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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놈비즈니스 성장에 좌절감마저 느낀다

입력 2017-03-02 10:27 수정 2017-03-02 10:31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中, 정부가 규제완화해 산업성장 견인..이대로면 국내 뒤쳐져

중국 게놈비즈니스 성장에 좌절감마저 느낀다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이사(수석연구원)

2010년 중국 센젠(Shenzhen, 심천)에 있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게놈 시퀀싱 회사를 처음 방문했었다. 그 회사는 최신 게놈 해독기인 'HiSeq2000'을 128대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발판으로 이미 전 세계 1위 게놈 데이터 생산기관이 돼 있었다.

필자가 기억하는 7년 전 그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엘리트 수백 명(회사 관계자는 이들을 '스페셜 포스팀'이라고 소개했다.)과 수준이 높지 않은 수습직원 수천 명이 동시에 근무하는 곳이었다.

최고의 게놈 기술력과 연구 능력을 보유하고 회사였지만 전형적인 개발 도상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회사 문화(직원들의 불량한 업무 태도 및 낮은 고객 서비스 등)들이 문제점으로 느껴지며 한계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과 센젠에 있는 이 회사 연구소를 모두 방문하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우리를 맞이한 관리자들 대부분이 20대 후반 정도 밖에 안 돼 보이는 젊은 직원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눈빛에서 이미 세계 최고라는 긍지, 한국인에게는 볼 수 없는 당당함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게놈 연구 및 비즈니스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때 분명히 느꼈다. 중국은 이 회사를 기반으로 게놈 비즈니스를 끝도 없이 뻗어 나갈 것이라고…. 미국 아니 전 세계를 다 합쳐도 중국을 앞서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때 당시 그냥 막연한 직감이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회사 엘리트 및 관리자들 대부분은 떠나 중국 내 게놈 비즈니스 회사를 창업해 새 둥지를 틀었다. 이로 인해 기존 회사만큼의 규모를 가진 게놈기업이 중국 내 5개 정도 생겨났으며 수십 개의 게놈 연구 및 진단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문을 열었다.

중국의 게놈 비즈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보다 기술은 최소 3년은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규모 역시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난다. 이들은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가며 거침없이 게놈 비즈니스를 추진해 가고 있고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2014년 7월 중국 정부는 CFDA(중국식약처)를 통해 중국 내 한 회사가 개발한 BGISEQ-1000/100을 NIPT(비침습적 산전 기형아 검사) 전용 의료 장비로 가장 먼저 승인했다. 가장 먼저 중국 정부로부터 서비스 허가를 받은 이 회사의 NIPT 서비스 누적 검체 수는 2016년 말까지 17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게놈 진단에 관한 규제들을 대부분 완화함으로써 자국 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산전진단, 암 게놈 및 유전성 질병 게놈 진단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허가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NGS를 이용한 산전진단 및 암 게놈 진단을 병원을 통해 처방 받아 합법적으로 환자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NGS임상검사실 서비스가 2017년 3월 1일부터 환자 부담 50%로 암 환자 및 유전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게놈 스크리닝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서비스 기관을 상급병원만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발표돼 수년간 노하우를 쌓은 게놈 기업들은 원천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게놈 기반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사업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2014년 10만 명, 미국이 2015년 100만 명 기반으로 게놈을 해독해 정밀의료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중국 정부는 2016년 앞으로 15년간, 12조를 예산을 투자해 중국인 1억 명을 대상으로 게놈 데이터를 생산하고 확보하는 중국식 거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발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 유전상담 위원회'가 상하이에 있는 푸단 대학 병원과 함께 5년 안에 10만 명의 신생아 유전체 검사와 함께 최대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유전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과 병원이 협력해 대규모 '신생아 유전체 스크리닝'과 유전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유전상담을 병원 환자들에게 지원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실제로 중국에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매년 90만 명의 유전 질환을 가진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다고 하니 몇 개 병원들만 연계하면 유전 질환 10만 명 제네틱 데이터베이스도 금방 구축될 것이다.

중국 게놈비즈니스 성장에 좌절감마저 느낀다

중국은 이런 빅 게놈 데이터와 함께 6000만 원 이상의 연 소득을 가진 중산층 인구 1억 명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 게놈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서비스 가능한 전 세계 유일한 최대 규모의 개인 게놈 서비스 생산 능력 및 소비 시장을 가진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 차원의 게놈에 대한 엄청난 투자와 신속한 행보를 통해 많은 값진 시행착오와 경험을 가진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을 뛰어넘는 중국식 헬스케어 복지와 정밀의료를 이용해 게놈 비즈니스 및 헬스케어 분야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중국 정부가 게놈 비즈니스를 위한 적절한 규제 장치를 만들어 국가 산업으로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낸 게놈 비즈니스 관련된 서비스들의 가격과 노하우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으며 이미 우시(WuXi)는 신약 개발에서 임상시험에 게놈을 연결하거나 아이카본엑스(iCarbonX) 같은 회사는 AI 기술과 게놈 데이터를 연결을 시도함으로써 다음 세계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았을 때 좌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린 나름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상대방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우리 발에는 족쇄까지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중국으로 인해 우리 조선업에 국가적 재앙이 몰려온 것처럼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하는 게놈 비즈니스 및 헬스케어 분야는 성숙되기도 전에 큰 중국의 폭풍이 덮쳐 올 것이 뻔해 보인다.

그래서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자는 것이 아니다. 이마에 피가 고일 때까지 고민하고 고민하면 분명 방법은 있다. 이를 현명하게 대처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이해 관계자들의 고민과 빠른 합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