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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제, 글로벌시장 선점 위한 치열한 경쟁들
입력 2016-10-07 10:45 수정 2016-12-07 10:06
이은아 객원기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자, 화가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산에 묶어 매일 독수리에게 그의 간을 쪼이도록 형벌을 내린다. 그러나 간은 독수리가 쪼아먹을 때 마다 새로 돋아나서 그는 살수 있었다. 이처럼 손상된 장기가 다시 재생되는 신비한 능력은 그리스 신화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행히 사람도 죽거나 손상된 세포가 생기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다. 우리 몸은 대부분의 보통 세포들과 극히 일부분의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의 세포들은 몇 차례 분열하면 수명을 다해 죽어버리는데 이때, 줄기세포가 새로운 세포들을 계속 만들어내 우리 몸이 유지된다. 몸에 상처가 나거나 조직 및 장기기능이 망가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있는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병소 부위로 이동하는 성질(homing effect)도 있어, 손상된 부분을 재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을 비롯하여 아직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질환 등 각종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재생의료의 실용화 촉진을 위한 법규 개정, 세계적으로 확대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프러스트 앤 설리번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시장은 연평균 24.1%로 성장해 2018년에는 1180억 달러, 즉 약 13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제가 의학적 잠재력뿐만 아니라 높은 경제가치로도 주목 받으면서, 각국의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실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하고 있는 추세이며 정부차원의 R&D 예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재생의료 제품의 상업화와 안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2014년 새롭게 제정된 ‘재생의료법(재생의료 등의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과 전면 개정된 ‘약사법(의약품∙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의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재생의료법에 따르면 세포의 종류, 투여방법과 사용목적을 기준으로 세포치료제의 위험군을 구분하여 재생의료 시술을 규제함으로써 세포치료제에 대한 안전성을 보다 높이고자 했다. 더불어,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치료효과의 가능성만 입증되면 ‘시판 후 임상시험 평가’ 실시에 대한 조건으로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2009년부터 역분화줄기세포 분야에만 약 145억엔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10월, 품목승인에 필요한 의약품과 시술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인간, 세포, 조직, 세포 및 조직 기반제제의 동종 목적 사용에 관한 지침(안)’을 마련하고, 미국정부는 캘리포니아재생의료기구(CIRM)을 통해 2017년까지 약 3.3조원을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도 2015년 줄기세포를 포함한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 준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유럽은 어떨까? 유럽은 이미 2007년부터 첨단치료의약품(ATMP)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도입하여, 줄기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ATMP 범주에 포함되는 시술을 병원에서 의사의 책임 하에 환자에게 처방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병원면제(Hospital Exemption)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8개국, 11개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약 5000만 유로를 줄기세포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2015년 중국식약청(CFDA)과 국가계획생육위원회(NHFPC)에서 ‘줄기세포 임상연구 관리방법’를 발표하고, ‘줄기세포 제조 품질관리 및 임상전(前) 연구 지도원칙’을 시행하기로 함으로써 줄기세포 제조와 품질관리를 강화시키고 임상연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비 지원과 제도적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법을 통해 의약품 허가 단계 이전에도 재생의료 시술을 지정된 병원 내 의사 책임하에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줄기세포치료제 품목 허가 수를 2020년까지 7개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치료제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이다. 재생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판도가 급격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미 FDA승인허가 제품 없어
그렇다면 희귀∙난치 질환 치료 및 재생의료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1998년 처음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상업적 임상시험이 시행된 이후로, 2015년까지 총 317건의 임상시험이 종료되었거나, 진행 중이거나 아니면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전체의 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으며, 상업적 개발에 근접한 후기임상의 수 역시13건으로 가장 높고, 한국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유럽도 꾸준히 임상연구를 신규 추가함으로써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열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시판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파미셀, 메디포스트, 안트로젠, 코아스템 등 4개사에서 개발한 국내제품 4개(하티셀그램-AMI, 카티스템, 큐피스템, 뉴로나타-알주)를 포함하여 총 7개로 아래 표와 같다. 미국의 바이오 업체인 오시리스 테라퓨틱스에서 개발한 ‘프로키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먼저 시판 허가를 받음으로써 아직까지 미국 FDA의 판매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면,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어떨까? 유럽에서는 로슈, 애보트, 베링거, 일라이 등 상위 10개의 제약사와 23개의 대학 연구소가 연합해 만든 ‘The StemBANC initiative’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총 5560만 유로 (약 7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로 500명의 환자로부터 추출한 1500개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말초, 중추 신경계 질환 및 당뇨병 등에 집중해 연구하고 있다.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제약사는 로슈, 애보트, 베링거, 일라이 릴리, 얀센, 머크 KGaA, 노보 노디스크, 오리온, 화이자, 사노피 등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세포치료제 개발 뿐만아니라,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으로도 연구중이다. 줄기세포로부터 얻은 조직이나 세포를 이용하면 보다 더 약물검사나 독성검사를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고 새로운 분자 발굴 등 신약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물론, 줄기세포 개발사들과의 협력연구 및 투자 등을 추진하여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