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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신약 1호' 대웅제약의 잠재력과 정중동 R&D행보
입력 2017-08-28 07:00 수정 2017-08-28 09:27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1945년 8월 15일 설립된 ‘해방둥이’ 대웅제약은 1997년 국내개발 바이오신약 1호 ‘이지에프외용액’을 내놓으며 일찌감치 ‘신약개발 제약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20년 동안 26개의 국산신약이 개발됐지만 안타깝게도 대웅제약은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회사의 외형은 연 매출 8000억원대로 성장하며 국내 의약품 시장 판도를 이끌고 있는 것에 비해 신약개발 성과가 부진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대웅생명과학연구소에서 만난 한용해 연구본부장(55)은 “대웅제약의 신약개발(R&D) 저력은 충분하다. 그동안 미래를 위한 많은 준비가 됐다”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초 대웅제약 R&D 사령탑으로 발탁된 한 본부장은 '유학파 1세대' 출신의 R&D 전문가다. 한 본부장은 서울대 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에서 10여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 귀국 이후 바이오벤처 엔지캠생명과학에서 2년여간 신약개발에 참여했고 국제 특허 10건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년 동안 신약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R&D 활동을 꾸준히 지속했다. 2011년부터 6년간 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 지난해 투입한 R&D 비용은 1078억원으로 매출의 13.6%에 달한다. 지주사 대웅과 함께 투입한 R&D 비용은 1165억원으로 매출 대비 14.7%를 차지한다. 지난해 R&D 비용을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국내제약사는 대웅제약과 함께 한미약품, 녹십자, 종근당 등 4곳에 불과하다.
◇신약 과제 재정비..항궤양제ㆍ섬유증치료제 등 8개 신약 글로벌 정조준
대웅제약은 한 본부장의 영입을 계기로 글로벌 생산관리센터, 임상센터, 오픈콜라보레이션(Open Collaboration) 사무국을 신설하며 연구본부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글로벌 생산관리센터는 대웅제약의 국내외 생산기지와 한올바이오파마, 대웅바이오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임상센터는 세계적 수준의 임상데이터 관리 강화를 목표로 기존 임상팀에서 격상됐다. 오픈콜라보레이션 사무국은 외부 R&D과제와 협력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 본부장은 지난 8개월간 대웅제약 R&D 과제를 지켜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굉장히 좋다”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그는 “최근 대웅제약의 R&D 파이프라인을 냉정하게 들여다봤다.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경쟁력이 우수한 신약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신약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축적하는 과도기 단계였다는 게 한 본부장의 진단이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최근 들어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대웅제약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8월28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3건으로 2011년부터 5년 동안 승인받은 건수(25건)에 육박한다. 겉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약개발 행보가 점차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대웅제약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개발하면서 그동안 축적한 R&D노하우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선진 의약품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항궤양제, 당뇨치료제, 신경병증통증치료제, 항진균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2종, 섬유증치료제, 순환기염증치료제 등 8개 신약을 집중 개발 과제로 재정비했다. 이 중 4종(자가면역질환치료제 2종, 섬유증치료제, 순환기염증치료제)은 'First-in-class'이며 나머지 4종은 'Best in class'다.
이 중 항궤양제 ‘DWP14012'는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약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뛰어넘는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다. PPI 계열 약물보다 약효 발현 시간이나 지속 시간이 길고, 특정한 약물대사효소에 의해 대사되지 않아 환자마다 균일한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아직 뚜렷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6월 임상2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고 이달 초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섬유증치료제는 콜라겐과 같은 섬유성 결합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돼 장기나 피부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증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현재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적이어서 잠재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 단계가 마무리됐는데 동물실험 결과 기존 치료제가 갖는 독성이나 부작용을 극복한 약물이라고 한 본부장은 소개했다. 류마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등을 목표로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를 비롯해 나머지 산약 과제도 기존에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거나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약물로 평가된다.
한 본부장은 “최근 R&D과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연구자, 투자자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결과 일부 과제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로 지목됐다. 이미 일부 과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라고 소개했다.
