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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CDMO 특별법, K-BIO 공급망 "글로벌 도약기반"
입력 2025-12-09 14:29 수정 2025-12-09 14:58
이성래 싸토리우스 연구소장
![[기고]CDMO 특별법, K-BIO 공급망 "글로벌 도약기반"](https://img.etoday.co.kr/pto_db/2025/12/400/20251209145722_2265947_655_492.jpg)
▲이성래 싸토리우스 연구소장
이번달 국회를 통과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CDMO 특별법은 단순한 규제 정비가 아니라 K-바이오 산업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분기점에 가깝다. 지금까지 법적 사각지대였던 원료물질 제조와 소부장 분야가 비로소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는 의약품 공급망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생산 인프라(CDMO)를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원료와 소부장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구조적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 특별법은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 한국 CDMO 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도의 GMP 체계를 갖추고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인증을 받지못하던 원료물질 기업들은 오랜기간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불리했다. CDMO 특별법은 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원료물질 인증제도를 법적으로 정착시켰다. 이 변화는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산 원료물질의 품질 공신력이 제도적으로 강화된다. 그동안 시범사업 형태에 머물던 GMP가 법령 기반 원료물질 인증제로 전환되면서, 원료물질의 품질과 안전성은 국가 차원의 신뢰 기반 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는 글로벌 CDMO 계약, 공동개발, 기술이전과 같은 협상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수주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둘째, 법적 안정성은 원료·벡터·배지·버퍼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촉진하고 장기 투자를 유인한다. 규제 기반이 명확해지면 기업은 기술 개발과 생산설비 확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되고, 이는 한국이 전 공정을 국내에서 재현할 수 있는 자립형 바이오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
셋째, 규제 예측성 강화는 CDMO 산업의 글로벌 대응력을 높인다. 인허가 절차가 명확해지고, 기술 자문과 규제 컨설팅 같은 지원체계가 제도화되면서 기업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주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 수출 중심 산업인 CDMO에 있어 ‘속도’는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번 제도변화가 가져올 시장 확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특별법은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산업 확장을 위한 지원체계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기존 약사법으로 포괄하지 못했던 영역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고, 새로운 기술과 공정이 등장하더라도 사전 기술자문과 규제 컨설팅을 통해 충돌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마련해 규제샌드박스와 유사한 기능까지 수행한다.
특별법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원료물질과 소부장 기업이지만, 그 파급력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국산 원료물질이 공식 인증을 받으면 CDMO·제약·바이오벤처는 개발과정의 규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면 장기 투자가 유입되며 기술개발 속도도 빨라진다. 공정과 원료의 국산화는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 글로벌 위기상황에서도 생산중단 위험을 최소화하고, 규제 예측성은 CDMO 기업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연구–개발–원료–공정–생산–수출로 이어지는 K-바이오 전주기 밸류체인의 품질과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게 한다.
기업 현장에서 보면 이번 특별법은 더 직접적이다. 표준화된 품질기준, 예측 가능한 규제, 국제적 호환성이 확보되면 벡터·세포은행·배지·레진 등 공정 핵심요소 관리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며, 이는 고객사 신뢰와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국산화 기반이 확대되면 공정 효율화, 원가 절감, 기술 내재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 바이오 생산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싸토리우스 역시 국내 최초 원료물질 제조소 GMP 인증을 획득하며 원료물질 기술력, 공정 자동화,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을 계기로 원료–공정–완제 생산을 연결하는 통합 역량을 한층 확장하며, 국내외 고객사와의 협력 범위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CDMO 특별법은 규제 완화의 차원을 넘어, K-바이오의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원료물질–소부장–CDMO 전반의 품질, 신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이번 변화가 앞으로 한국 바이오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고]CDMO 특별법, K-BIO 공급망 "글로벌 도약기반"](https://img.etoday.co.kr/pto_db/2021/07/400/20210713104618_1643401_769_43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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