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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 "내일이라도 글로벌 성과 나올수 있다"

입력 2016-06-20 06:30 수정 2016-06-20 06:30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창간 CEO인터뷰] 강수형 사장 “R&D 역량, (한미 만큼) 충분한 잠재력”

“한미약품이 지난해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미가 국내 제약업체 중 독보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아를 비롯한 다른 제약사들도 (한미약품처럼)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사장(62)은 서울 동대문구 본사에서 가진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자신했다.

강 사장은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진행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미약품의 성과를 보면서 이제는 R&D 투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로 실현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약품이 처음으로 큰 성과를 낸 것일 뿐 많은 제약사들도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의 성과를 부러워하면서도 동아에스티도 충분히 글로벌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동아에스티의 글로벌 신약 성과를 묻는 질문에 "(여건이 부합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 사장은 답했다.

동아에스티

▲강수형 동아에스티 사장

사실 동아에스티는 그동안 국내 제약업체 중 가장 화려한 신약 성과를 낸 업체다. 단연 제약업계 대표주자였다. 한미가 동아 연구소의 경쟁력을 보고 지분을 투자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동아에스티는 2005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국산신약 10호로 허가받았고, 지난해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와 당뇨치료제 ‘슈가논’의 신약 허가를 받았다. 2003년 위염치료제 ‘스티렌’, 2011년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 등 천연물신약도 2종도 개발에 성공했다.

동아에스티가 내놓은 국산신약들은 모두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스티렌은 한때 연 매출 800억원대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발매된 국산신약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렸다. 자이데나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에 이은 세계 4번째 발기부전치료제로 꾸준히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모티리톤도 지난해 22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간판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시벡스트로는 개발단계에서 기술 수출에 성공했고, 국산신약 중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통과했다. 과거 '박카스 제약사'라는 이미지는 이미 '신약 개발 제약사'로 바뀐지 오래다.

강 사장은 글로벌 시장 동향을 고려한 효율적인 신약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허가받은 당뇨신약 '슈가논'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국내시장에 발매된 슈가논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을 갖는 ‘DPP-4 억제계열’ 약물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당뇨치료제다. 하지만 경쟁약물로 꼽히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보다 7~8년 가량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강 사장은 "슈가논은 당뇨치료제로도 훌륭한 약물이지만 이미 다국적제약사의 여러 신약 제품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똑같은 용도로 시장을 공략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슈가논'을 당뇨치료제가 아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NASH)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웠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4월 미국 토비라사와 총 6150만달러 규모의 슈가논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당뇨치료제가 아닌 NASH 치료제 용도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다.

강 사장은 "DPP-4 억제 계열 약물은 여러 연구를 통해 NASH 치료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아직 NASH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이 없어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료치료제로서의 슈가논 개발이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아직 해외에 발매되지 않았다는 점을 활용해 NASH 치료제를 허가받으면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은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당뇨치료제의 시장규모가 훨씬 크지만 시장여건을 감안해 과감히 새로운 영역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이다. 동아에스티는 슈가논의 원료를 계열사 에스티팜에서 공급하기로 계약, 미국에서 NASH 치료제 허가를 받으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동아에스티는 천연물신약의 미국시장 진출도 기대하고 있다. 산약 및 부채마 성분의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를 천연물신약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을 포함한 14개 기관에서 임상2상시험을 실시했고. 현재 임상3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천연물신약의 경우 질병의 치료기전에 대한 증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강 사장은 주저없이 천연물신약의 해외 성공을 낙관했다. 강 사장은 "현대사회에서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질병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원인을 잘 모르는 질환에 대해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천연물신약이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DA-9801은 임상2상시험에서 투여 환자의 50%에서 당뇨병성신경병증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강 사장은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3상시험은 직접 수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천연물신약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기회로 판단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그동안 확보한 임상자료를 통해 다양한 업체들과 기술 수출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머크가 판매 중인 '시벡스트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시벡스트로는 국산 신약 중 두 번째로 FDA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큰 매출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로열티로 시벡스트로 판매금액의 5~7%를 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강 사장은 "시벡스트로는 폐렴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하면 타깃 환자가 커지게 된다"며 "현재 머크 측에서 폐렴 치료 확인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조만간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강 사장은 내수 시장에서도 내심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동아에스티는 5년전인 지난 2011년말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린 이후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지난 5년간 후퇴한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영업기반을 다져왔다. 결국엔 영업에서도 선진국 시스템으로 가야하는데, 우리가 매를 먼저 맞는다는 심정으로 꿋꿋하게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향후 목표에 대해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매출에 초점을 맞추지만 회사는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 충분히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높이면서까지 외형 확대를 추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면서 "다음 세대에 회사를 이끌어가는 친구들한테 조금이라도 더 건실한 회사를 만들어주는 게 경영 목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