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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il, 2건의 깜짝뉴스중 'NEJM 논문' 의미

입력 2017-08-21 14:10 수정 2017-08-22 14:41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김태형의 게놈이야기]그레일과 합병한 시리나, 액체생검 기반 최초 조기암 진단 스크리닝 임상연구 발표

조기 암 진단 (early cancer detection)을 목표로 하는 회사 그레일(Grail)이 8월 한 달 동안 두건의 놀랄 소식을 전해왔다. 하나는 제프 후버(Jeff Huber)가 CEO로 취임한지 2년도 채 되기 전인 18개월만에 조기 퇴임을 하고 일루미나 벤처(Illumina Ventures)의 고문이였던 '빌 래스터(Bill Rastette)'가 새로운 CEO가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레일이 합병한 시리나(Cirina)에서 세계 최초로 '조기 암 진단(Early Cancer Detection)'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임상 연구는 데니스 로(Dennis Lo) 박사와 알렌찬(Allen Chan), 로사 치우(Rossa Chiu) 등 홍콩중문대학(CUHK)의 멤버들과 시리나가 공동으로 수행하여 2017년 8월 10일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Analysis of Plasma Epstein–Barr Virus DNA to Screen for Nasopharyngeal Cancer'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대규모 임상연구는 홍콩의 2만여명의 건강한 남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중국 남부에서 매우 빈번히 발생하는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ncer)'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할 수 있음을 3년 여 동안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였다.

비록 혈액 내 다른 정상 세포 DNA와 비교하면 종양세포의 DNA는 매우 극미량 존재해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암의 원인이 되는 엡스타인-바(Epstein–Barr) 바이러스의 DNA를 찾는 것에는 성공하여 임상 적용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1977년에 레온 (Leon SA)이 처음 '죽은 암세포에서 유래된 DNA(Cell free tumor DNA)'를 어떻게 탐지하고 분석하는지를 연구한 이후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한 암의 진단이 유전체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 이 시점에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혈액을 이용한 액체생검을 통해 조기 암 검사의 가능성을 가늠케 해주는 결과로써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조기암 검사에 대한 상업적 요구와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그레일(Grail)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1조 1000억원을 투자 받았으며 2017년 5월에는 데니스 로가 공동 창업자로 있는 시리나(Cirina)를 합병하여 여러 가지 중요한 특허를 확보했다. 이번 데니스 로의 비인두암 조기암 검사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 그레일이 전 세계 최초의 조기암 검사 서비스를 아시아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준비할 수도 있을 듯 하다.(데니스 로는 최근 공식적 인터뷰를 통해 상업적 서비스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정확한 서비스 일정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NEJM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액체생검 기반의 조기암 진단 임상연구에 있어서는 얼마나 치밀하고 영리하게 임상연구를 디자인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간단하게 아이디어를 정리해보자면, 모든 비인두종양 세포에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게놈이 보통 50 카피가 존재하는데 그들은 이를 검출하고자 특정 서열을 10배 증폭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정상 DNA의 만분의 일의 극소량에서 검출하는 혈액 기반 조기암 검사 기술들보다는 500배 증가한 타깃을 통해 조기암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데니스 로와 홍콩 의사 그룹은 암 증상이 전혀 없는 홍콩인 중년 남자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DNA를 추적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였다. 임상연구에 참여한 40세~62세 사이의 2만 174명의 중국인 남자(인구 통계학적으로 여성이나 젊은 남성보다 이 중년 남자 그룹이 비인두암 발병률이 높다.) 중 첫 번째 검사에서 1112명의 남성에게서 앱 스테인-바 바이러스(EBV, Epstein–Barr Virus) DNA가 발견되었고 4주 후에 이 그룹을 다시 검사한 결과 309(1.5%)가 혈액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연구 및 내시경(약 10만원)과 MRI(약 100만원) 검사를 진행한 결과 309명 중 11%에 해당하는 34명이 비인두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들 중 16명은 매우 초기 단계 암에서 발견되었다. 비인두암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진행성 암 상태에서 발견되는데 이 연구에서는 초기에 발견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가 있다.

34명 중에 한 명을 제외한 환자들은 모두 방사선 치료를 통해 치료가 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기존 비인두암의 5년 생존율이 60%인 것 에 비해 매우 높은 생존률을 보였다. 이와 동시에 음성 결과를 받은 1만 9000명의 남자 중 단 한 명만이 비인두암에 걸려 한건의 위음성 결과(False Negative)를 보였다.

만약 이 기술이 초기 단계 비인두암을 발견 하는 것에 임상 적용 가능하다면 초기 치료와 함께 말기 암으로 진행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비인두암에 특별히 종양 세포에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검사가 훨씬 쉽고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약 100만원 비용이 드는 그레일 방식에 비해 데니스 로의 기술은 훨씬 저렴한 약 3만원에 DNA검출이 가능했으며 기존 암 스크리닝 결과와 비교했을 시에도 꽤 좋은 성적이다. 남중국인 남성 593명을 이 선별검사를 통해 스크리닝 하면 3000만원의 비용으로 한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있는데 이는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1000명의 남성들에서10년간 PSA 검사를 수행해야 한 명을 살릴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좋은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검사의 한계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 최종적으로 양성반응을 보인 고위험도군 309명의 남성들 중 실제로 3년 내에 암에 걸린 사람은 34명뿐, 사실상 양성 검사 결과를 받은 대부분은 암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인두암은 EBV 감염 발생이 높은 중국 남부에서 10만 명당 35건 발생으로 흔한 암 종인데 반해 미국에서는 10만 명당 1건 미만이다. 즉, EBV 감염과 비인두암 발병률은 관련성이 높으며 본 연구의 혈액 검사는 엡스테인-바 바이러스 감염 발생이 높은 지역에서는 실제 검사 비용이 낮아 유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서양인들에게는 임상적 활용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기술은 직접적으로 암세포 DNA를 검출한 것이 아니라 인체 내 자연적으로 증폭되는 바이러스 DNA를 검출해낸 것이므로 바이러스와 관련 없이 발생되는 종양 DNA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1/500배 더 극소량으로 존재할 때도 검출 가능한 기술이 필요하다. 즉, 바이러스 원인인 암을 제외하고는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데니스 로와 그의 동료들의 혈액에서 암 검출에 성공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해결한다면 향후 몇 년 안에 그레일이 아시아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첫 상업적 혈액 조기 암 검사 서비스를 론칭 할 수 있지 않을까 큰 기대가 된다.

참고 문헌

- Leon SA, Shapiro B, Sklaroff DM, Yaros MJ. Free DNA in the serum of cancer patients and the effect of therapy. Cancer Res. 1977;37(3):646-650.

- K.C. Allen Chan et al. Analysis of plasma Epstein-Barr virus DNA to Screen for nasopharyngeal cancer. Engl J Med 2017; 377:513-522.

- Cancer blood tests score early success: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8601/cancer-blood-tests-score-early-success/

- Can a ‘liquid biopsy’ detect cancer and save lives?: https://www.statnews.com/2017/08/09/liquid-biopsy-detect-cancer/

- Prospective Nasopharyngeal Carcinoma Screening Using Plasma Epstein-Barr Virus DNA Analysis: https://clinicaltrials.gov/show/NCT02063399

- NEJM Quick take video summary : http://www.nejm.org/do/10.1056/NEJMdo005182/f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