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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알츠하이머신약 임상 중단..아밀로이드 가설 종말?
입력 2017-02-16 10:48 수정 2017-02-16 11:02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아밀로이드 가설이 막바지에 와있음을 시사하는 걸까.
머크(Merck)가 2000명의 경증,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 임상2/3상 시험(EPOCH trial) 중단을 15일(현지시간) 공식 선언했다. 자료모니터링 위원회(data monitoring committee)의 중간분석 결과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아밀로이드 베타(beta amyloid, Aβ)를 겨냥한 항체, 릴리의 솔라네주맙이 경도치매 환자에서 임상3상에 실패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번 머크의 임상중단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머크의 임상중단 소식에 블룸버그는 "이제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답을 얻은거 같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가 발병되기 25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는 환자 뇌속에서 축적되기 시작하는데,아밀로이드 베타로 인해 알츠하이머가 발병되는 것인지 혹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 발병에 따라 생기는 결과물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 이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던 이유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원인물질로써 겨냥하던 시도들이 계속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에 실패한 베루베세스타트는 BACE1을 억제하는 저분자화합물로, 작용기전은 다음과 같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인 APP(Amyloid precursor protein)로부터 만들어진다. 원래는 신경세포 성장∙자가수선 기능을 한후 soluble 형태로 잘려지면서 문제가 안 되지만, BACE와 γ-secretase 의해 잘리게 되면 insoluble 특징을 가지게 돼 서로 응집하게 된다. 응집된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로 퍼지는 것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인지장애를 포함한 병리증상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BACE를 막아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을 막는것이 BACE 억제제의 원리다.
2002~2012년에 알츠하이머 신약 413개의 임상시험 중 FDA 허가를 받은 것은 '나멘다' 단 1건. 2003년 이후 나멘다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신약이 허가 받은 바가 없으며, 임상 실패율은 99.6%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밀로이드 베타를 겨냥한 치료제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사가 일라이 릴리와 바이오젠이다.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만으로 7개 파이프라인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솔라네주맙이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아밀로이드를 겨냥하는 항체와 BACE 억제제를 겨냥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겨냥하는 항체인 아두카누맙의 매우 우수한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3개의 파이프라인을 진행중이다.
한편,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는 신경세포 사이의 응집된 단백질 덩어리로 발병되기 25년 전부터 축적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신경 전달을 방해하고 독성을 나타내 과다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세포사멸을 일으키며, 뇌의 1차 면역체계인 혈뇌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손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