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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새 치료시장 문열다
입력 2016-06-24 08:14 수정 2017-01-20 13:41
이은아 객원기자
지난 21일, 미국국립보건원(NIH)은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세포치료제(CAR-T)의 임상을 승인했다. CRISPR 기술이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분자생물학계의 혁신기술인 ‘크리스퍼(CRISPR)’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이 새로운 치료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인 ‘크리스퍼(CRISPR)’는 세균의 면역체계로부터 발견된 것으로 원하는 DNA를 자르고 새로운 DNA를 삽입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기술이다.
기존의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 2세대 탈렌(TALEN) 유전자가위 기술보다 훨씬 다루기가 쉽고 간편하며, 기술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다. 따라서 CRISPR 기술을 통한 기초연구, 동·식물의 품종 개발, 질병 치료 등 응용범위가 넓어 학계 뿐 아니라 산업계, 사회에서까지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를 교정한 버섯을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발표함으로써, GM 작물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의 인간수정배아관리당국(HFEA)에서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배아 유전자를 편집하는 연구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CRISPR 기술을 이용한 초기 인간배아의 발달연구로 기초연구분야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된 셈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크리스퍼(CRISPR)’와 ‘카트(CAR-T)' 의 만남
이번에는 CRISPR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카트(CAR-T)의 임상시험 첫 승인이다. 카트(Car-T)는 환자로부터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 특이적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 DNA를 가지도록 유전자를 교정하여, 다시 환자에게 주입시킴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치료제이다.
첫 번째 임상승인을 받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칼 준(Carl June) 연구팀은 CRISPR 기술을 통해 업데이트된 카트(CAR-T) 치료제는 보다 정확하게 표적 암세포를 탐지하고 강력한 살상능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두 기술, ‘CRISPR 기술’과 ‘CAR-T 세포치료제’의 만남으로 무한한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증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예상보다 훨씬 빨라져,,
비록, 미국 FDA 승인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 institutuional review board)의 승인허가도 남았지만, 이번 NIH 임상승인을 계기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시장에는 한발 더 가까워졌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이 아닌, 카트(CAR-T)와 같이 내 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포 자체가 치료제인 세포치료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CRISPR 기술을 기반으로 한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제의 가능성 또한 기대하고 있다. CRISPR 기술의 높은 정확성과 조작의 편이성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구 및 전임상단계의 속도를 가속화 시키고, 임상시험의 진입 시기를 더욱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바이오업체인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도 CRISPR기술을 이용하여 레버 선천성흑내장(Leber congenital amaurosis)이란 희귀 안질환의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신청을 준비 중이다.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와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 분위기로 예상보다 CIRSPR 기술의 상용화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CRISPR 기술을 이용한 첫 번째 임상시험인 만큼, 소규모로 진행하여 효율성 보다는 안전성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유전자가위 기술의 문제점인 예상치 못한 유전자 부위를 비특이적으로 자르거나 변형시키는 'off target' 이슈도 극복하는지 확인해야한다. 현재까지, CRISPR 기술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의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가운데,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은 더욱 더 신중해야할 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 보유 글로벌 바이오벤처들에 투자 몰려,,
이번 임상승인을 받은 펜실베이니아의 준 연구팀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노바티스(Novartis)는 CRISPR-Cas9 기술 개발 업체인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에 1500만 달러(약 170억원)을 투자했다.
독일의 바이엘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5년간 3억 유로(약 3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 외,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CRISPR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벤처 캐피탈의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지난 2년간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치되었다.
그만큼 CRISPR 기술 기반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유전자가위기술 기반의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 개발에 대한 투자는 더욱 더 가속화 될 것이다.
한편, 국내 바이오벤처인 툴젠은 1세대, 2세대, 3세대 유전자가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최근 코스닥 상장이전에 2차례나 실패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의 특허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로 야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번 임상시험 승인의 결과로 앞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혁신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신속한 임상 허가 프로세스, 치료제 생산 및 공정,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마케팅 등에도 집중하며 새로운 치료제 시장을 본격적으로 맞을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진보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 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결과들까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