들에게서 특히 Faecalibactorium prausnitzii와 Bacteroides thetaiotamicro, Heoldemania filiformis가 많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펨브로리주맙 치료에 반응한 환자들은 Dorea formicogenerans 미생물의 유전자가 다량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장내미생물의 특정 군집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반응군과 비반응 질병 진행군 사이의 미생물 군집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에 항생제 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사용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한달 간의 치료 이후에도 일반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다른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SS 유전자 분석과 함께 수행한 대사체 분석 결과, ICT 반응군 환자들은 비반응군과 비교했을 때 83개의 대사체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망고와 캐슈넛 껍질에 많이 존재하는 아나카르드산(Anacardic acid) 수치가 ICT 반응군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나카르드산은 향균력을 증가시키고 호중구와 대식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종양 전이와 관련된 T세포 활동을 강화하고 면역관문억제 항암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앤드류 고(Andrew Koh) 박사는 "우리의 연구는 특정한 유익균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최적화하는데 필요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였다. 몇 개의 유익균을 증가시킴으로써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고 암세포를 공격하고 사멸하는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추가적인 전임상 시험과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 ICT 반응률을 강화하는 미생물 종에 대한 검증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항암제 반응간 연결고리에 착안해 면역항암보조제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벤처인 지놈앤컴퍼니는 체내의 유익균들이 면역체계의 활성물질 생성을 촉진하고 면역세포와 상호작응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면역항암제와 병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보조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지놈앤컴퍼니는 환자에게 투여하기 적합한 균주 파악을 위해 암 환자와 정상인의 마이크로바이옴 시료를 수집하고 항암제 반응그룹과 비반응 그룹의 주요인을 분석, 각 그룹간 균주의 유전체적 특징과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