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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폐암 50% 진단" 그레일에 대한 '혹평과 기대'

입력 2018-06-05 08:27 수정 2018-06-05 08:3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ASCO에서 폐암·유방암 등 액체생검 연구결과 발표..높은 특이도 불구 민감도 한계 뚜렷

"멀지만 가야할 곳은 정해졌다."

그레일(Grail)이 3일(현지시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혈액 기반의 조기 암진단 연구에 대한 현지 반응이다. 액체생검(Liquid Biopsy)에 대한 기대만큼 현재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표현이다.

일루미나 스핀오프 기업인 그레일은 설립 1년만에 10억 달러를 끌어모으며 주목받았다. 세포로부터 벗어나 혈액을 순환하는 DNA를 분석함으로써 다수의 암을 조기에 진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번 ASCO에서 발표한 4개의 연구 결과는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드러냈다. 그레일은 새로 진단 받은 20여종의 치료받지 않은 암환자 878명과 건강한 749명을 대상으로 한 CCGA(Circulating Cancer Genome Atlas) 연구의 일부 결과를 발표했다.

그레일은 ①507개의 암 관련 유전자 변이 검출, ②암을 지표하는 유전자 중복 또는 손실을 확인하기 위한 DNA 시퀀싱, ③메틸화 패턴으로 불리는 비정상적인 DNA 활성 검출 이 3가지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 중 127명은 폐암이었는데 위양성(특이도)을 2% 이하로 유지하도록 암 신호를 높게 설정한 뒤 수행한 3가지 분석법 모두 폐암을 분류했다. 메틸화 검사는 초기(1기~3A기)의 환자를 41%, 후기(3B~4기) 환자를 89% 검출했다(민감도). 유전자 시퀀싱에서는 초기 환자 38%, 후기 환자 87%를 검출했으며 507개 암 유전자 변이 검사는 51%의 초기환자와 89%의 후기 환자를 검출했다.

폐암의 경우, 초기 발견이 어려워 진단 시기가 늦고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 크다. 이 때문에 CCGA의 폐암 분야를 이끌어가는 Geoffrey Oxnald 박사는 "초기환자 검출률 51%는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기 암 환자의 절반 정도만 스크리닝한다는 결과는 분명히 아쉬운 것이었다.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차가웠다. ASCO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전문가는 "현재 폐암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저선량 CT(Low-dose CT)는 조기 폐암환자의 90%를 발견한다. 그레일의 테스트가 더 좋은 수단이 되려면 아직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종양의 DNA가 혈액 내로 방출된 것은 이미 위협적인 단계로 진행된 것이다. 진정한 조기 진단의 척도는 '초기'로 분류된 사람들이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받은 사람들보다 치료율이 높았는가에 대한 여부"라면서 "지금 그레일이 발표한 것은 매우 예비적인 데이터"라고 의견을 전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위양성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레일은 이전 580명의 건강한 지원자 중 5명에게서 암과 같은 신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2명은 곧 암으로 진단됐다. 이는 그레일의 테스트가 1~2% 미만의 위양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레일의 비법은 바로 '백혈구에서 암 관련 신호를 추출하는 것'이다. 백혈구는 노화,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높은 비율로 돌연변이를 축적하지만, 이 것이 백혈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CCGA의 폐암 분야에서 변이를 검출한 것의 54%는 종양이 아니라 백혈구에서 검출한 것이다.

그레일은 또 유방암 분야의 경우 침윤성 유방암 환자 358명을 포함한 지원자들을 분석했다. 메틸화 검사는 1기~3기 유방암 환자들 가운데 삼중음성유방암 56%, HER2양성 34%,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환자의 11%를 검출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Couch 박사는 "기대한 수준에는 훨씬 못미쳤지만 어떻게 3개의 검사를 활용해야하는지를 확인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CCGA는 1627명의 대상자들에게서 20여종의 암 종을 검출한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위양성 2% 미만으로 검출신호를 설정했을 때 대장암 63%, 식도암 58%, 두경부암 56%, 난소암 80%, 췌장암 60% 비율로 검출했다. 하지만 갑상선암과 자궁암, 신장암에서의 검출률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그레일의 임상개발 부사장인 Anne-Renee Hartman 박사는 "일부 암에서는 아주 낮은 검출율을 보였지만, 우리는 가장 유망한 분석법을 밝혀내고 최적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