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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AC·DUB 등 'UPS 신약개발' 新접근법 '주목'

입력 2019-08-09 13:11 수정 2019-08-10 07:30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 활성 통해 병인 단백질 제거해 질병 치료 컨셉..국내선 부광약품, 유빅스테라퓨틱스 등 신약개발 나서

질병은 유발 유전자와 그 유전자에 의해서 발생하는 단백질에 의해 일어나기도 하지만,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던 단백질이 그 역할을 다하거나 손상을 입게 됐을 때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유발되기도 한다. 그동안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들은 세포 바깥쪽에 위치한 타깃들에 한정됐으며 그마저도 활성부 결합을 통해 일시적으로 제어하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때문에 질병의 원인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타깃 약물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약물이 개발되더라도 타깃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내성이 발생해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세포 안쪽에 존재하는 타깃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유전자 수준에서 표적을 조절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 기반의 ‘스핀라자’와 RNA 간섭(RNAi) 기반의 신약 ‘온파트로’가 연달아 탄생했으며,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인간을 대상으로 최초 임상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 System)’도 많은 연구자들로부터 주목받는 분야중 하나다. UPS는 세포 내 불필요한 소기관 등을 분해하기 위한 분해 조절 시스템 중 하나로 대다수의 세포 내 단백질 분해가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단백질 분해·정화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이란

복잡한 메커니즘과 신호체계를 통해 작동하는 우리 몸에서 주요 구성요소이자 최종 신호 전달 및 기능 인자로 활약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끊임없는 상호작용 등을 담당하는 체내 단백질은 매일 6%가량이 분해와 생성을 반복하고 있다.

체내에는 세포에서 필요없어지거나 손상된 소기관 등을 분해하기 위해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프로테아좀(Proteasome), 자가포식(Autophagy) 등 다층적인 단백질 항상성 조절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80% 가량은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된다고 알려졌다.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

프로테아좀을 통해 단백질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유비퀴틴(Ubiquitin)의 표지 과정(ubiquitination)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유비퀴틴은 E1, E2, E3 리가아제 효소의 작용에 의해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에 결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용하는 E1~E3 리가아제는 인체에 각각 2개, 40개, 6000여 종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E3는 분해 타깃을 인지하는데 가장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의 Lys부위에 결합한 유비퀴틴에 또 다른 유비퀴틴이 연결돼 유비퀴틴 사슬을 형성하게 되고 이 유비퀴틴 사슬을 인지하고 결합하는 도메인을 가진 프로테아좀이 표지된 단백질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프로테아좀 내부로 들어온 단백질은 분해효소에 의해 제거된다. 프로테아좀 내부로 타깃 단백질이 들어가기 전에 유비퀴틴 사슬은 탈유비퀴틴효소(Diubiquitylase)에 의해 기질에서 분리돼 다시 재활용된다. 탈유비퀴틴효소의 경우 100여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비퀴틴-프로테아좀에 의해 진행되는 이 일련의 분해과정을 ‘UPS(Ubiquitin-Proteasome System)’이라고 말한다. UPS와 염증, 종양,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뒤, 병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UPS를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PROTAC, 유비퀴틴 표지하는 효소 활성 통해 타깃 단백질 분해 유도↑

UPS를 활성화함으로써 표적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비퀴틴 표지 과정에 작용하는 리가아제 효소를 타깃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표지함으로써 분해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이 이 접근방법의 대표적인 예다.

PROTAC은 E3 리가아제와 결합하는 바인더와 링커, 타깃 단백질 리간드로 구성돼 있어 한 쪽은 E3 리가아제와 결합하고 다른 한 쪽은 타깃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분해를 유도하는 저해제 기술이다. PROTAC은 기존의 약물로 불가능했던 단백질을 타깃할 수 있으며 적은 양으로도 우수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베링거인겔하임, 암젠, 제넨텍, 노바티스 등이 PROTAC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공동연구 등을 통해 개발에 뛰어들었다.

PROTAC과 관련해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예일대학교의 Craig Crews 교수가 2013년 설립한 아비나스(Arvinas)로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경구용 PROTAC 약물 ‘ARV-110’에 대해 2019년 1분기 임상1상에 돌입했다. 또한 2분기에는 에스트로겐수용체 양성/HER2 음성의 진행성 전이성 유방암 적응증의 ‘ARV-471’ 임상 IND를 FDA로부터 승인받아 진행을 앞두고 있다. 아비나스는 GSK와 제넨텍, 머크(MSD)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비나스 외에도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 Jay Bradner 교수팀의 ‘디그로니마이드(Degronimid)’ 기술을 바탕으로 2016년 설립된 C4 therapeutics와 암젠과 릴리 벤처가 공동 투자한 KYMERA 등의 벤처기업이 PROTAC을 개발하고 있으며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가 각각 영국 던디대학교, 미국 버클리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ROTAC 기반의 국내 신약개발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문을 연 핀 테라퓨틱스는 정상세포에는 작용하지 않지만, 타깃 질환에서의 문제 단백질을 분해하는 새로운 컨셉의 PROTAC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핀 테라퓨틱스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존슨앤존슨(J&J)가 운영하는 인큐베이터 ‘JLAB’에 선정돼 입주하기도 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 역시 PROTAC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중 하나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PROTAC 기술을 통해 후성유전학 및 면역관문억제 단백질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휴온스는 한국화학연구원과 손잡고 PROTAC 기반 간질환 치료제를, 업테라는 PROTAC 플랫폼을 활용해 대사질환 및 혈액암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PROTAC 구성요소와 작용기전.

