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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커 항암제의 등장..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입력 2017-12-19 09:41 수정 2017-12-19 09:4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2017년은 전세계 바이오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CAR-T라는 새로운 치료제의 허가, 바이오마커 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제 패러다임의 등장 등 의미있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약진했습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2017년 바이오산업 핵심이슈와 트렌드'를 정리해봤습니다.[편집자주]
바이오마커(생체지표)에 따라 의약품(항암제)을 선택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지금까지 의약품은 각 질환에 맞게 개발됐고 사용됐다. 항암제를 보게 되면 폐암, 위암, 간암 등 암 종(부위)에 따른 치료제들이 그것이다. 특정 암에서 효능이 있는 환자군을 세밀하게 나누는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찾는 노력들이 있어 왔지만 주는 아니었다.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이 올해 나왔다. 암의 종류에 상관없이 바이오마커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품(FDA)은 지난 5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특정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는 다른 고형암 환자에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는 환자로 한정했지만 암종이 아닌 바이오마커에 근거해 치료제 사용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트루다는 MSI-H(microsatelite instability-high) 또는 dMMR(mismatch repair deficient)로 불리는 바이오마커가 있는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MSI-H/dMMR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환자군은 대장암, 자궁내막암, 소화기암이고, 유방암, 전립선암, 방광암, 갑상샘암 등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약 5%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MSI-H/dMMR 종양에 해당한다. MSD는 5종의 임상을 통해 바이오마커 항암제로서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번 승인은 암종에 국한되지 않고 무슨 암이든 상관없이 종양 자체의 유전적 특성에 근거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유전적 특징에 근거해 치료 및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가진다.
뒤이어 FDA는 암 환자의 조직을 분석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은 암 패널 검사를 처음으로 승인해 바이오마커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의 'MSK-IMPACT',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의 FoundationOne CDx(F1CDx) 등이 허가를 받았다. 이 두 검사는 MSI를 탐지해 환자에게 바이오마커 항암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 microsatellite instability)을 진단하는 ‘U-TOP MSI Detection Kit'를 개발해 국내 허가에 이어 유럽품질인증(CE)까지 획득했다.
키트루다의 뒤를 이을 바이오마커 항암제 탄생도 멀지 않았다. 미국의 신약개발회사 록소 온콜로지는 트로포미오신 수용체(TRK, tropomyosin receptor kinase) 중합형(fusion)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사용가능한 범용 항암제(LOXO-101)를 개발하고 있다.
TRK 융합형은 다양한 암종에 매우 드물게 발현하는 타입으로, TRK 시그널링이 망가질 경우 무분별하게 종양이 성장한다. 정상조직에는 거의 발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록소의 LOXO-101은 TRK 변이형인 TRKA, TRKB, TRKC를 억제하는 pan-TRK 억제제에 속한다.
TRK 중합형변이를 가진 50명의 성인, 어린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LOXO-101의 약물반응률은 76%에 이르렀다. 불응성(refractory) 고형암 혹은 CNS 종양, 영아 섬유육종(IFS) 환자 24명을 대상으로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은 93%, 구체적으로 부분반응(Partial response)은 67%,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는 27%였다. 특히 17명은 TRK 융합형 환자였는데 종양감소효과가 월등했다. 록소는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에 TRK 중합형변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바이오마커는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높이는 보완재로서의 역할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할 경우 임상 1상에서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25.9%로 활용하지 않은 경우(8.4%)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키트루다와 록소 사례에서 보듯 바이오마커가 신약개발의 보완재 역할을 넘어 핵심 열쇠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바이오마커 산업의 비약적 성장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