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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선 이사장이 말하는 '바이오 공익펀드의 필요성'
입력 2018-04-11 07:09 수정 2018-04-11 07:10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박구선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임 이사장을 만나자마자 먼저 눈에 띈 것은 그의 명함이었다. 직접 디자인했다는 명함에는 잎이 풍성한 나무 한그루가 그를 감싸는 금색 실선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무는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국내 바이오의료산업 생태계가 풍성해지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렇다면 금색 실선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들은 스타디움을 만들고 대외 역량을 키웠다. 이제 제 역할은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일"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이어 거침없이 국내 바이오의료산업의 가능성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비전에 대해 쏟아냈다. 그가 '행동형 이사장'으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박 이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을 거쳐 지난 2년간 재단에서 전략기획본부장 및 미래발전추진단장을 지내다 최근 3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박 이사장은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의료산업은 대한민국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분야라고 확신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발전하다 IT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IT와 같이 자본없이도 사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또다른 분야가 바이오의료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T 버블이 IT산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현재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20년간 투자한 바이오의료산업 인력들이 성과를 낼 시점도 다다랐다. 그는 "과거에는 경영학과 출신이, 최근에는 공대 출신 기술자들이 리더 자리에 오르고 있다"면서 "단언컨대 10년 뒤에는 바이오의료분야가 CEO, CTO에 올라 국내 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미칼 기반의 의약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공략할 틈새시장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의료산업이 후발주자라는 점은 명백하다. 수백년 동안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 잡는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박 이사장은 "가장 취약한 점은 바이오의료산업의 특징을 반영한 나올때까지 견뎌줄 펀드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업화하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을 버텨줄 자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연간 약 1조 2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정부 바이오 R&D 예산은 하나의 글로벌 빅파마 예산에도 못 미친다. 그는 전기요금에서 일부를 징수하는 원자력 기금을 예로 들었다. "원자력기금을 조성해 원자력 R&D 산업에 집중 투자한 덕에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면서 "바이오의료산업 역시 공익적 펀드가 결성돼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5가지 목표를 소개했다. 신라말 학자 최치원이 다섯그루의 소나무를 심은데서 유래된 오송(五松)의 지명에서 착안했다.
그는 먼저 "재단내의 자원을 최적의 조합으로 만들어내 기업 중심의 일괄묶음형 혁신 지원체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재단내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바이오의약생산센터, 전략기획본부 등 5개팀을 하나로 묶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입주 첫날 입주 기업 방문부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단은 센터별 기획경영부장 협의회를 구성해 의사소통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재단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청주시와 협력을 통해 지역내 기업들이 바이오의료산업으로 업종 전환하는 것을 돕고 지원할 계획이다. 오송이 국내 대표 바이오의료산업 인프라, 클러스터로 성장하는 것이 세번째 목표다. 박 이사장은 "바이오의료산업은 국내 시장으로는 안되며 글로벌로 나아갸 한다"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노력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재단의 연구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궁극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재단 자립화는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오송 단지 주위로 혁신 바이오기업들이 들어와 재단이 투자하고 협력해 성장하는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혁신과 재원조달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진정한 재단의 자립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