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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바이오큐어팜의 '무한도전'
입력 2016-11-03 10:43 수정 2016-11-03 13:1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전세계에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6~7개 국가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역시 그중 하나로 나머지 국가들은 고가의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을 전량 수입하는 현실입니다. 바이오큐어팜은 이들 국가에 기술이전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저렴하게 의약품을 공급할 것입니다."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는 최근 대전 유성구 관평동 본사에서 진행된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전세계 곳곳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겠다'는 비즈니스모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는 완제의약품을 공급만 하지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술을 확보하려면 3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각 국가에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기술을 A부터 Z까지 이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이 우선 타깃으로 현재 터키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도 꿈꾼다. 내년 초로 예정된 캐나다 증시 상장이 그 시작이 될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노하우로 각국에 조인트벤처 설립
바이오큐어팜은 보령제약과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 수출 등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이상목 대표가 2005년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술이 없는 국가의 기업들과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기술이전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겠다는 목표로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진입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큰 매출과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분야"라면서 "바이오의약품 공장 설계와 건축, 기술이전, 생산까지 모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업 자금을 마련한 계기도 흥미롭다. 30여명의 대학동기들을 모아 놓고 창업 설명회를 열었는데 당일 5억 5000만원을 모았다. 바이오의약품 연구 개발에 필요한 기본 장비만 20억이 필요했는데 해외 중고 사이트를 통해 5분의 1 가격에 마련한 것도 재미난 일화다.
바이오큐어팜은 설립 초기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완제 의약품 수출업무도 했다. 그 결과 첫해에 수출 100만불, 세번째해에는 500만불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2007년 중단했다. 이 대표는 "성과는 났지만 당초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어 과감히 접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본업으로 돌아와 해외 조인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먼저 중동국가 중 이집트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기업들과 접촉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계약금보다는 지분을 달라고 했다. 진정한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터페론 베터-황반병성 치료제등 가격 경쟁력 높아"
타깃을 잡은 바이오의약품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인터페론 베터'와 황반변성 치료제인 '루센티스'다. 국내에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 덜 알려졌지만 유럽 중동 등에서 흔한 질환으로 치료제가 고가인 탓에 환자들의 부담도 크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질환으로 신경세포를 둘러싼 수초가 염증이나 침윤에 의해 손상을 일으켜 감각 장애, 운동 장애 등을 수반하는 만성질환이다. 인터페론 베터 계열이 치료제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이 중심인 황반부에 드루젠이라고 하는 일종의 노폐물이 쌓이며 다양한 변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감소해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되는데 루센티스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특히 영국 의료진이 황반변성 치료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의약품 '아바스틴'을 오프라벨(허가 외)로 사용하다 루센티스 개발사인 노바티스로 소송을 당해 패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터페론 베터는 현지에서 1바이알(vial)에 300불, 루센티스는 1100불에 팔린다. 하지만 우리는 판매가에 비교도 안되는 낮은 생산원가로 이들 의약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 국가가 생산기술이 없어 이런 독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저렴하게 의약품을 공급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계약 성사 직전 연거푸 좌절.. 그래도 재도전
하지만 이 대표의 글로벌 도전기는 험난했다. 처음 도전한 곳은 이집트였다. 2010년 이집트의 한 기업과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아랍의 봄'이 일어나 정권의 교체 되면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중동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없이는 프로젝트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 아래 다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번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뿐 아니라 관련 대학까지 만드는 바이오밸리 프로젝트 추진 의사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정부가 실각하면서 프로젝트가 또 다시 중단됐다. 힘든 세월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각국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이 계속 됐다. 결국 연이 닿은 곳이 터키였다. 바이오큐어팜은 터키의 A사 및 O사와 바이오시밀러 공장 설립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재원은 터키 파트너사에서 마련하고 바이오큐어팜은 공장설계와 건축, 현지 생산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우선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와 국내에서 1, 3상 동시 진행을 통해 최대한 출시 일정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 대표는 "2017년에 황반변성 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지금이 시장에 진입할 적기"라고 말했다.
◇올해 캐나다 증시 상장..미국 본토 공략 교두보
이 와중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이오큐어팜의 비즈니스 모델을 높이 평가한 투자사가 캐나다 증시에 상장하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바이오큐어팜은 지난 7월 캐나다 투자회사인 콜롬비아 캐피털 인베스트먼트(Columbia Capital Investment)와 캐나다 주식시장에 상장추진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초까지는 토론토 TSX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캐나다 증시 상장은 캐나다와 미국을 겨냥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상목 대표는 "캐나다 또는 미국 제약사와 협력기반을 구축,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해 캐나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륙별로 1곳씩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다국적 제약사가 되는 꿈이다.
◇"수익 사회 환원..대전소사이어티 만들고 싶다"
이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술은 바이오큐어팜만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약 30년동안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노력을 해오면서 인재를 배출하고 기술을 축적했다"면서 "그 결과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공동의 노력끝에 얻어진 기술인 만큼 사회 환원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바이오큐어팜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정관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명한 제넨텍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벤처투자자 밥 스완슨과 허버트 보이어 교수가 자주 만나 맥주를 마시다가 창업으로 이어진 일화다. 스완슨은 아무도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던 보이어 교수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알아보고 창업을 제안하고 투자했다. 실리콘 바이오밸리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바이오기업 과학자들이 동고동락하며 교류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 대전 역시 실리콘밸리와 같은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 다른 기업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저의 성공을 바라고 후원하는 이 지역 바이오 동료들이 눈에 밟혀 그럴 수 없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런 대전 소사이어티를 더욱 활발하게 해 바이오산업을 자라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전이 좋은 과학자를 발굴하고 멘토역할을 해주고 엔젤 투자그룹을 만들어 투자도 하는 그런 소사이어티가 됐으면 한다"면서 "바이오큐어팜이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