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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린, '복스조고' 연골무형성증 '첫' 유럽승인
입력 2021-08-31 10:45 수정 2021-08-31 10:50
바이오스펙테이터 차대근 기자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의 ‘복스조고(Voxzogo, vosoritide)’가 연골무형성증(achondroplasia) 치료제로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올해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긍정적 권고를 받은 지 2달만에 나온 승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스조고의 승인 검토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마린에게 긍정적인 소식이다.
바이오마린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로부터 연골무형성증을 가진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2세이상 소아 환자에게 복스조고의 유럽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오마린은 복스조고가 유럽에서 연골무형성증 소아 대상 최초로 승인된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연골무형성증은 뼈 성장의 음성조절자(negative regulator)인 FGFR3(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3)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다. FGFR3의 과활성으로 연골이 뼈로 전환되는 것이 저해되면서 팔과 다리의 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왜소증의 원인이 된다. 발병시 호흡 곤란, 요추의 측만 등이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수 상부를 눌러 뇌척수액이 고이는 수두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바이오마린은 연골무형성증이 있는 소아의 80%가 정상 이상의 키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며, 전세계에서 2만5000명 중 1명이 연골무형성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양쪽 유전자 모두 돌연변이를 가진 아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후 몇개월내에 사망하며, FGFR3 돌연변이가 하나뿐인 환자에게서도 장기적 장애와 심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수명이 단축된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오마린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 약 1만1000명이 연골무형성증에 영향을 받으며, 이 인구의 3분의1이 이번 유럽 승인으로 복스조고를 판매할 수 있는 나라에 있다고 설명했다.
복스조고는 FGFR3 신호전달을 직접적으로 낮춰 뼈의 형성을 촉진하는 변형된 CNP(C-type natriuretic peptide)다. 연골무형성증 환자에서 과활성된 FGFR3는 RAS, RAF, MEK 등의 신호전달 중간과정을 거쳐 연골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저해한다. 반대로 CNP는 연골에서 Npr2를 활성화해 신호전달 물질인 cGMP를 증가시키고, 증가한 cGMP는 PKG를 활성화해 연골세포 증식을 저해하는 신호전달 과정 중간에 있는 RAF의 활성을 억제한다. 따라서 CNP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뼈의 성장을 자극하게 된다. 바이오마린은 복스조고가 CNP의 약리 활성을 연장하기 위해 기존 CNP보다 더 긴 반감기를 갖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National Agency for Medicines and Health Products Safety, ANSM)은 이번 허가 전 복스조고를 ATU 코호트(Autorisation Temporaire d'Utilisation de cohort, ATU cohort)로 지정했다. ATU 코호트란 대체 옵션이 없는 희귀 질환에 대해 이익/위험성(benefit risk)이 긍적적인 치료제 후보물질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다. 이때 프랑스에서 판매된 복스조고의 가격은 바이알당 712유로, 예상 연간 비용은 2만6000유로(약 30만달러)였다. 바이오마린은 복스조고가 독일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자퀴스 비에나이메(Jean-Jacques Bienaimé) 바이오마린 회장 겸 대표는 “복스조고는 10년 이상의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진행중인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연골무형성증에서 가장 폭넓게 연구된 치료 옵션이다”라며 “우리는 골격 이형증 치료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EU에서 연골무형성증을 위한 최초의 치료제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승인에 앞서 지난 6월 24일, CHMP는 복스조고에 대한 긍정적인 권고를 내놓았다. CHMP의 권고는 복스조고의 임상3상 결과에 기반했다(NCT03197766). 임상에는 5세에서 18세 사이 연골무형성증 환자 121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15㎍/kg 용량으로 1일 1회 복스조고(n=60) 또는 위약(n=61)을 피하투여받았다. 치료 1년뒤 복스조고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키는 위약군보다 평균 1.57cm 더 성장했다(p<0.0001, 95% CI:1.22–1.93cm). 자세한 임상 결과는 지난해 8월 란셋(Lancet)에 게재됐다.
현재 바이오마린은 FDA로부터 복스조고의 신약허가신청(NDA)을 검토받고 있으며,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허가 결정 시한은 오는 11월 20일로 예정돼있다.
한편, 어센디스파마(Ascendis Pharma)도 CNP를 활용한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후보 물질로 ‘트랜스콘CNP(TransCon CNP)’를 개발중이다. 트랜스콘CNP는 현재 주 1회 피하투여로 임상2상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