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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뒤흔든 '레카네맙' 성공, 무엇이 달랐나?
입력 2022-09-29 17:51 수정 2022-09-30 09:33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오랜 비관론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던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가 마침내 알츠하이머병(AD)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놨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미국 FDA로부터 세계 최초의 AD 치료제로 허가받은 ‘아두헬름(Aduhelm, aducanumab)’의 상업화 부진 속에서,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같은 계열의 아밀로이드베타(Aβ) 항체로 가속승인과 임상3상을 추진하는 것은 무모해 보일 정도였다. 20년동안의 실패에 이은, 또하나의 실패 사례를 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역력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밀로이드베타 항체가 AD 임상3상에서 성공한 것. 지난 27일(현지시간)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1800명을 대상으로 하는 확증(confirmatory) 임상3상에서 아밀로이드베타 항체 ‘레카네맙(lecanemab, BAN2401)’이 환자의 인지저하를 27% 늦춘 결과를 냈다. 1차 종결점인 CDR-SB 지표에서 수치상으로 레카네맙과 위약군 간에 0.45 차이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이였다(p=0.00005).
이번 임상3상 결과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도 있다. 이전의 애매한(?) 성공을 주장한 아밀로이드베타 항체의 후기 임상결과와 달리, 모든 2차 종결점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일관된 효능 데이터를 확보했다(p< 0.01). 알츠하이이머병 신약의 확증 임상3상에서 처음으로 임상 성공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결과이다. 여전히 아밀로이드베타 약물 계열에서 계속해서 이슈화되고 있는 ARIA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일단은 경쟁력 있는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제 진정한 의미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레카네맙 임상 결과는 하룻새 바이오젠 시가총액에 무려 16조원을 더했으며, 에자이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최근 침체됐던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으로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판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약물 출시후 지난 1년 동안은 유럽시장 불발, 보험제한, 약가인하, 대규모 구조조정, 대표이사 사임 등으로 사실상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를 대변하듯 아두헬름 시판후 바이오젠의 주가는 반토막, 에자이 주가는 60% 하락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