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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규제 관련산업에 대한 투자사례
입력 2018-02-22 13:04 수정 2018-02-22 15:37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약개발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투자판단 기준은 '대상 시장의 크기와 성장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조건을 만족할 때 기업의 경쟁력, 경영진 및 주주 구성 등의 사항을 분석하게 된다. 오늘은 많은 기업들 중에서 규제와 보조금이 주요한 성장동력인 산업에 대한 투자사례를 통해 규제와 보조금 관련 산업에 대한 주요한 투자 고려사항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산업은 환경 위해요소에 대한 규제계획 수립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요한 고려사항은 규제에 의한 신규시장 규모, 경쟁기술, 기술적인 난이도와 진입장벽, 규제의 강도 및 규제 여론 등이 될 수 있다. 먼저 밸러스트수 처리장치(BWMS 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의 투자사례를 통해 주요한 고려사항과 시장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대형선의 경우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충분한 복원력과 적당한 홀수가 필요하다. 대형선은 만재상태에서 이같은 안전 조건을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공선상태에는 홀수가 얕아지고 복원력이 부족하여, 항해가 가능한 상태로 하기 위해 물을 밸러스트 탱크에 넣어 조정하며 이를 밸러스트수라고 한다. 연간 항구에서 항구로 이동하는 밸러스트수는 약 100억톤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밸러스트수에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각종 동.식물 플랑크톤, 갑각류, 물고기 등이 서식하고 있어 화물 적재와 함께 방류하는 밸러스트수가 연근해에 외래종의 유입을 초래해 큰 생물학적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밸러스트수를 통한 외래종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방류하는 밸러스트수 내의 생물을 사멸시켜 방류하는 새로운 규제방안을 도입하게 되었다. BWMS의 대표적인 성능기준은 동물성 플랑크톤 등 50um 이상 크기의 개체는 톤당 10개체 미만, 미생물 등 50um 이하 개체는 1ml당 10개체 미만으로 적용되었다. BWMS의 IMO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당 200톤 이상의 처리용량으로 육상 및 해상에서 6개월이상 시험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해상시험을 수행하기 전에 활성물질 승인이라는 절차를 통해 처리기술의 유해물질 생성 여부를 사전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위의 기준은 운영측면에서는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형유조선인 VLCC(Very large crude carriers)의 경우 밸러스트수 용량이 10만톤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체 밸러스트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BWMS가 필요한 선박수는 약 10만척에 달하며, 연간 시장이 5조원 이상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여 기술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충분한 투자수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 투자검토 회사의 경우 당시 경쟁사는 전세계에 10여개 미만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경쟁기술인 자외선 조사, 화학물질 처리 등에 비해 제조 및 설치 비용이 저렴한 전기분해 방식을 보유하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2004년 IMO에서는 밸러스트수 통제를 위한 협약을 제정하여 각국의 비준 절차에 들어갔으며 계획에 따르면 2009년부터는 각국의 비준여부에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2006년 투자한 BWMS 제조사는 투자금을 활용하여 IMO 인증 절차를 완료하고 생산공장 인수, 기기 검수를 위한 바지선 구입, 생산인력 충원 등의 시장진출 준비를 2007년에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매출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매출이 막 발생하려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로 촉발된 세계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BWMS는 선박제조에 필요한 많은 부품 가운데 단일 부품으로는 동력장치를 제외하면 제일 비싼 부품으로, 각국의 선주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IMO에 규제 시기의 연기를 요청하였다. IMO는 세계 선주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제기구로 결국 밸러스트수 통제 협약의 비준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강제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BWMS 매출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회사는 현금흐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경영권을 매각하게 되었다. 물론 투자자는 손실을 본 것은 아니지만 투자 당시 예상 수익률 대비 매우 낮은 투자수익을 실현하였다.
위의 예로 든 BWMS 시장과 같이 시장의 규제가 없는 환경산업은 대부분 회사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익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경영자는 환경관련 규제는 비용이라고 생각하여 최대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환경산업은 경제가 성장할 때는 성장성에 큰 문제가 없으나 침체기에 진입하면 기업의 비용절감 노력에 밀려 투자가 줄어들게 되며 관련 기업의 매출 실적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위 사례의 경우 환경 산업은 규제의 강도와 시기에 따라 산업화 및 성장 정도가 매우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 산업은 규제가 유일한 성장 동력인가? 고농도 폐수 처리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사례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폐수내의 유기물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생물학적 폐수처리(Biological wastewater treatment)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폐수, 축산폐수, 분뇨, 하수슬러지의 경우 유기물 농도가 너무 높아 매립 및 소각을 통해 처리할 수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많게는 년간 900만톤에 이르는 대부분의 고농도 폐수를 가장 처리비용이 적은 해양투기를 통해 처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9년 폐기물 해양투기를 관리하는 런던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해양투기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필자는 고농도 폐수처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면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고농도 폐수의 생물학적 처리는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분해하는 혐기소화(anaerobic condition)를 사용하게 되나 혐기소화는 낮은 유기물 분해속도로 인해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분해하는 호기(aerobic condition)처리 방식에 비해 동일한 양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며 이에 따라 폐수처리 기업의 경우 운영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혐기소화 방식을 이용한 고농도 유기 폐수의 처리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운영경비를 충당할 수 없는 사업으로 환경규제에 의해서만 성장하는 사업이었다. 결국 관련 기업도 2007년 투자 이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환경관련 기업투자가 감소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이 기업은 현재 환경사업이 아닌 재생 에너지 생산기업으로 사업의 목적을 변경하여 성장하고 있다. 환경보호 측면만 존재하는 밸러스트수 처리사업과는 달리 에너지 생산 및 판매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농도 유기 폐수의 혐기소화는 유기물 분해에 따라 다량의 메탄가스가 발생하며 메탄가스는 난방, 발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농도 유기폐수 처리는 사업목적이 폐수처리가 아니라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사업이 될 수 있으며 부산물로 폐수가 처리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의료용 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하여 의료용 세탁소를 운영함으로써 세탁소 운영에 필요한 운영비를 절감하는 사업을 들 수 있다.
환경산업은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오염물질의 측정, 사전.사후처리에 투입되는 모든 제품, 설비, 서비스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검토에서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산업적인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환경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업으로 정책에 따른 사업성의 변화가 매우 커질 수 있으므로 환경적인 측면의 사업성 분석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투자 결정이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다음에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농업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을 공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