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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를 바라보는 '다른 생각'

입력 2016-11-30 09:32 수정 2016-12-02 10:06

바이오스펙테이터 이기형 기자

의료법상 의료법인 M&A는 불법, 법원 주도 M&A는 가능한 것인가? 의료법인의 '이사회 구성원'은 매각대상인가?...의료법인 우회적 M&A의 이정표될듯, 병원업계, 다시 M&A 허용 목소리

호텔롯데가 분당소재 재활.요양전문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을 인수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찌 주식회사가 의료법인을 인수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든 사람은 분명 의료인이거나 의료 관계자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영리 공익법인인 의료법인에 대한 인수합병(M&A)은 의료법상 불가능한 행위, 즉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조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던 격'으로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 것은 보바스병원의 매각을 진행한 주체가 바로 법원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생절차 개시후 인가전 M&A'라는 방식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늘푸른의료재단의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호텔롯데가 재단을 2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이 내용을 다시 뜯어보자. 그렇다면 법원은 의료법인의 무엇을 매각한 것인가? 호텔롯데는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회 구성권'을 인수했다. 주식회사로 치면 경영권, 즉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인수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의료법인의 '이사회 구성권', 즉 병원의 경영권은 매각대상 물건이 될 수 있다고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병원업계가 이번 보바스병원의 호텔롯데 인수를 조용하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로 병원 M&A의 물꼬가 터졌다고 보기 때문. 때마침 업계에서 적어도 경영상황이 나쁜 의료법인의 M&A는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권순용 늘푸른의료재단 관리인(왼쪽)과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본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순용 늘푸른의료재단 관리인(왼쪽)과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본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시계를 돌려 19대 국회로 돌아가보자. 이명수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2014년말 '의료법인 합병절차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여 의료법인의 합병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경우 파산시까지 가지 않고 그 전에 합병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취지의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으나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돼왔던 영리법인의 의료법인에 대한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같은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간 인수합병조차도 길을 열어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물론 경영상황이 불건전한 병원이 파산까지 가는데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는 취지에서의 합병이 필요한 측면이 없지않지만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17, 18대 국회에서도 의료법인에 대한 인수합병 안건이 상정됐으나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런데 법원은 어떻게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를 진행할 수 있고, 이는 타당한 것일까? 파산법 하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은 채무자의 회생여부와 채권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건은 의료법인의 특수성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규모 M&A 사례를 모델로 삼아 향후 병원에 대한 우회적인 M&A가 시도될 가능성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병원을 인수할 대상자를 먼저 선정한 후 병원의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키거나 경영상황을 어렵게 보이도록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회생절차를 진행해 법원으로 하여금 매각절차를 종결토록 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음성적으로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행위가 뒷돈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행해졌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알려진 얘기들이다.

더구나 이번 보바스병원의 매각은 그 진행과정에서 정황상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늘푸른의료법인이 회생절차 신청을 천천히 따라가보자. 재단은 2015년9월16일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수원지법은 다음달인 10월6일 개시결정을 했고, 딜로이트안진의 실사결과 청산가치 597억원, 존속가치 861억원으로 평가됐다. 재단을 파산시키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결과였다. 이후 올해 5월까지 진행된 제2, 3차 채권자집회에서 법원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회생절차가 폐지됐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회생절차 폐지의 이유였던 것이다. 채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채무조정안이었던 것. 늘푸른의료재단은 수원지법의 회생절차가 폐지되자 올해 6월9일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회생절차를 신청한다. 일반적으로 한 법원에서 폐지한 채무자의 회생절차를 다른 법원에서 받아주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달라진 것은 ‘인가전 M&A’를 통해 회생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사회 구성권'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이 돈으로 채권자들의 돈을 갚겠다는 것.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회생절차를 다시 개시하고 입찰을 통해 올해 10월19일 호텔롯데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11월4일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호텔롯데는 올해 5월12일 호텔사업부의 정관을 개정했는데, 목적사업에 노인주거ㆍ의료ㆍ여가ㆍ재가노인복지시설 및 운영사업, 의료사업 등 5가지 사업을 추가하게 된다. 미리 보바스병원의 인수를 염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또하나의 궁금증은 그럼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을 얼마에 인수하게 되었는가이다.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회 구성권'을 29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롯데측은 본계약 체결식에서 "그동안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며 "앞으로 보바스병원의 인프라를 통해 소외계층 및 취약층에 대한 의료봉사와 지원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즉, 사회봉사와 공익차원에서 보바스병원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롯데는 늘푸른의료재단에 600억원을 출연하고, 2300억원의 자금대여 총 29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대여금이란 돈을 재단에 빌려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늘푸른의료법인의 '이사회 구성권'의 가격은 출연금 600억원인 것인지, 아니면 대여금 2300억원까지를 포함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롯데측은 대여금(2300억원)으로 늘푸른의료재단의 부채(회생채무)를 갚는다지만 돈에 꼬리표가 없으니 출연금으로 갚는지, 대여금으로 갚는지도 불분명한게 사실이다.

의심쩍은 점, 두번째로 이번 보바스병원의 M&A를 계기로 경영이 불건전한 병원에 대해 파산 전에 M&A를 허용해주자는 의견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데, 보바스병원은 정말 경영이 어려운 병원이 맞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2015년말 보바스병원의 매출은 435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2013년 이후 매년 400억원 이상의 의료수익을 거두고 있는 경영상태가 우량한 병원이다. EBITDA가 20%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7년에는 매출 460억원에 영업이익 70억원, 2018년에는 470억원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늘푸른재단측은 예상하고 있다. 2015년말 현재 병원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이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이 진행한 매각과정에서 호텔롯데, 한국야쿠르트, 호반건설, 보성그룹, 양지병원, 부민병원 등 12곳이 인수경쟁에 나섰고, 본입찰에서도 호텔롯데, 한국야쿠르트, 인천사랑병원, 솔본 등 4곳이 참여하는등 뜨거운 인수전을 펼쳤다. 한국야쿠르트와 솔본 등은 1000억원 안팎을 제시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보바스기념병원은 경기도 분당에 소재한 재활요양전문병원으로 2006년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명칭사용을 인정받아 개원한 병원으로 부지면적 2만4300㎡, 연면적 3만4000㎡에 55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뇌신경재활센터, 퇴행성신경질환센터, 성인병센터 등 노인요양과 재활에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늘푸른의료재단은 용인 동백에 발달장애 뇌성마미 아동의 재활치료에 특화한 보바스어린이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결의한 늘푸른의료재단 이사회의 구성 및 결정에 대한 법적분쟁도 보바스병원의 매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보바스병원 설립자인 박성민 전 이사장은 자신은 늘푸른의료재단 이사 및 이사장직에서 사임한 적이 없다며, 현 이사장이 사문서를 위조해 임원에 대한 변경등기를 하였고, 이런 하자가 있는 절차에 의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의한 회생절차 신청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이사직 복귀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11월18일 박성민 전 이사장의 이사 사임등기에 대한 말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박 전 이사장은 늘푸른의료법인의 이사직을 회복하게 됐다. 박 전 이사장은 이와함께 지난 11월7일 수원지법에 늘푸른의료재단의 매각절차속행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이에 앞서 11월3일 늘푸른의료재단과 호텔롯데와의 무상출연 및 자금대여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렇게 많은 논란 속에서도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M&A 절차는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를 통해 손쉽게 병원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의료법인 M&A의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진행하는 의료법인 매각절차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않고 있는 것은 법원이 법을 제일 잘 알고 진행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일까? 당연히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법원의 고민이 한번 더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