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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의 신약연구史]사이토카인의 발견, 부활하기까지
입력 2018-04-13 12:45 수정 2019-10-22 07:15
남궁석 충북대 교수
지난 연재에서는 ‘콜리의 독소’ 등과 같은 극히 원시적인 ‘면역항암치료’의 원류에 해당하는 시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 연재분에서는 오늘날 각광받고 있는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나 면역세포치료제와 같은 치료법이 나오기 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았던 사이토카인(Cytokine)의 발견과 이의 항암치료제로의 응용 시도,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인터페론과 인터루킨의 발견
사이토카인(Cytokine)은 주로 면역세포에서 분비되어 다른 세포에 신호전달을 수행하는 작은 단백질들을 총칭해서 일컫는다. 사이토카인의 발견은 195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 출신의 바이러스학자 장 린덴만(Jean Lindenmann, 1924-2015)과 알릭 아이삭(Alick Isaacs, 1921-1965) 은 당시 ‘바이러스 간섭’(Virus Interference)이라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바이러스 간섭이라는 현상은 세포가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이들은 이의 기전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하던 중 열처리로 죽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세포에 첨가하면 살아있는 세포는 나중에 살아있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의 내성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들은 이렇게 죽은 바이러스 추출물에 반응하여 세포가 어떤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 물질을 ‘인터페론’(Interferon)이라고 이름지었다[1]. 이후에 인터페론이 많은 동물의 조직과 세포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인간 백혈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인터페론이 세포 외부로 방출되는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인터페론의 화학적인 실체가 알려진 것은 인터페론의 생물학적인 활성이 알려진 지 20여년이 지난 1978년이 되어서였다[2].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혈구에서 분비된 인터페론을 순수한 단백질로 정제하여, 인터페론이 분자량 17,500달톤 정도의 단백질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렇게 정제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분석을 통하여 인터페론에는 여러 종류의 서브타입, 즉 IFN-α과 IFN-β 및 IFN-γ의 3개의 그룹으로 나뉘는 약 20여종의 인터페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후속 연구를 통하여 인터페론은 IFNAR1과 IFNAR2로 구성된 리셉터에 의해 인식되어 단백질 타이로신 인산화효소인 Tyk2/Jak1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STAT1/STAT2 신호전달경로를 통하여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에 관련한 다수의 유전자 전사를 활성화시켜, 다양한 면역세포에서의 면역반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3].
한편 대표적인 사이토카인 중의 하나인 인터루킨-2(Interleukin-2)가 발견된 경로는 조금 색다르다. 본 연재의 초반기에 소개된 것처럼, 1970년대 미국의 의과학연구는 닉슨 행정부가 주창한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라는 캠페인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즉 대부분의 의과학 연구자들은 정부의 엄청난 연구비 투자에 유혹되어 암의 발생기전 탐구에 관심을 가졌고, 이때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토픽 중의 하나가 인간에서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된 레트로바이러스의 탐색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