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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 슈퍼항생제 허가 2년 지나도 팔지않는 사연
입력 2017-05-10 07:05 수정 2017-05-11 09:04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산신약 최초로 미국 관문 통과 후 국내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가 시판승인 2년이 지났는데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주력 타깃 시장인 폐렴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발매 계획이다”라는 입장이다. 국내 발매를 고려할 당시 경쟁약물의 특허가 만료되며 경쟁심화로 시장성이 떨어진데다 예상보다 낮은 약가를 받으며 수익성도 낮아진 것도 발매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5년 4월 국내 허가를 받은 ‘시벡스트로정’과 ‘시벡스트로주’의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국내개발신약 24호로 허가받은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는 대표적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균(MRSA)'을 포함한 그람양성균이 유발하는 급성 세균성 피부 및 피부구조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제품이다. 개발 당시 기존 항생제 내성균 피부감염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슈퍼항생제로 각광받았다.
특히 시벡스트로는 국내보다 미국, 유럽에서 먼저 시판허가를 시작한 약물로 주목을 받은 약물이다. 동아에스티는 2006년 시벡스트로의 전임상시험을 완료했고 2007년 미국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큐비스트가 트리어스를 인수했고 큐비스트는 MSD에 인수되면서 현재 미국과 유럽 판권은 MSD가 보유 중이다.
시벡스트로는 2014년 6월 국내개발 신약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았고 2015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로부터 유럽 판매허가 승인을 획득해 현지 판매를 진행 중이다.
시벡스트로가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중인 것과는 달리 국내 판매를 지연하는 배경으로 동아에스티 측은 ‘시벡스트로의 낮은 시장성’을 이유로 제시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 폐렴 적응증 획득을 위해 글로벌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추가 적응증이 확보되면 발매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시벡스트로는 화이자의 ‘자이복스(성분명 리네졸리드)’의 경쟁약물로 자이복스와 효과·부작용이 유사하다는 내용의 임상시험을 토대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병원내감염 폐렴 △지역감염 폐렴 등 자이복스가 보유한 폐렴 적응증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경쟁약물에 비해 사용 범위가 제한적인 탓에 시벡스트로의 시장성이 개발 당시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자이복스의 국내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이복스는 지난해 국내 원외처방실적이 5억원에 그쳤다. 자이복스는 매년 5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다 2015년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특허만료와 함께 국내업체들이 자이복스의 제네릭을 내놓으면서 매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시벡스트로가 예상보다 낮은 보험약가로 등재되면서 발매 전략에도 차질을 초래했을 것이란 진단도 내놓는다.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의 시판승인을 받은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거쳐 지난해 1월 1병(주사제, 200㎎)에 12만8230원의 보험상한가로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자이복스주의 보험약가 3만8469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지만 환자들의 부담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일 가격이다.
시벡스트로는 성인에 1일 1회 총 6일 동안 투여한다. 자이복스는 1일 2회 10~14일 사용된다. 시벡스트로의 6회 투여 가격(12만8230원×6)과 자이복스의 최소 투여량 20회 가격(3만8469원×20)은 각각 79만9380원으로 동일하다.
시벡스트로가 자이복스에 비해 투여 횟수를 줄여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대체 약물이 있는 신약은 보험약가가 대체 약물의 최고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국내 약가제도의 원칙에 따라 사실상 동일 가격을 부여받았다.
여기에 자이복스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시벡스트로의 약가 산정기준도 떨어지는 불운도 겹쳤다.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가는 종전의 70%로 인하되고 1년 후에는 53.55%로 내려간다.
자이복스는 2014년 9월 특허가 만료돼 7만1838원에서 5만286원으로 30% 인하됐다. 1년이 경과된 2015년 9월 또 다시 약가가 특허 만료 전의 53.55% 수준인 3만8469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동아에스티와 건강보험공단이 시벡스트로의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만약 시벡스트로가 자이복스의 특허 만료 전인 지난 2014년 9월 이전에 약가 등재가 됐다면 종전 가격인 7만1838원이 비교 가격이 되면서 약 2배 가량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약 2년의 허가 시기 차이로 보험약가도 절반 가량으로 낮아지면서 시벡스트로의 시장성은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 됐다. 시벡스트로는 해외에서 완제의약품을 수입해 들여오기 때문에 자체생산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구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에스티 입장에선 시벡스트로의 국내 발매 시기를 늦추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여 등재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청구실적이 없는 약물은 급여목록에서 삭제한다. 식약처는 신약 허가 이후 6년 동안 원칙적으로 3000건 이상의 시판 후 조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판매금지 및 허가취소 처분을 내린다.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의 폐렴 적응증이 추가 되는대로 신속하게 시장에 발매하겠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벡스트로의 임상시험을 MSD가 주도하고 있어 발매 시기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MSD가 최근 면역관문항암제 등 시장 규모가 큰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탓에 다른 신약의 개발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벡스트로의 시장성이 낮아 국내 발매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내년께 폐렴 적응증이 확보되면 신속하게 발매할 계획이며,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