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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사이언스, '경구용 TKI' 장기추적 "초기ALS, OS 연장”

입력 2021-07-22 06:51 수정 2021-07-22 06:56

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초기 루게릭병(ALS) 환자 대상 ‘마시티닙(Masitinib)’ 장기추적 결과, 대조군 대비 생존기간 25개월 연장, 사망위험 47% 감소 확인

프랑스 소재 바이오텍 AB사이언스(AB Science)의 신약 후보물질 ‘마시티닙(Masitinib)’이 초기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을 25개월 연장했다는 새로운 장기추적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초기가 아닌 중증도의 루게릭병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장기추적 결과에서는 유의미한 개선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 2018년에 종결한 임상2/3상(NCT02588677)에 참가한 394명의 환자들 중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평균 75개월간의 추적을 통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다. AB사이언스는 2019년부터 마시티닙의 확증임상(confirmatory study) 3상을 진행하고 있다.

AB사이언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마시티닙에 대한 초기 루게릭병 장기추적 임상결과를 국제학술지 ‘TAND(Therapeutic Advances in Neurological Disorders)’에 게재했다고 밝혔다(doi: 10.1177/17562864211030365).

발표에 따르면 장기 전체생존기간 분석에 참여한 루게릭병 환자들은 ALSFRS(근육기능지표) 점수를 통해 질병 중증도에 따라 코호트로 구분했다. 75개월의 장기추적 결과, 매일 마시티닙 4.5mg/kg과 기존 루게릭병 치료제 ‘리루졸(Riluzole)’을 병용투여한 환자 코호트(50명)는 리루졸만 투여받은 환자 코호트(63명)보다 전체 생존기간이 25개월 길었으며(p=0.037), 사망위험은 47% 감소했다(HR=0.53, 95% CI, 0.31–0.92; p= 0.025). 마시티닙과 리루졸을 병용투여한 코호트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edian)은 69개월, 리루졸만 투여받은 코호트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44개월로 확인됐다.

이같은 개선을 보인 환자 코호트는 ‘ALSFRS-R(호흡기능 세부항목을 보완한 ALSFRS 평가)’에서 최소 2점을 받았으며, 발병 후 ALSFRS-R 진행도(ΔFS)가 임상기준(baseline)으로부터 1.1점(ΔFS<1.1 points/month) 이하인 환자로 구성되었다. 질병의 진행이 과도하게 빠르지 않으면서 아직 영구적 운동신경손상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 루게릭병 환자 코호트였다.

그러나 질병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환자 코호트를 확장해 전체생존기간을 분석했을 때에는, 마시티닙과 리루졸을 병용투여한 환자 코호트와 리루졸을 단일 투여받은 환자 코호트간의 전체생존기간 차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저스 모라(Jesús S. Mora) 마드리드 산 라파엘(San Rafae) 병원 루게릭병 부문 책임자(director) 겸 선임저자는 ”이번 논문은 루게릭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또 다른 중요한 과학적 이정표를 나타낸다”며 “마시티닙 투여군에서 관찰된 생존기간 개선은 고무적이며, 임상 데이터는 현재 전반적인 생존, 위험 비율, 기능 저하 속도, 호흡 기능 및 삶의 질 저하 둔화측면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AB사이언스의 장기추적 결과에 대해 알버트 루돌프(Albert Ludolph) 울름(Ulm) 대학병원 신경학과 과장 겸 연구책임자는 ”이러한 장기 생존 데이터는, 진단 후 평균 75개월의 추적연구를 통해 마시티닙이 초기치료를 시작할 때 상당한 생존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신경세포의 손상이 진행되기 전인 초기에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마시티닙을 처방할 경우 신경세포의 손상을 억제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치료가 너무 늦어 이미 손상된 상태의 신경시스템은 마시티닙으로 치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마시티닙은 AB사이언스가 신경질환, 염증성 질환, 암 치료제 등으로 개발중인 경구용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다.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질환의 경우, 마시티닙은 CSF1R의 선택적 결합을 통해 CSF1/CSF1R 신호전달을 억제,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같은 CSF1R 신호 관련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게 된다. 또한 c-Kit, LYN, FYN 등 키나아제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비만세포(mast cell)과 대식세포(macrophage)활성을 억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마시티닙은 미세아교세포, 비만세포 및 대식세포의 활성화에 의한 신경염증 반응을 저해함으로써 신경세포의 손상을 억제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뉴런이 손상되어 운동근육의 기능저하가 진행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2~3년으로, 대부분은 호흡근육 기능저하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루게릭병의 치료제로는 1995년 '릴루졸(Riluzole)'이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EMA도 1996년 릴루졸(Rilutek)의 시판을 승인했다. 현재 FDA는 릴루졸을 포함해 총 5종류의 루게릭병 치료제를 승인했으나, EM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릴루졸 외에는 아직 없다. 이에 마시티닙은 지난 2015,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루게릭병의 치료제로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