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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테카바이오, 빅데이터로 '유전체분야 구글'의 꿈
입력 2016-07-29 07:16 수정 2016-08-01 08:3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은진 기자
영국계 대형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 200만 유전체 정보와 건강기록을 연계해 질병과 관련된 희귀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맞춤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유전체 시퀀싱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유전체 분석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최적화시켜 활용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작업이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린 휴먼게놈프로젝트가 2000년대 초반 마무리되고 30억달러에 달하던 개인유전체 분석비용이 2010년대 초반 100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유전체 분석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이 여러 기업들이 질병원인이 되는 변이를 측정해 맞춤형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이오 빅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핸들링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은 아직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BT (Bio Technology)뿐 아니라 IT (Information Technology) 역량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인 신테카바이오 (Syntekabio) 가 그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바이오 빅데이터 역량 집대성한 'PMAP' 개발
신테카바이오는 2009년 바이오 빅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분석하는 'RVR 엔진'을 기반으로 설립됐고 201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소기업으로 지정됐다. RVR 엔진(대규모 데이터 고집적 인덱스 기술)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특허를 획득한 유전체 분석 플랫폼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테카바이오는 2012년 복지부 산하 차세대맞춤의료 유전체사업단의 유전체 통합 연구 용역을 수행하면서 국가 유전체 통합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국내 5000명의 WES (Whole Exome Sequencing) 유전체 정보를 빅데이터화하는 연구로 결국 신테카바이오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통합하고 최적화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얻게 됐다. WES는 전체 유전자 중 유전적 정보가 유의미한 엑손 부위(엑솜)의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말한다.
정종선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정부 연구 용역을 수행하면서)한국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 빅데이터를 다루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라면서 "이후 지금까지 바이오 빅데이터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여기에 전세계 5000명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확보해 별도의 유전체 통합 데이터를 만들었다. 아빠와 엄마로부터 유래한 전체 유전체 중에서 한가닥의 유전체를 추출하는 하플로타이핑(haplotyping) 기술로 1차 가공 데이타를 생성하고 차세대시퀀싱(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해 30억 염기서열 중 일부를 데이터에 통합했다. 이를 위해 받은 데이터가 1000테라바이트에 이르고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 확보한 저장공간만 30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개인유전체맵 플랫폼(PMAP)다. PMAP은 슈퍼컴퓨팅 시스템으로 질병감수성을 찾아내 질병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신생아 유전질환 스크리닝 검사, 희귀질환 및 암 유전자 검사, 신약 및 줄기세포치료제 인실리코 분석 (In Silico Clinical Trial)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하다.
특히 인실리코 분석은 컴퓨터상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약물작용 및 부작용을 평가해 바이오 신약,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 연구기간 및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분석기법으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PMAP을 바탕으로 유전자 스크리닝 검사 기술은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보건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PMAP' 기반 신생아 유전자 검사시장 진출
신테카바이오는 이러한 독자적인 PMAP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 검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가장 먼저 타겟으로 한 것은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로 오는 9월 론칭할 계획이다. 희귀 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이유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한 검사로 미리 발견하여 예방 가능한 방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텐덤메스를 이용한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는 매우 높은 위양성율 (false positive, 희귀질환 양성으로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질환이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신테카바이오의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기반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는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 대표는 “희귀질환은 사전 진단이 어려워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해상도 높은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가 이뤄진다면 증상을 미리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는 질병 발현 후 약물 처방을 비롯한 치료 위주로 흘러가지만 숨겨진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알 수 있도록 진단이 가능하다면 미리 조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신생아의 제대혈이나 뒷꿈치 혈액 두방울만으로 산전검사로 놓치기 쉬웠던 숨은 희귀 질환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 신테카바이오는 30억개의 염기서열 분석으로 점돌연변이까지 진단할 수 있어 총 200종에 이르는 희귀질환 탐색이 가능하다. 점돌연변이는 유전자 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바뀌면서 생기는 돌연변이로서 단백질 생성에 영향을 미쳐 기능 변화가 일어난다.
회사 관계자는 "검증이 어려웠던 유전적 변이에 대해 수천명의 유전자 통합데이터를 서로 비교해 변이와 기능적 차이를 걸러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 유전병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테카바이오는 검사 이후에도 양성에 대한 기능검증, 단백질 기능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의료진을 통해 가족력에 대한 확인 작업 등을 진행해 동반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정 대표는 “유전체 진단의 가장 큰 숙제는 위양성율 반응이다. 알려진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 유전자 안에서의 변이도 많기 때문에 변이검증과 기능검증이 필요하다” 면서 “ 지속적으로 산학연 협업모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신테카바이오는 연내 암 질환 진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암은 약물치료를 하면서도 단백질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약물 내성으로 치료에 고전을 겪는다. 암질환 진단 서비스는 고해상도의 유전자 진단으로 내성 여부를 판단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지정해줄 수 있는 맞춤형 의학 서비스다.
정 대표는 “ 최고의 PMAP기반의 유전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전세계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의 표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유전체 분야의 구글'이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