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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티닙’ 개발, 고종성 대표의 신약개발 4가지 철학

입력 2018-11-09 16:06 수정 2018-11-12 09:40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인터뷰] "협업 통해 레이저티닙' 밸류 업그레이드..밸류 크리에이션(제노스코/오스코텍)→에디션(유한양행)→프로모션(얀센) 통해 신약 내놓을 것"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레이저티닙‘이 글로벌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좋은 폐암 신약으로 탄생해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기를 기원한다.”

고종성 제노스코(GENOSCO) 대표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에 대한 소감이다. 얀센이 최근 유한양행에서 최대 1조4000억원(계약금 560억원)에 사들인 레이저티닙은 제노스코와 바이오벤처 오스코텍과의 협업에서 탄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제노스코/오스코텍에서 레이저티닙(GNS-1480)을 기술도입해 비임상 및 국내 임상1/2상 개발을 진행해왔다. 유한양행은 기술수출 금액 및 로열티의 40%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배분해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성과는 국내 바이오벤처와 제약사의 상생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에서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미국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고 대표는 “부족한 부분을 서로 협업하면서 레이저티닙 가치가 업그레이드 됐다. 제노스코에서 ‘밸류 크리에이션(Value Creation)’을 만들어내고, 유한양행이 ‘밸류 에디션(Value Addition)’을 이뤄낸 결과”라며 “얀센은 ‘밸류 프로모션(Value Promotion)’을 통해 레이저티닙을 신약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종성 대표로부터 레이저티닙 연구시작 배경부터 유한양행을 거쳐, 얀센에 러브콜을 이끌어내기까지 기술이전 스토리와 그 안에 녹아있는 신약개발 철학을 들어봤다. 고 대표는 LG화학(전 LG생명과학)의 당뇨신약 ‘제미글로‘의 발굴과 초기개발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후, 그는 한국화학연구소 항암제 단장을 거쳐 2008년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제노스코에서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 후발주자의 시작, “전문가 조언 ‘언맷니즈’ 파악에 중요”

레이저티닙(YH25448, GNS-1480) 프로젝트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노스코는 아시아에서 발생비율이 높은 EGFR 변이 폐암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3세대 EGFR TKI 약물 개발경쟁은 시작된 상황.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 한미약품의 ‘올리타’, 클로비스 온콜로지의 ‘로실레티닙‘의 뒤를 이은 후발주자로 뛰어들기 위해선 ’한 수‘가 필요했다.

당시 고 대표는 폐암 분야 전문가인 조병철 연세세브란스 교수와 안명주 서울삼성병원 교수를 찾아갔다. 그는 “신약 프로젝트를 처음 수행할 때 임상 의사의 조언을 듣고 언맷니즈를 파악해 시작한 경우가 많다. 제미글로도 그랬고, 이 방법을 레이저티닙 연구에도 도입했다. 특히 바이오텍은 LG생명과학과 같은 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신약 가능성을 높이는 제대로된 시작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임상의로부터 파악한 언맷니즈는 혈뇌장벽(BBB)을 투과하는 폐암신약이 필요하다는 것. EGFR 변이로 발생한 폐암 환자는 증상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약 24%가 뇌로 전이된다. 병기가 점차 진행되면서 뇌전이는 50%까지 증가한다. 결국 뇌 전이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후발주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를 바탕으로 제노스코는 약물 프로파일 개발전략을 세웠다. 우선, EGFR 이중 돌연변이 (L858R/T790M와 ex19del/T790M)에 대한 강력한 효능 뿐만 아니라, EGFR 단일 돌연변이(ex19del, L858R)에도 강력한 효능을 가질 것. 1차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염두해 선정했다. 둘째, 높은 특이성. 독성을 낮추기 위해 EGFR WT은 건드리지 않고 변이형만 선택해 경쟁우위를 높였다. 실제 레이저티닙의 낮은 독성은 얀센에 기술이전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했다. 셋째, 1일1회 경구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약동력학(PK) 프로파일 및 좋은 생체흡수성을 가질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BBB 투과성이었다.

고 대표는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나 도중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목표 약물 프로파일이 나올 때 까지 계속했다. 임상1,2상까지 가서 실패하느니, 처음부터 좋은 물질로 시작해야 나중에 임상3상 성공률도 높이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

그는 이어 “난관에 부딪혔을 땐 학회에 참석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2013년 10월 참석했던 미국·유럽 공동 암학회(AACR-NCI-EORTC)에서는 당시 막혀있던 난제를 해결해 준 결정적인 레슨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2014년 초,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리드 컴파운드 3종(GNS-1480, GNS-1481, GNS-1486)을 도출했다. 좋은 컴파운드 도출을 조기에 가능하게 한 것은 제노스코와 오스코텍 연구 참여자들이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구첨복단지 신약개발지원센터의 김남두 박사 모델링팀과 협업했다. 또 제노스코가 보유한 정교하게 디자인된 고유 인산화효소(Kinase) 표적 스캐폴드로 이뤄진 화합물 라이브러리가 사용됐다.

