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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효능, 양날의 칼..독성시험, 약물가치 판단과정"
입력 2017-02-01 11:10 수정 2017-02-01 11:10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약물개발 단계에서 독성시험은 임상승인을 위한 과정 정도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독성과 효능은 양날의 칼이죠. 독성시험은 약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며, 얼마만큼 독성데이터가 축적됐느냐가 그 후보물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입니다.”
손우찬 아산병원 비임상개발 센터장은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를 만난 자리에서 아직까지 국내에선 신약개발의 비임상 단계에서 독성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말을 시작했다. GLP 독성데이터는 규제기관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격화된 기준일 뿐인데 그 기준만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성은 약물이 시판된 후에도 끝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후보물질 개발전략을 세우는 시작단계부터 큰 축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시장에 시판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더 나은 프로파일을 가진 약물’을 고르려는 노력이 수반되는 과학적 검증과정이다. 이때 각 단계에서 시험을 거쳐 후보물질 연구∙개발을 더 진행할지에 대해 'Go or No-go'를 결정하는 가치판단(value estimation)을 한다. 약물을 시험한 데이터가 긍정적인 경우도 있고 혹은 개발을 중단해야 되는 경고신호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실제 이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손 센터장은 “독성과 효능은 양날의 칼과 같다. 독성학은 약리학의 한 분야로 쉽게 생각하면 어떤 물질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면 약효이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독성(부작용)”이라며 “그렇기에 독성학은 통합된 정보(integrated information)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독성시험은 약물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신약개발 실패확률을 낮추는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이기도 하다. 손 센터장은 통합된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한 핵심은 “철저히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축적된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약물개발 과정에서 개발을 중단해야 되는 현상을 보고도 경험이 없어서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 자원이 낭비되고 경쟁력은 떨어진다”며 “약물독성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이는 노하우(Know-how)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독성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느냐가 신약개발의 성공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독성에 대한 내부 경험지식이 아주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세파계 항생제 개발할 때 꼭 피해야 하는 독성에 대한 축적된 정보가 있기 때문에 독성 어세이(assay)를 진행해 심각성을 파악한 후 다음단계로 진행할 것인가 혹은 보완할 점에 대해 명쾌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동시에 실패확률은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선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로 주로 임상1상 단계 전후에서 다양한 기술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엔 동아에스티가 ‘탐색단계의 후보물질’을 애브비에 총 5억2500만달러(6300억원) 규모로 수출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후보물질이 혁신신약으로서 가치만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면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손 센터장은 “독성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기술수출 허들이 다르다”며 신약 후보물질의 면밀한 독성분석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특정 약물이 가진 독성 프로파일은 시장의 경쟁약물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효능이 같아도 약물의 독성이 개선될 경우 시장경쟁에서 우월성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센터장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의 비임상 독성개발의 현주소에 대해 “독성을 판단하기 위한 인프라와 경험이 특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바이오텍은 물론이고 대형제약사도 독성개발팀이 약리팀에 비해 비중이 미미하고, 약물 효능에 초점을 두기에 초기단계부터 독성시험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비임상 독성개발은 대부분 CRO에 위탁해 GLP 시험결과를 얻는 정도다”며 “독성데이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얻은 독성 데이터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약물독성에 있어서 사람과 동물의 연관성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 예로 독성 데이터에서 쥐에 발현되는 간독성이 쥐가 가진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나타나기에 사람에선 전혀 발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에서 나올 수 있는 독성인가, 실제 위해성은 어느정도 될 것인가 등 독성경험을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국내 신약개발 환경의 경험, 인프라, 인식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당장 실현하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다. 이는 그가 지난해 11월 서울아산병원 비임상개발센터를 개소한 이유로, 최종적인 목표는 "국내에 글로벌수준 비임상 독성 오픈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손 센터장이 이 일을 하는데 적합한 이유로 두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의 독특한 경력이다. 손 센터장은 LG화학 독성팀에서 10년동안 근무한 뒤 영국 CRO업체인 Huntingdon Life Sciences(현 Envigo)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에 지금까지 7년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제약사의 약물개발부터 시작해 아카데미 시선에서 독성현상을 과학적으로 보는 다양한 경험이 있다”라며 “비임상개발은 물질특성에 맞게 개발전략을 수립하는 것부터 초기 임상까지 어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다음으론 중립적인 위치다. 거대한 독성데이터를 구축하려고 하더라도 신약개발은 상업적인 과정이기에 기업수준에서 데이터를 공개하는데 제약이 있다. 비임상개발센터는 기업비밀은 보호하면서, 가능한 선에서만 정보를 공유한다.
비임상개발센터는 우선적으로 독성에 대한 문의를 받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를 송부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손 센터장은 독성오픈데이터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한 핵심으로 실무자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효율적인 정보공유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독성 컨소시엄을 개최, 이미 150명을 등록했으며 다양한 교육도 예정돼 있다. 이외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정년퇴임한 각 분야의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커넥션도 구축했다. (자세한 정보: http://www.asancnd.com/)
비임상개발센터에서 중심이 되는 손 교수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연구팀은 가장 우선적으로 새로운 독성 어세이(assay)를 개발하는데, 그는 “이는 가장 수요가 많은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넓게 보면 CRO에 비임상시험을 위탁할 때 모델종, 투여용량 및 횟수를 정하는 등 약물특성에 맞는 프로토콜을 선택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 단계에서 확인한 독성 바이오마커는 초기 소규모 임상시험까지 반영될 수 있다.
특히 임상으로 이어지는 독성이슈는 대부분 의학 관련 지식으로 그는 “아산병원에 이런 비임상센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병원이 신약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외 독성분석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기술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데렉(derek)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인실리코(In silico)로 독성을 예측하고, 3D 오가노이드(organoid)로 독성실험을 진행한다.
손 센터장의 비임상개발센터의 최종 목표로 “영국의 써리 대학(University of Surrey)과 같은 비임상 전문인력을 교육하는 것이다. 산업개발을 위해 인력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인력들이 나가서 신약개발을 하고 다시 아카데미에 기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