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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피스 바이러스로 암세포 타깃, 어댑터 개발"
입력 2016-12-16 13:43 수정 2016-12-16 13:43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과 특정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는 어댑터 기술이 공개됐다. 항암바이러스는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전략적 제휴나 M&A 등을 통해 투자를 단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권희충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는 1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2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Bio-Pharma Tech Concert)’에서 ‘HSV/adaptor 이용 암세포 표적 유전자치료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새로운 항암바이러스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제약·바이오 분야 유망기술을 소개하고 기업과 연구자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최근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유전자 치료는 원하는 유전자의 일부를 세포 안에 넣고 원하는 형질을 스스로 발현시켜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원하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벡터(vector)로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권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항암유전자 치료제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라며 “가장 먼저 승인 받은 것은 허피스 바이러스를 이용한 임리직(제품명: 티벡)으로 2015년 FDA 승인을 받았다. 바이러스가 직접 암세포를 죽이고 주변세포도 감염해 공격하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권 연구팀은 임리직과 같은 허피스 바이러스 1형(HSV-1)을 유전자 조작해 ‘원하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어댑터(adaptor)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러스는 외피에 있는 감염친화성(tropism) 분자에 따라 특정 숙주에만 들어가 증식하는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세포에 가진 특정 분자를 인식하는 감염친화성 분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
HSV-1도 암세포에 감염될 때 Hve(Herpesvirus entry mediator)라는 수용체를 통해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HveA 혹은 HveC를 통해 세포에 특이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HveC는 우리 몸 세포의 99%에 발현하고 있어, 대부분 세포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HveA는 일부 림프조직에 발현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의 조직에는 발현하고 있지 않다.
권 연구팀에 이에 착안해 바이러스가 가진 HveA와 결합하면서 동시에 특정 암세포에만 발현하는 항원에 결합하는 항원결정기인 svFv를 가진 이중항체(어댑터)를 만든 것으로, 어댑터가 가진 항원인식부위에 따라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는 원리다.
권 박사는 “폐암 대장암에 많이 발현하고 있는 CEA을 표적하기 위해 CEA항체 중 scFv부분과 HveA에 결합시켜 이중결합 어댑터를 제작했다. 실제 동물세포에서 어댑터에 따라 특정 암세포에만 감염하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동물에서 바이러스를 4차례 주입한 결과 종양억제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생존기간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향후 전임상 단계에서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으로 타깃 적응증에 따라 최적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또한 어댑터 생산기술을 최적화해 이후 개발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박사는 “허피스 바이러스 연구를 2003년부터 시작했으며, 허피스 바이러스를 이용해 항암바이러스를 연구∙개발 하는 것은 우리 연구팀이 국내에서 유일하다”라며 “앞으로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는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