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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법인 '이사회 구성권' 매매= 비정상적 거래
입력 2016-12-02 09:58 수정 2016-12-02 10:08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시작은 중앙대학교였다. 학교재단을 두산이라는 재벌이 인수한 것이다. 당시에는 재벌이 대학교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법률가로서는 비영리재단법인을 사고판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종적으로 이를 허가해 주었다. 이전까지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것이 합법화되는 길을 터준 것이다. 현실적으로 두산이 장악한 것은 학교법인의 이사회였다.
그럼에도 모든 언론에서는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비영리법인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를 인수합병으로 본 것이다. 그 후 중앙대학교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보라. 공익에 부합하게 운영되어야 할 학교법인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모든 것은 경영, 효율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운영된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한 것에 어떠한 이의도 없다. 그러나 공익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을 자본의 논리에 따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비영리법인에는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사회구성권’을 사고파는 형태의 비정상적인 거래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최근에 또 다른 형태의 비영리법인을 인수합병하는 거래가 있었다. 그것도 법원의 결정으로. ‘인가전 M&A'란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방식으로 보바스병원의 개설자인 늘푸른의료재단이라는 비영리법인이 주식회사 호텔롯데에 인수된 것이다.
한술 더 떠 호텔롯데는 인수합병이 결정되기 전에 회사의 정관을 바꿔 의료업을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선의로 비영리법인을 공익에 맞게 운영하는 사회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호텔롯데가 비영리법인을 사실상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비영리법인은 그 목적에 맞게 공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영리의료법인의 출발이라고 보는 일부의 시각도 잊음을 잊지말자.
방만한 경영을 한 재단측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인수자에 대한 판단도 하지 않고 이를 인정해 준 법원도 문제가 있다. 많은 의료재단 소속 병원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면 위 제도를 통해 '주식회사의 품으로 갈까'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