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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20년, 펩트론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16-08-16 08:47 수정 2016-08-16 15:4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은진 기자
고혈압·당뇨병 등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의 급격한 증가는 '약효지속성 의약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촉발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달에 한 번만 먹게 된다면 환자의 편의성은 크게 개선돼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급증하는 의료비로 골머리를 앓는 전세계 보건당국에도 희소식이다.
'약효지속성 의약품'의 가치에 대한 가까운 예는 한미약품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 아벤티스와 약 5조원의 빅딜을 끌어낸 약물이 '약효지속성 당뇨 바이오의약품' 3종이었다.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약물 투여횟수를 일 1회에서 주 1회까지 줄였다.
20여년간 펩타이드 기반의 약효지속성 의약품 연구 개발에 집중해온 국내 바이오벤처 '펩트론'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펩트론이 독자 개발한 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플랫폼 기술인 '스마트데포'는 약물의 약효지속성을 최대 한 달까지 늘려준다.
◇'스마트데포' 차별화된 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플랫폼
50개 이하의 아미노산 조합으로 만들어진 생체물질인 펩타이드는 약효가 우수하고 독성이 낮아 바이오의약품 등과 비교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정성과 경구이용률이 나빠 주사제로 자주 투여해야 하는 단점이 부각돼 왔다.
1회 투여로 수일에서 몇달씩 약효가 지속된다면 펩타이드 기반 의약품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펩트론은 독창적인 '스마트데포' 기술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일반적으로 펩타이드 의약품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약효 지속 기술은 'SR-DDS(Sustained Release-Drug Delivery System)'다. SR-DDS는 펩타이드제와 수술용 실과 같은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을 미립구 형태로 만들어 체내에서 고분자물질이 분해되면서 펩타이드 약물을 지속해서 방출시키는 기술이다. 관건은 체내에서 일정한 속도로 분해되도록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만드는 것이다.
노바티스 다케다 등 다수의 제약사들은 미립구를 만들때 '에멀전(Emulsion)' 방식을 활용한다. 에멀전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녹지 않는 두 가지 액체가 다른 한편에 작은 입자 상태로 분산된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물에 녹은 펩타이드와 생분해성 고분자물질을 유기용매에 넣고 에멀전화시켜 가열하면 유기용매가 증발하면서 녹아있던 고분자물질이 미립구를 형성하는 원리다.
하지만 단점이 명확하다. 장승구 펩트론 전무는 "현재 에멀전 방식은 미립구를 만드는 탱크 크기, 회전 속도 등 각종 변수가 개입돼 입자를 균일하게 대량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펩트론은 다른 접근법으로 에멀전 방식의 SR-DDS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분무건조 방식으로 SR-DDS를 보완했다. 스마트데포라고 불리는 플랫폼 기술이다. 약물을 액체화시켜서 분사할때 열풍으로 건조하면 미립구가 형성되는 원리로 식품업계에서 분유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 사용하는 분사구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의약품용으로 부적합했다. 펩트론은 분사구에 초음파 노즐을 부착시켜 미립구의 크기를 균일하고 작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미립구의 크기가 작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주사제로 투여할 때 가는 바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아밀린이 개발한 주 1회 당뇨병치료제 바이두레온(Bydureon)은 미립구 크기 때문에 두꺼운 바늘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환자들이 투약 부담을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펩트론은 또 미립구를 제조할때 유기용매 대신 아세트산에 녹여 분사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유기용매를 제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대량생산이 쉬우며 안전성과 비용절감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지속형 의약품 약물의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제품의 품질을 균일화하는 생산공정이 중요하다. 특히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대량생산 기술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데포' 기반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 본격화
펩트론은 1997년부터 축적해온 방대한 펩타이드 합성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약물 후보물질군에 대한 개발과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대웅제약에 기술 이전해 만든 1개월 지속성 전립선암 치료제 '루피어데포'는 펩트론의 약효지속성 의약품에 대한 기술을 처음 알린 계기가 됐다.
펩트론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선 것은 2주간 약효가 지속되는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PT302다. 현재 시판되는 GLP-1 약물 트루리시티(릴리)는 주 1회 투여한다.
PT302는 GLP-1 계열의 엑세나타이드의 제네릭으로 이미 안전성을 인정받은 약물이기 때문에 개발단계에서 임상과정 일부를 면제받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반면 약효를 지속시키기 위해 다른 물질을 결합해야 하는 바이오의약품(바이오베터)은 모든 임상과정을 거쳐야 한다.
펩트론은 현재 PT302의 국내 임상 3상과 해외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장 전무는 "진입장벽이 높은 제네릭 시장에서 장기 지속형 의약품으로 승부하기 위해 GLP-1 계열의 약효지속 기간을 1개월로 늘리기 위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이 후보군도 올해 해외 1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 1개월 지속성 말단비대증 치료제는 건일제약 자회사인 펜믹스와 CMO계약을 체결했으며 해외 BE(Bio-Equivalency)임상을 준비중이다. 지난달에는 당뇨망막증 치료제 'EG-mirotin'의 개발회사인 아이진과 지속성 당뇨망막증 치료제 공동개발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최근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연구개발을 체결한 약효 지속성 파킨슨병 신약 개발 프로젝트다. 2014년 런던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GLP-1 치료제가 파킨슨병 환자에서 운동 기능 및 인지기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이미 임상 2상 승인도 받았다.
최 대표는 "지난 20년간 진도는 느리지만 기술 완성도에 집중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환자 중심의 의약품 개발을 통해 펩트론의 이념인 코지큐어(CozyCure)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