◇ 난관봉착, ‘기초연구-바이오텍-제약사‘ 간 협업으로 해결

리드 컴파운드를 선정한 후, 난관에 다시 봉착했다. 흡수성 및 약동력학 등은 오스코텍과 협업했지만 가장 중요한 BBB 투과성을 확인하는 동물실험을 수행하기 힘들었다. 제노스코는 작은 규모의 바이오텍으로 핵심적인 실험만 내부에서 수행하고 대부분 외부에 맡기는 세미 버츄얼(semi-virtual) 형태다. 새로운 동물실험을 직접 셋팅하고 수행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다.

제노스코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외부와 협업이 시작됐다. 제노스코는 뇌전이 동물실험 역량을 보유한 이재철 아산병원 교수 연구팀과 만나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고 대표는 “이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 화합물(GNS-1481, GNS-1486)이 실제 동물모델에서 BBB를 투과하여 뇌에 있는 암세포에 약효를 가지는 것을 입증하고 개발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뇌전이 동물모델에서 BBB를 통과해 뇌에 있는 암세포에 강력한 효능을 보인 결과는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연구를 할 때 이재철 교수팀이 논문을 내는 조건으로 처음에 계약서도 쓰지않고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말 안되는 결정이지만 공동연구자와의 약속을 믿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논문 발표 전에,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했다. 2014년 10월, 신속히 특허출원에 성공했다”고 떠올렸다. 기초연구팀과 협업을 통해 제노스코는 Cancer Research, Blood 등 7편의 우수한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in vivo 효능 확인 후, 다음 과제는 임상시험이다. 제노스코는 소규모 바이오텍에서 직접 임상을 끌고가기엔 무리라고 판단, 국내 대형 제약사 5곳에 접촉했다. 2015년 5월 28일. 유한양행에서 레이저티닙 과제를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2달 후, 2015년 7월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기술이전을 하기로 했다. 협업모델은 레이저티닙으로 생기는 모든 이익에 대해 3사가 배분하는 조건으로 기술이전 협업이 시작됐다.

고 대표는 “우리는 레이저티닙(GNS-1480) 과제를 우선순위로 신속하게 이끌어 갈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유한양행은 과제도입 결정도 신속했고, 신약개발 역량도 우수했다. 특히 좋은 동물실험 시설을 바탕으로 한 동물약효 평가 역량과 자회사 유한화학의 우수한 API 공정기술 및 신속한 생산을 바탕으로 빠르게 비임상단계를 마치고 2016년 국내임상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기적으로 열린 3자 공동연구개발 회의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실험디자인 등 아이디어가 많이 도출됐으며, 상호신뢰를 구축하는데 좋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벤처의 기술력, 연구기관의 노하우, 제약사의 개발역량. 레이저티닙의 빅딜은 세 곳의 장점을 살린 협업을 통해 가치를 발전시켜 이뤄낸 결과다. 그는 “협업의 성공포인트는 ‘상호신뢰‘다. 유한양행이 기술을 도입할 때,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출판 조건도 인정했다. 논문발표로 화합물 구조가 노출될 위험도 감수했던 것"이라며 ”꾸준한 협업관계를 맺기 위해 상호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사이언스, 비즈니스 성공덕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 바이오벤처 신약개발 성공 철학 4가지는?

고종성 대표는 “작은 바이오벤처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신약개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레이저티닙은 이제 글로벌 신약으로 향하는 시발점을 마련했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 레이저티닙이 신약으로 탄생해 폐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 대표는 오랜 신약개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신약개발 성공 철학을 공유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원래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환자 치료에 성공하겠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은 역경에 부딪혔을 때 더욱 빛을 발휘 할 수 있다. 또, 제미글로, 레이저티닙 모두 개발과정에서 운이 좋았고, 전문가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에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강점으로 살려야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째, ‘협업‘을 성공철학 요소로 꼽았다. 그는 “처음 과제를 시작할 때 임상의 등 전문가와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와 조언을 구는 게 좋다. 환자를 직접 보고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언맷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목표설정을 제대로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약개발 단계에 따라 협업 파트너는 바뀔 수 있다. 후보물질도출 후 제노스코가 유한양행을 만나 비임상 및 임상개발을 수행한 것처럼. 그는 “임상시험은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하다. 얼마나 신속하게 개발하는지도 중요하다. 바이오텍이 계속 후보물질을 들고 있는 것보다 각 단계에서 개발역량을 갖춘 파트너를 만나 후보물질의 가치를 신속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수출 성과를 통해 유한양행과 제노스코의 협업 모델은 신약개발업계에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둘째, 딥 사이언스(Deep Science). 사이언스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 대표는 “신약개발은 사이언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적인 면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력은 1~2%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셋째,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유연한 문화가 필요하다. 개인의 실력이 100% 이상 발휘될 수 있도록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해 직원들 모두가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면서 최상을 고민하는 문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넷째,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는 창의성. 디지털 영상을 RGB 조합으로 무한한 색과 패턴을 창조해 내듯, 신약개발 환경도 다양한 구성원, 학문적 조합이 중요하다. 고 대표는 “한 분야 연구만 깊이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며 “다양한 연구분야와 학회에 참여해 생각과 협업, 구성원들간 공집합을 만들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바이오텍, 제약사가 신약개발의 메카 보스턴에 연구소를 많이 진출하는 것도 다양한 기회를 많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고 대표는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간절하면 결국엔 통한다’는 신념을 늘 다짐한다. 앞으로도 레이저티닙 연구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신약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환자를 꼭 치료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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