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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시리나 합병, 액체생검 암조기진단 위한 '신의 한수'
입력 2017-06-02 15:11 수정 2017-06-05 22:19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미국 그레일(Grail)과 홍콩을 기반에 둔 시리나(Cirina)가 지난달 31일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 초기 암을 진단한다는 미션을 이루기 위해 합병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그레일은 아시아 시장에서 제품개발, 상업화를 진행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협약을 단순히 시장확대로만 해석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두 회사의 핵심 기술경쟁력이 만나면서 암 조기진단이라는 숙제에 성큼 다가갈 수 있는 협약이기 때문이다.
그레일은 액체생검을 이용한 암조기진단으로 1조원을 펀딩받아 업계의 이목을 주목시켰던 기업이다. 그레일은 혈액 내에서 돌아다니는 유전물질인 세포유리 게놈(Circulating cell-free genome)으로 암을 스크리닝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아틀라스를 구축한다는 야심한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는 대규모 임상진행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레일은 CCGA(The circulating cell-free genome atlas study) 임상에서 1만명의 정상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cfNA(cell free nucleic acid, 세포유리 핵산)의 서열이 가지는 프로파일을 분석한다. 특정 암환자군에서 초기에 나타나는 유전적 이질성(heterogenity) 카테고리를 규명하기 위함이다. 이어서 올해 4월, 그레일은 12만명의 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STRIVE' 임상도 돌입했다. 당시 회사는 “앞으로 진행될 조기암진단을 위한 임상계획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리나 역시 혈액을 이용해 아주 초기단계부터 질환을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시리나의 공동창립자인 데니스 로(Dennis Lo)는 혈액을 이용한 비침습적 분자진단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최초로 비침습적 산전진단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로 세포유리 게놈(Circulating cell-free genome)를 이용한 조기진단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혈액을 이용한 조기진단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진다. 그레일은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를 이용해 암을 검출하는 방식이라면, 시리나는 암환자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DNA 상의 메틸기 변화(DNA methylation changes)를 추적하는데 집중한다. 각 회사가 가진 액체생검 기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레일이 체세포 돌연변이를 통해 암을 조기진단하는 이유는 실제 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시리나는 메틸화 분석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는 “메틸레이션은 조직 특이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tDNA(circulating tumor DNA, 혈액내의 종양 유래 DNA)에 포함된 DNA의 메틸화 변화로부터 암세포가 어느 암조직에서 유래했는지 알 수 있다”며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이 갖는 중요성은 두 회사의 차별화된 액체생검기술이 함께 사용될 경우 '더 정확한 암조기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항암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전의 항암제를 병용투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조기진단을 위해 액체생검 방식을 병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민감도(sensibility)/특이성(specificity)의 향상이다. 초기 암환자의 혈액 내에 매우 극미량의 ctDNA가 존재하기 때문에,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액체생검을 병용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암유전체 분야의 석학인 버트 볼게스타인(Bert Vogelstein) 존스홉킨스메디슨 박사는 '2017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액체생검 병용진단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현재까지는 체세포 돌연변이와 DNA 메틸화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이 주를 이룬다.
김 이사는 “두 기술이 합쳐지면 현존하는 고해상도 이미징 검사로도 검출되지 않는 아주 초기단계에 있는 암환자의 혈액에서도 돌연변이 분석을 통해 어느 조직으로부터 암이 유래했는지 알 수 있다”며 “초기 암환자, 더 나아가 일반인의 혈액에서도 초기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암 완치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프 후버(Jeff Huber) 그레일 대표는 "데니스로는 혈액 속의 핵산과 유전체에 관해 가장 저명한 과학자 중 한명"이라며 "그레일과 서리나가 가진 과학기술력을 합한다면, 조기에 암을 진단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로 서리나 공동창립자는 "인간이 가진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순환 DNA(circulating DNA)에 대한 과학적 지식으로 헌신할 수 있게됐다"며 "암조기진단을 글로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