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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A부터 Z까지' 우정BSC "감염·소독시장 개척"
입력 2017-01-31 07:28 수정 2017-01-31 14:55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삼성서울병원, 평택성모병원 등 바이러스에 오염된 병원시설의 멸균과 클린여부에 대한 검증은 누가 맡았을까? 같은 해 건국대학교 실험실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감염사태 이후 감염의 진원지인 실험실은 어떻게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이 같은 감염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있었다. 바로 우정비에스씨(우정BSC)로 신약개발에 사용하는 실험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다. 동물실험실을 구축하거나 동물사육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실험동물감염관리 시스템을 오랫동안 개발해온 덕분에 그 노하우를 이용해 병원 내의 감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던 천병년 우정BSC 대표는 1989년 조그만 승합차에 실험동물을 싣고 연구소를 찾아다니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모두가 만류했던 일이지만 28년간의 사업 경력은 한국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우정BSC는 최근 국내에 신약개발 연구가 활발해지고 바이오벤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회사는 일원으로 실험동물실의 시설과 장비를 공급하는 것에 더해서 자체적으로 최첨단 동물실험실을 구축하고 독성실험 등 위탁연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연말 한화엠지아이기업인수목적 회사와 합병하는 상장예비심사도 통과해 코스닥 상장(4월 예정)도 예정돼 있다.
천병년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높이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실험뿐 아니라 물질 개발, 감염, 바이오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면서 "우리 회사의 캐치프레이즈인 InnovAction(Innovation+Action)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물사육부터 실험실 구축까지' 노하우 확보
일반인에게 동물실험이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신약개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약개발과정에서 동물실험은 꼭 필요한 과정이며 초기 물질 개발 단계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천 대표는 “실험동물의 컨디션에 따라서 데이터도 천차만별로 발생한다. 동물을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절대 좋은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며 "동물 복지와 신약개발의 성공, 비용 절감을 위해서 꼭 최고의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질의 안전성과 독성,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동물들이 꾸준히 최고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동물 윤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3Rs도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3Rs는 상세한 계획 수립(Refinement), 최소한의 동물수량(Reduction), 대체실험 가능여부(Replacement)를 말하는데 최소한의 동물만을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고 컨디션의 동물을 통해 일정한 실험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우정BSC는 대학 혹은 다양한 연구소에 용도에 맞는 동물실험실의 설계와 건축, 장비공급, 시설 유지까지 담당한다. 기존 재래식 시설의 현대화 작업 도 제공한다. 회사 측은 “신약개발에 최적화된 설계와 시공으로 에너지 절감, 쾌적한 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신약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신규 동물실험실 설치 및 기존 시설의 업그레이드 역시 활발해지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매출 역시 지난해 129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2배가 넘는 279억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정BSC는 또한 자체 동물실험실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회사에서 개발중인 다양한 질환모델동물, 면역결핍마우스 등을 사육하고 있으며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위탁을 받은 전임상시험 데이터를 생산한다. 또한 외부의 연구자들에게 동물 사육과 관찰,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메르스 확산 차단' 감염관리 소독사업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지하에 위치한 우정BSC의 동물실험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동물실험실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우정BSC의 감염관리 사업의 핵심 기술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다양한 공급원, 집단사육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동물실험실의 감염은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위해 아주 중요한 관리요소다.
우정BSC는 신속한 진단과 예방, 교차감염방지를 통한 확산 방지, 완벽한 감염원 제거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감염관리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의 하드웨어 시스템과 내부 규칙, 전문적인 관리자 등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동시 구축하고 멸균과 검증서비스 사업을 15년 이상 진행했다.
천 대표는 “병원도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유입되고 잦은 이동인구 등 실험동물실과 공통점이 많다. 그런데 감염질환의 교차감염 및 확산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병원 내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실 등의 생물학적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으며 실험동물실 감염관리에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해 병원 내 감염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 사업을 개발했다.
소독 멸균의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작업 이후의 인체 안전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소독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이 호흡기나 눈 등에 미치는 영향을 독성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멸균 효과만 생각하고 흡입독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옥시 사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우정BSC의 환경멸균소독 시스템은 이미 효능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과산화수소증기를 이용한 멸균법을 사용하고 있다.
