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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1세대 김선영 교수 "창업, 바이오산업의 'MUST'"
입력 2017-06-21 07:06 수정 2017-06-21 07:2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성장절벽에 직면한 한국경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바이오산업, 특히 레드바이오(Red biotechnology)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바이오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많은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 역시 이 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최근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바이로메드 본사에서 만난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없이 추진되는 많은 것들은 결국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것. 그는 1996년 학내 벤처로 바이로메드를 설립한 1세대 바이오 창업가로 현재 과학총괄 이사(CSO)직을 맡고 있다.
김 교수가 말하는 바이오산업에서의 창업은 그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MUST) 해야하는 것'으로서 이 산업의 본질이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은 작은 연구실에서 나온 물질이나 기술을 개발해 블록버스터까지 키우는 작업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그 출발은 매우 작은 스타트업 즉 창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은 거의 모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얻은 연구 성과로 창업해 나왔다"라면서 "창업 활성화 없이는 바이오산업이 자랄 수 없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실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연구 인프라를 갖춘 대학에서 창업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3상에 돌입한 우리 기업들의 유전자치료제가 3개나 되는데 이 모두 한국의 대학이나(바이로메드, 신라젠) 미국 연구소의 연구원(코오롱생명과학)이 창업을 주도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창업 환경은 열악하다. 김 교수는 " 많은 대학에서 창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에는 부교수 이상이 돼야 창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창업은 시간 날 때 하는 부차적인 일이다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둔 창업이나 도전적 기업활동(entreprenurial activities)을 통한 사회 기여는 연구, 교육과 더불어 교수의 고유 업무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부, 산업부, 미래창조과학부가 각각 역할을 맡아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현행 체계도 산업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바이오는 기초과학, 실용화 연구, 공정 개발, 임상시험 등이 상호 연계성을 가지고 전주기에 걸쳐 관리되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특성을 간과한 것. 부처간 협업이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 인위적 영역 설정은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융복합적 성격이 강한 바이오산업은 기초과학, 의학, 생산, 임상 등 모든 것들이 잘 연결돼야 하는데, 현 구도로는 바이오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부터 과제 기획, 사업 진행 모니터링까지 일원화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예산의 기획과 배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바이오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기구가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인력난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석박사 타이틀을 가진 고학력자는 많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대학원에서 논문 내는 것은 가르치지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제품 개발에 대한 과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아직 영세해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인력 공급은 넘쳐나다 보니 이들의 연봉이 낮아 분야 종사자들의 사기도 높지 않은 편이다.
김 교수는 이날 바이로메드에 있어서는 2018~2019년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곡 이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임상 3상 2개( 당뇨병성 신경병증, 허혈성 당뇨병성 족부궤양) 결과가 그 때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바이로메드의 최대 목표는 VM202를 좋은 가격으로 기술이전하기 위해서 임상 3상을 잘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FDA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사람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경력자 등을 뽑아 기술 이전과 시판허가를 준비하는 전문 조직도 꾸렸다.
김 교수는 "2020년 경 미국에 시판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면서 "2025년까지는 유전자치료 분야에서는 1개 제품당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되고 싶다. 블록버스터를 개발해 제넨텍, 암젠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