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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삼바 바이오연구소, “R&D 4가지 전략 공개”
입력 2023-06-09 10:40 수정 2023-06-09 11:06
바이오스펙테이터 보스턴(미국)=서윤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Samsung Biologics) 바이오연구소가 출범 약 1년만에 베일을 벗고 연구개발(R&D)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남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 2023'에 참석한 후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핵심 비즈니스(CDMO) 지원, R&D 기반 구축/강화, 새 모달리티 확장, 오픈 이노베이션 등 4가지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정 소장은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CEO 직속으로 설립된 바이오연구소의 초대 연구소장으로 같은해 11월 임명됐다. 정 부사장은 고려대 학사, 듀크대 박사, MIT 포스닥 이후, 미국 머크(MSD), BMS, 애브비(Abbvie)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약 17년간 항체, 유전자치료제, 생물정보학(Bioinfomatics) 등을 연구해왔다. 이후에는 제니퍼 다우드나와 GSK가 협업해 설립된 LGR의 초대연구소장,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 출자회사 베살리어스(Vesalius) 부사장을 역임했다.
정 소장은 “바이오연구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 포토폴리오, 지리적 거점이라는 3대축 중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CDMO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신약개발을 위해 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업계의 앞선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
바이오연구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사업인 항체바이오 CDMO의 자체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 세포주 기술 등을 연구개발하고, CRISPR 기반 유전자편집, 유전체·전사체·단백체 등의 통합분석을 통한 질병 및 진단기술 개발, 인공지능(AI) 기술 중심의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통해 R&D 기반을 구축 및 강화하고 있다.
또 바이오연구소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mRNA에 대한 기반기술을 개발 및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으로 신규 모달리티를 확장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공동연구, 투자, 기술이전 등 산학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정 소장은 바이오연구소의 주요성과로 이중항체 분야 플랫폼 기술 개선, 최적의 mRNA 설계 기술 및 mRNA 안정성 개선, ADC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Araris Biotech AG) 투자계약을 위한 기술실사 등을 꼽았다.
먼저 삼성바이로직스는 이중항체 생산과정에 적용하는 독자적인 납인홀(S-Knob-in-Hole, S-KiH)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2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 2G(S-DUAL 2G)’를 개발했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각각 다른 타깃에 결합하는 항체를 하나로 결합시킨 형태로 2개의 서로 다른 경쇄(light chain, LC)와 중쇄(heavy chain, HC)로 구성된다. 이중항체는 생산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이중항체 외에도 LC-HC 불일치(misparing)로 원하지 않는 이중항체가 형성된다. 에스듀얼 2G는 기존 HC-HC와 HC-LC에 적용된 납인홀 기술을 다른 부위의 HC-HC에 추가로 하나더 적용했다. 이를 통해 LC-HC 불일치를 해소해 원하는 이중항체 형성률을 기존 75%에서 85%이상으로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mRNA는 염기서열에 따라 발현량, 안정성이 달라지는데, 이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적화된 mRNA를 설계하는 기술과 mRNA의 안정성(stability)를 향상시킨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mRNA는 3’UTR 부위에 polyA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핵산분해효소에 의해 잘 분해된다. 바이오연구소는 컴퓨터 구조예측을 통해 polyA 부위를 특정한 이중구조형태로 설계했다. 이는 핵산분해효소에 저항성을 가지게 해 기존보다 10배이상 mRNA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연구소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위한 기술실사도 진행한다. 정 연구소장은 “ADC 링커기술을 보유한 아라리스의 기술실사를 진행했다"며 "아라리스가 가진 항체의 특정 아미노산 부위 엔지니어링 없이 높은 효율과 순도로 링커를 결합시키는 기술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효소기반의 1스텝 제조공정으로 항체에 링커결합을 할 수 있다는 점,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점 등 제조공정상 장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지난 4월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아라리스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아라리스의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아라리스의 기술력, 잠재력, 확장성 등을 검증하고 다각도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소장은 미래의 연구방향에 대해서도 “향후 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모달리티 확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단일항체, 이중항체, mRNA, ADC 등 4개 포트폴리오에 대한 주변기술 및 지원기술과 관련된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를 항암백신, 유전자치료제 등에 적용하는 것을 mRNA 백신의 주변기술로, mRNA를 원하는 곳으로 전달하는 비바이러스성 전달기술 등을 지원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소장은 “CDMO 기술 개발 및 신규 모달리티 확장을 위한 연구개발(R&D)를 지속 진행해 향후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