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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의 ADC 공동연구계약,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7-01-12 07:29 수정 2017-01-12 09:4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다케다(Takeda)와의 ADC 플랫폼 기술 리서치 라이선스 계약체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알린 공동연구 계약이다. 다케다 자회사인 밀레니엄 파마슈티컬(Millenium Pharmaceuticals)과 레고켐바이오의 고유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ADC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는 내용이다. 마일스톤에 로열티까지 보장받는 기술이전 계약이 아닌 리서치(Research) 계약인데다 세부내용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주가 역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항암제 ‘올무티닙’의 권리가 반환된 이후부터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성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고켐바이오의 이번 계약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레고켐바이오는 지금까지 노르딕나노벡터 등 10여개 사와 ADC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으며 녹십자 및 중국 푸싱제약에 ADC 개발 후보를 기술이전했는데 이번 계약이 가지는 가치는 그 이상이다. 빅파마와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중인 글로벌 빅파마의 존재가 이번에 드러났다. 일본계 빅파마인 '다케다'다. 레고켐바이오가 지난해 차세대 ADC플랫폼 기술이전을 위한 빅파마와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 대상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화이자 사노피 등 미국,유럽계 제약사를 글로벌 빅파마로 인식하는 이들에게 다케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케다는 아시아 최대 제약사이자 전세계 제약사 매출 순위로도 15위권에 이르는 빅파마다. 2015년 매출도 165억불(약 20조)에 달한다. 국내 최선두권 제약사의 매출은 1조원 수준이다.
다케다는 지난 9일 'first-in-class' 표적항암제로 주목받는 브리가티닙과 혈액암치료제인 포나티닙을 보유한 아리아드를 6.5조원(52억 달러)에 인수하는 글로벌 딜을 성사시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ADC 분야에서의 다케다의 위상을 살펴보면 그 이상이다. 현재까지 ADC 분야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회사는 다케다(Adecetris)와 로슈(Kadcyla)뿐이다. 다케다는 시애틀 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함께 항암제 애드세트리스의 개발을 진행했으며 현재 북미(미국, 캐나다)를 제외한 글로벌 판매는 다케다가 진행하고 있다.
다케다는 다양한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세대 ADC 외에도 지난해 2세대 ADC 선두기업으로 분류되는 머사나(Mersana), 로슈의 캐사일라 ADC 기술을 개발한 이뮤노젠 (ImmunoGen)과도 공동개발 계약을 하는 등 다양한 차세대 ADC 기술에 대한 평가 경험 또한 보유하고 있다. 이런 다케다가 레고켐바이오의 ADC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케다는 ADC 분야에서 성공적인 개발 및 상업화 경험 그리고 차세대 기술을 모두 보유한 해당 분야에 있어 선두기업이자 이상적인 파트너사"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계약주체가 다케다의 자회사인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밀레니엄은 다케타의 항암 전문 100% 자회사로 머사나와의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ADC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이 아니라 공동연구였을까? 다케다가 아직까지 레고켐이 ADC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레고켐 사정에 밝은 한 바이오텍 대표는 "다케다가 레고켐바이오의 ADC를 평가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다른 후보물질들과 추가연구, 계약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담긴 결과라는 해석이다.
물론 추가 연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협상 조건이 맞지 않아 기술이전 본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 늘 존재하는 일이다. 하지만 기술이전이 핵심 비지니스모델인 레고켐바이오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케다와의 프로젝트는 성공해야 한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다케다와의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사업화 성과를 통해 ADC 시장에서 레고켐바이오의 포지션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레고켐 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다케다 외에도 미국, 유럽, 중국을 포함 10여개 회사와 ADC 관련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 협약을 논의 중에 있으며 이번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을 기점으로 연구개발 뿐 아니라 사업개발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