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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의약품의 반격과 바이오시밀러의 양극화
입력 2017-08-23 09:54 수정 2017-08-25 08:32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TNF-알파 억제제 시장 판도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애브비의 ‘휴미라’가 가파른 상승세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TNF-알파 억제제 시장 규모는 79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했다. TNF-알파 억제제는 종양괴사 인자(TNF-α)가 발현되는 것을 억제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TNF-알파 억제제의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2분기 231억원에서 지난 2분기 408억원으로 4년 만에 76.6% 증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으로 대표되는 TNF-알파 억제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012년부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놓은 이후 약값이 내려가면서 수요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 매출을 살펴보면 애브비의 ‘휴미라’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3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4.5% 상승한 수치다.
휴미라는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매년 완만한 성장 흐름을 나타냈고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2.5%, 16.3% 증가했다. 지난 2분기 기준 TNF-알파 억제제 시장에서 휴미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43.2%에 달했다. 나머지 56.8%를 총 6개 제품이 나눠갖는 셈이다.
휴미라의 가장 큰 장점은 TNF-알파 억제제 중 가장 많은 14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방사선학적으로 강직성 척추염이 확인되지 않는 중증 축성 척추관절염, 건선, 건선성 관절염,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18세이상), 소아 크론병(6세~17세), 다관절형 소아 특발성 관절염(2 - 17세), 베체트 장염, 화농성 한선염, 소아 판상 건선, 소아 골부착부위염 관련 관절염, 비감염성 포도막염) 등 처방영역이 광범위하다.
한국애브비 관계자는 “다양한 면역 질환들에 대한 치료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해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고 치료가 힘든 질환 환자 치료제로 14개의 적응증을 취득했다"라면서 "환자의 투약 경험 개선을 위해 주사 보조구 ‘휴플러스(HuPlus)’를 제작해 처방 받은 환자 대상으로 무상 공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얀센의 ‘레미케이드’는 상반기 149억원의 매출로 지난해보다 2.9% 늘었다. 레미케이드는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시장 침투 이후에도 90억원 안팎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화이자의 ‘엔브렐’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8.5% 감소한 90억원의 매출로 TNF-알파 억제제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엔브렐은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무려 42.3% 감소했다. 지난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발매로 엔브렐의 보험약가가 30% 인하되면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점유율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화이자는 자동주사 방식으로 자가주사가 가능한 펜타입의 ‘엔브렐마이클릭펜’의 출시를 예고, 반격을 벼르고 있다.
국내 기업이 최근 내놓은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현재까지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희비가 확연히 엇갈리는 분위기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상반기에 84억원어치 팔리며 전년보다 13.8% 성장했다. 지난 2012년 말 국내 발매된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와 같은 ‘인플릭시맵’ 성분의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램시마는 지난 2분기 기준 TNF-알파 억제제 시장에서 10.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10%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램시마는 인플릭시맵 성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32.0%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는 상반기 매출이 4억원에 불과했다.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브렌시스는 지난 2015년 12월 국내 발매 누적 매출이 7억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에서 ‘베네팔리’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인 브렌시스는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에서 1억5400만달러(약 1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정작 원 개발국에서는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램시마가 발매 직후인 2013년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 역시 지난해 7월 발매 이후 아직 존재감을 알리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