◇경쟁력 개선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자체개발 개량신약 美 진출 가시화
대웅제약은 바이오신약 1호 ‘이지에프외용액’을 개발한 노하우를 살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이지에프 이외에도 1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평가받는 빈혈치료제 ‘에포시스’, 성장호르몬 ‘케어트로핀’ 등 다수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해외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도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나보타의 미국 시장 진출은 대웅제약의 글로벌 시장 본격 데뷔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한 본부장은 내다봤다.
대웅제약은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고품질의 차세대 제품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본부장은 할 계획이다. 한 본부장은 “이미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기간을 늘려주는 플랫폼기술을 도입했다”라고 했다.
줄기세포치료제 분야도 대웅제약이 지목한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 대웅제약은 강스템바이오텍, 서울대병원 등과 줄기세포 개발에 대한 협업체계를 맺고 아토피피부염, 크론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한 본부장은 “대웅제약이 보유한 배아유래중간엽줄기세포 기술의 경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오랫동안 계대배양해도 줄기세포 특성이 유지되는 등 차별화된 장점을 갖춰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기대했다.
한 본부장이 바이오의약품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믿는 구석’이 있다. 인적 물적 인프라가 크게 강화됐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특화된 ‘대웅 바이오센터’를 개소했다. 지하 2층, 지상 3층의 연면적 7246㎡ 규모로 건립된 대웅 바이오센터에서는 줄기세포를 포함한 재생의료 분야와 대장균 유래 바이오의약품, 항체분야 등의 연구가 진행된다. 대웅 바이오센터에는 재생의료분야 연구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줄기세포 임상시료와 제품생산이 가능한 GMP시설을 확보했고, 협업을 원하는 연구자의 연구과제 관리와 검증을 모두 진행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도 배치됐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전복환 전 제넥신 부사장을 바이오센터장으로 영입,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 센터장은 지난 30년간 녹십자, 셀트리온, 제넥신 등에서 세포배양 백신, 단백질치료제, 항체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2015년 인수한 한올바이오파마도 대웅제약 신약개발 능력의 업그레이드를 기여할 우군이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함께 면역항암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한 본부장은 “대웅제약이 지금까지 동시에 이렇게 많은 신약을 개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최근 R&D 활동이 활발하다. 신중하면서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개량신약과 제네릭 제품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대웅제약은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올로스타’(성분명 올메사르탄+로수바스타틴)의 미국과 유럽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올로스타와 같은 조합으로 구성된 복합제가 없어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게 한 본부장의 진단이다. 항암제 ‘루피어’도 미국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단계다.
◇"글로벌 시장 경험과 대웅 R&D 노하우 접목 시너지 기대
한 본부장은 그동안 NIH, BMS, 엔지켐생명과학 등에서 축적한 경험을 대웅제약의 R&D노하우에 접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자신했다. 한 본부장은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과 무수히 많은 일을 했다. 엔지켐생명과학에서는 신약 관련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과제를 2년 만에 FDA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자평했다.
대웅제약은 최근 항생제 제네릭 ‘메로페넴’의 FDA 승인 경험이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메릴랜드에 미국 진출을 위한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12년 FDA에 메로페넴의 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4월 미국 현지에 발매했다. 메로페넴은 대웅제약이 FDA 허가를 받은 첫 약물이다. 국내 개발 제네릭 중 미국시장에 진출한 제품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한 본부장은 “우여곡절 끝에 FDA 승인을 받은 경험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이미 다수의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바이오의약품 합작회사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하고, cGMP 수준의 생산기지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 1월부터 적혈구 생성(EPO) 조혈제인 ‘에포디온’을 생산·판매 중이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 심양에 위치한 제약회사 바이펑(Liaoning Baifeng)을 인수했고,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인도, 필리핀, 일본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한 본부장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네트워크와 대웅제약이 차근차근 준비한 R&D 노하우에 접목하면 조만간 글로벌 무대에서도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