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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P-알부민 융합단백질, 장기 섬유화 치료제로 개발"
입력 2018-03-16 09:05 수정 2018-03-16 09:05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현재 장기이식 외에는 간, 신장, 폐 등 장기가 굳어버리는 섬유화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 간, 신장의 섬유화는 조직 내 성상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우리는 ‘RBP-알부민 융합단백질’이 성상세포 안에 선택적으로 들어가 성상세포의 활성을 억제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섬유화 동물모델에서도 섬유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RBP-알부민 융합단백질이 섬유질환의 좋은 치료제 후보물질이 될 수 있다.”
오준서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15일 쉐라톤서울 팔래스강남에서 열린 '제1회 연구중심병원-제약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플라자' 행사에서 섬유질환(fibrotic diseases) 치료제의 새로운 후보물질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연구중심병원협의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으로 제약사와 연구중심병원이 신약개발 기초물질 발굴부터 실제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위해 마련됐다.
섬유화는 인체의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생성·분해에 대한 균형이 깨지면서 조직에 세포외기질이 과다하게 침착되면서 발생한다. 간에서는 만성 염증에 의해 간경화가 일어난다. 신장은 고혈압, 당뇨 등으로 섬유화가 유발되며 심부전을 일으킨다. 폐에 섬유화가 일어나면 2~3일내 사망까지 초래하며, 심지어 침샘(salivary gland)에도 섬유화가 발생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기이식이 외에는 섬유화를 치료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은 섬유화를 일으키는 주범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오 교수는 “섬유화를 일으키는 세포외기질을 생성, 발현시키는 것이 바로 ‘근섬유세포(myofibroblast)’이다. 근섬유세포는 다양한 세포에서 분화가 가능한테, 간과 췌장에서는 조직 내 존재하는 ‘성상세포(stellate cells)’가 활성화되면 근섬유세포로 분화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성상세포는 비타민A의 저장소 역할을 하지만 활성화되면 근섬유세포로 전환하면서 조직의 섬유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간 선상세포는 간세포와 혈관을 이루는 내피세포 사이에 위치하는데, 성상세포가 활성화될 때 콜라겐 같은 유전자가 500개 이상 발현하기 때문이다. 섬유화 치료를 위해 성상세포를 타깃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성상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흔히 간세포에서 발현되는 알부민이 성상세포에서도 발현되는데, 놀라운 것은 성상세포가 활성화되면 알부민 발현이 감소했다. 이미 활성화된 성상세포에 알부민을 과발현시키니 세포가 역전화했고, 반대로 활성화 이전 상태의 성상세포에 알부민 발현인자를 넣어주니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처리를 해줘도 성상세포의 분화가 억제됐다”고 말했다. 알부민이 성상세포에서 근섬유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섬유화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혈액에 다량 존재하는 알부민은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부민을 성상세포 안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까? 소수성 물질인 비타민A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몸 안에 들어오면 RBP(Retinol binding protein) 단백질에 결합하면서 다니다가 성상세포 세포막에 있는 RBP 수용체를 통해 세포 내로 유입된다. 실제 쥐에 RBP를 주입하면 특히 간 성상세포로 모인다는 오래전 연구보고도 있다. RBP를 성상세포의 표적 마커로 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실에 착안해 오 교수 연구팀은 ‘RBP-알부민 융합 재조합 단백질’을 만들었다. 그는 “융합단백질을 주입하니 알부민이 RBP에 의해 성상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들어가 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억제시켰다. in vitro 실험에서 RBP-알부민 융합단백질이 성상세포 내로 들어가 분화과정을 억제하고, 다양한 섬유화 동물모델에서도 섬유화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CCl4-유도 간 섬유화 모델, UUO-유도 신장 섬유화 모델 등에서 약 40%의 섬유화 개선효과를 보였다. 또한 주입한 융합단백질이 조직 내 성상세포로 유입하는 것도 관찰됐다.
현재 오 교수 연구팀은 RBP-알부민 융합단백질 최적화를 통한 후보물질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송신약개발지원센터와 협력해 RBP-알부민 융합단백질 서열의 인간화(humanization) 및 최적화 과정을 수행하고, 융합단백질의 in vivo/in vitro 약효 평가 및 물리화학적 특성, 독성, 약동력학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성상세포 활성화 기전 및 융합단백질의 작용기전 규명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성상세포가 활성화되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성상세포가 활성화될 때 사라지는 기름방울에 주목하고 있다. 기름방울이 가수분해와 산화되면서 레티노산(retinoic acid)이 생성되는데, 레티노산이 성상세포의 핵 내에서 작용해 세포 활성화에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전연구와 후보물질 최적화 연구를 통해 장기이식 외에 치료방법이 없는 섬유화를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