우정BSC는 관리 경험과 보유하고 있는 숙련된 인력과 장비를 이용해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을 완벽히 멸균하고 그 검증까지 진행했다. 건국대학교 실험실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감염문제도 성공리에 멸균과 검증을 마쳤다.
멸균소독서비스 뿐만 아니라 병원 내 교차감염 방지를 위한 공조시스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음압병실의 설치 대안으로 개별 공조가 가능한 병상 모듈 타입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확산을 차단할 인체에 무해한 천연물 유래 모기 유충 살충제도 개발해 현재 독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
◇ 초고속 약물 스크리닝과 3D 인공조직 등 대체연구기술 개발
높아지는 윤리적 요구수준에 맞춰 우정BSC는 대체연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천 대표는 “동물실험은 신약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계산하고 계획해서 수행해야한다. 불필요한 실험은 없애고 대체가능한 실험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도 연구자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심장, 신경, 간 등에서 발생하는 독성과 비만, 골 형성, 미백 등의 효능을 평가하는 스크리닝 기술 개발과 세포를 인체와 유사한 입체구조로 배양해 이용하는 3D 인공조직 개발이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의 중간단계로 간주되는 제브라피쉬 실험은 수정 3일 이내에 발생과정이 완료되고 사람과 비슷한 유전 특성을 가진 개체의 특성을 이용해 심장, 신경, 간에서의 독성반응 뿐만 아니라 발생과정에서의 독성 여부와 그 영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우정BSC는 이러한 제브라피쉬의 장점을 이용해서 대량의 시험물질을 초고속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FAST(Functional analysis for high-throughput screening)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수의 후보물질 가운데 낮은 독성과 높은 효능을 가진 가장 유력한 물질을 빠른 시간안에 선택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미 2014년 산학연공동기술개발연구사업 과제 수행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의 독성평가시험과 골형성평가, 약물효능평가 등을 위탁 수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위탁 연구에서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제브라피쉬 스크리닝기법을 이용해 뇌전증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 중인 또 다른 대체연구기술은 3D 인공조직이다. 이는 평면적 구조의 일반적인 세포 배양의 단점을 극복하고 인간의 조직과 유사한 배양환경을 구현해 환자의 맞춤 치료가 가능한 질환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나노섬유질을 기반으로 구현한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환경에 환자의 세포를 배양해 3D의 입체구조를 형성한다. 천 대표는 “평면상의 세포실험보다 약물의 침투 기능이나 체내에서의 효능을 측정하는데 효과적이며 3D 인공조직을 이용해서 난치병, 대사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정BSC는 올해 상반기 소재를 확정한 나노섬유질의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하반기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 유연성, 신속성 갖춘 ‘Industry-Friendly’한 인프라 형성
천 대표는 신약개발과정에서 조기 예측(Early predic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 전임상 과정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들을 예측하고 개발 진행의 여부를 결정해야만 시간과 재정적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때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에서 전문적 인력이 생산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전문가집단 양성은 기업에서만 육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천 대표의 신념을 바탕으로 우정BSC는 ‘배움을 통한 발전’을 기업문화로 삼아 직원들에게 해외 최고급 정보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우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해외 학술대회 참가를 독려,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사의 현장을 체험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집단 육성과 더불어 최첨단 실험동물 연구실을 포함하는 ‘우정 오픈이노베이션 바이오메디컬 리서치 플라자' 를 계획하고 있다. 동탄에 설립 예정이며 설계부터 바이오 연구에 최적화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바이오 컨스트럭쳐(Bio Constructure)’로 구상하고 있다.
천 대표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와 달리 우리 리서치 플라자는 산업 친화적인 세계 최초의 커머셜-바이오 인프라 빌딩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비용이 들어 제대로 된 실험 연구기반을 갖추지 못한 바이오기업과 제약회사 연구소의 입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오 연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우정BSC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천 대표의 지분율이 무려 75%에 이른다. 상장을 위해 외부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이 이 정도다. 외부 투자에 의지하지 않고 30여년간 우정BSC를 운영해 임직원 80여명, 매출 200억원(2016년 230억원)대의 회사로 키웠다. 천 대표는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재투자해 사업을 확장했다"면서 "한해도 성장하지 않는 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역시 40% 이상 성장한 매출 330억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천병년 대표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는“최고의 실험동물시설과 관리시스템, 전문가 인력을 갖춰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