◇탈유비퀴틴효소(DUB) 억제 통해 질병 단백질 분해 조절

UPS를 활용하는 또 다른 접근방법은 탈유비퀴틴 과정에 작용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것이다. 탈유비퀴틴효소는 타깃 단백질를 표지하는 유비퀴틴 사슬을 떼어냄으로써 프로테아좀이 해당 단백질을 인식하고 분해하는 것을 막는다. 현재까지 100여종의 탈유비퀴틴효소가 알려졌다.

이렇게 탈유비퀴틴효소를 억제하는 접근법은 특히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질병을 유발하는 문제적 단백질이 축적돼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은 뇌의 신경세포의 말단에 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단백질에 변이 등이 발생해 부적절하게 축적이 되면 신경세포의 사멸이 발생하고 그 발생부위에 따라 파킨슨병, 루이소체병 등의 퇴행성 신경질환이 발생한다. 이처럼 원래 체내에 존재하면서 생성과 분해를 반복하는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것을 해결하는 데, 탈유비퀴틴효소 억제를 통한 접근법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자들이 알파-시누클레인 분해에 관여하는 탈유비퀴틴효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2016년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George K. Tofaris 교수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레인을 제거하고 루이소체(Lewy body)의 독성을 조절하는데 Usp8(Ubiquitin specific protease 8)이 관여한다고 발표했다. George 교수는 Usp8이 알파-시누클레인을 탈유비퀴틴화 시켜 리소좀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조절하는 것을 관찰했으며 Usp8 유전자를 제거한 초파리 동물모델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인한 독성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2018년, 조지타운대학교의 Charbel E-H Moussa 교수 연구팀은 뇌에 알파-시누클레인이 축적되는 요인 중 하나로 Usp13이 작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파킨슨병 환자의 사후에 수집한 뇌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Usp13의 발현이 정상인보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3.5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마우스 신경세포에서 Usp13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알파-시누클레인 축적 정도를 비교 관찰했는데 그 결과, Usp13이 억제된 신경세포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이 감소했다. 파킨슨병 마우스모델에서 Usp13 유전자를 제거하자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이 억제됐으며 동물의 운동능력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키는 결과도 확인됐다.

알파-시누클레인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의 새로운 병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타우 단백질 역시 탈유비퀴틴효소와의 관계가 규명되고 있다. 2017년 룩셈부르크 대학의 Enrico Glaab 교수와 그 연구진은 Usp9이 타우 단백질 분해 또는 축적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학 등의 연구진들만이 아니라 탈유비퀴틴효소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영국의 Mission therapeutics, 미국의 Corbin therapeutics, Forma therapeutics 등이 대표적이다.

Mission therapeutics는 Usp30을 타깃으로 파킨슨병과 퇴행성 신경질환, 미토콘드리아 질환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신경학회에서 MPTP로 파킨슨병을 유발한 동물모델에게 Usp30 타깃 억제제인 MTX090795를 적용하자 도파민 뉴런의 사멸을 플라시보 적용군 대비 40% 이상 개선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2018년, Mission therapeutics는 애브비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기 위한 탈유비퀴틴효소 저해제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애브비는 최대 4개의 타깃에 대한 탈유비퀴틴효소 저해제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된다.

Corbin therapeutics는 영국 던디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Usp15와 신경염증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 6월, Usp15 억제제에 대한 권리를 이전받아 확보한 상태다. Corbin therapeutics는 Usp15 억제제를 신경염증과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Forma therpeutics는 옥스포드대학과 신경퇴행을 조절하는 탈유비퀴틴효소 억제제 발굴 및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이를 기술이전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부광약품이 탈유비퀴틴효소 억제 기전의 치료제를 개발한다. 부광약품은 지난 7월 영국 던디대학의 신약개발유닛과 파킨슨병 신약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부광약품이 3년간 수백만파운드(수십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전임상 진입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계약이다.

던디대학 연구진은 옥스포드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Usp8이 알파 시누클레인 분해를 조절한다는 결과를 2016년 발표한 뒤 이를 타깃으로 하는 후보물질 발굴에 착수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발굴한 여러 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인체 적용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를 가진 물질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신약물질에 대한 전세계 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며 이를 파킨슨병 뿐 아니라 알파-시누클레인의 병리적 축적으로 인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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