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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 R&D 차별성.."'first-in-class' 신약개발 가속도"
입력 2018-06-05 09:46 수정 2018-06-05 10:19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제일약품은 기존의 비즈니스에서 나아가 혁신신약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는 약을 만들수 있을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우리의 전략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군(medical unmet needs)이 높은 분야를 타깃하고, 빅파마와 딜이 될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제를 선정해나가는 접근법이 다르다. 적응증(indication)에 집중해 개발하기 보단 타깃을 먼저 정한 다음에 적합한 적응증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김정민 제일약품 연구소장이 소개한 제일약품의 R&D 차별성이다. 김 연구소장은 이전 LG, 녹십자에서 근무하면서 저분자화합물, 항체의약품, 세포치료제, 백신 등의 감염질환 치료제 연구까지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2012년 제약약품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다시 되살리고, 동시에 여러가지 신약 후보물질 프로그램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진행한 R&D의 결실이 나오기 시작한 걸까. 제일약품은 최근 본격적으로 신약연구 회사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 임상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는 3개로 그밖에도 'first-in-class' 기전을 가진 신약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제일약품 본사에서 바이오스펙테이터를 만난 자리에서 회사의 파이프라인이 핵심 파이프라인이 가진 차별성과 진행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JPI-289, 기존 뇌졸중치료와 병용요법 타깃
김 연구소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신약은 제일약품의 파이프라인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프로젝트인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인 JPI-289로 임상2a상 단계에 있다. 김 연구소장이 오기 전, 미국 식약처에 신약승인신청서(IND, 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를 제출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중단됐던 프로젝트다. 그러나 김 연구소장은 JPI-298가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뇌졸중 환자에 주로 처방되는 약은 혈전용해제인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가 유일하다. 반면 PARP-1(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제인 JPI-289는 작용기전상 뇌세포 괴사로 인한 세포사멸(necrosis) 및 세포자멸(apoptosis), 염증(inflammation)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의 약물이라는 것. 제일약품은 JPI-289와 tPA/혈전절제술(thrombectomy)을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 신약승인을 받을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뇌졸중 치료제는 고위험고수익(highest risk highest return) 과제로 남들이 하지 않는 과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이전에 식약처에서 IND 승인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전임상에서 동물모델에 나타난 유전독성이었는데 데이터 퀄리티가 의심스러웠다, 물질자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다시 전임상 실험을 의뢰한 결과 과거의 결과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은 실제 임상에서도 증명되고 설명했다.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acute ischemic stroke)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을 하는 임상2a상에서 특별한 안전성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코호트1(cohort 1)에서 부작용을 보면 12명의 임상대상에서 96건의 이상반응 발생했는데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은 3명에서 5건이 발생했다. 김 연구소장은 "안전성검토위원회(DSMB)에서 임상결과를 검토한 결과 부작용 등 특별한 문제가 없어 cohort 2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여러가지 난점이 있다는 것. 김 연구소장은 뇌졸중 신약개발의 바틀넥으로 "사실상 뇌졸중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또한 100여개의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갔다 실패했기 때문에 과제를 추진해야 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제일약품이 JPI-289의 가능성을 본 이유는 현재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는 같은 기전의 후보물질인 미쯔비시 다나베의 'MP-124'와 비교했을 때 원숭이에서 더 우수한 효력을 갖는 데이터를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일약품이 시장성을 엿보는 이유로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JP-547, first-in-class 'PARP/Tankyrase' 이중 저해제
차세대 항암제인 JPI-547는 김 연구소장이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과제다. JP-547은 PARP/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저해제(dual inhibitor)다. 김 연구소장은 "PARP는 다양한 암종에 걸쳐 높게 발현하는 요소로 PARP를 타깃하는 항암제는 많다"며 "그러나 JP-547은 'first-in-class' 약물로 PARP 저해제와는 동종계열의 약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PARP는 DNA 회복을 돕는 효소로 정상조직에는 낮게 발현하지만 종양세포에서 그 발현율이 500배까지 증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PARP를 타깃하는 약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오라파립, 테사로의 니라파립(niraparib), 클로비스온콜로지의 루카파립(rucaparib) 등이 시판돼 있다.
제일약품은 PARP와 함께 Tankyrase를 동시에 막아 기존의 PARP 저해제가 저조한 활성을 보이는 변이 및 암종으로 적응증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PARP 저해제는 유방암, 난소암에서 높은 활성을 보이는데 제일약품은 현재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로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소장은 "우리의 물질이 'first-in-class'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장암 신규 바이오마커를 찾아 특허출원을 하는 단계다"며 "환자에게 맞춰 처방하는 현재 정밀의학 트렌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MX-1 세포주를 심은 종양동물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제일약품은 오라파립 대비 우수한 항암효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소장은 "MX-1은 오라파립이 활성을 나타내지 않는 유방암 세포주(mBRAC2)로 오라파립은 효과가 없지만 우리 약물의 경우 종양이 거의 성장하지 않는 것을 관찰했다"며 "그밖에도 가장 시장이 큰 비소세포폐암에서도 항암효과를 확인했는데, 각각 PARP와 Tankyrase를 타깃하는 약물은 이론적으로 항암기전을 가지지만 임상에서는 큰 효능이 없었던 암종이다"고 설명했다. 제일약품은 면역항암제인 PD-1 항체와 시너지 효과도 테스트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우리는 블록버스터 약물의 가능성이 있다고 자부한다"며 "우리가 처음으로 발굴했던 JP-547에 대한 바이오마커는 대장암에서 7% 발현하는 인자로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항암신약단에서 지원을 받게 된 계기다"고 강조했다. JPI-547는 2015년 8월 항암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돼 전임상 단계부터 임상까지 지원받는다.
JP-547 진행계획에 대해 김 연구소장은 "작년에 IND 승인을 받아 임상1상 단계에 있다"며 "임상2상 단계에서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인 임상1상에서 암종에 따른 약물 반응성을 테스트하겠다는 목표다.
◇언멧니즈 타깃하는 역류성식도염, 당뇨병 신약
이밖에 임상단계에 있는 다른 후보물질로는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인 'JP-1366'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JP-1366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로 계열의 위산분비억제제다. P-CAB 계열약물은 현재 역류성식도염 1차 치료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약물의 한계점인 느린 약물 발효시간 및 짧은 약물 지속시간과 반드시 식전복용을 해야된다. 또한 CYP2C19 유전자의 다형성이 높아 약물의 개인차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P-CAB은 PPI 계열 약물보다 발효시간이 3배정도 빠르며 위산분비 억제효능이 지속적이기 때문에 취침 시간에도 약물이 작용한다. 또한 식사여부와 관계없이 복용가능하며, 낮은 약물상호작용 및 약물 순응도가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P-CAB 계열 약물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다케다, CJ헬스케어, 대웅제약 등 다른 제약사도 도전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동물실험에서 best-in-class 약물인 takeda의 'vonoprazan(TAK-438)'와 비교해 효력이 우수하며, 간독성 문제를 극복했다"고 언급했다.
1형 당뇨병의 인슐린을 대체하는 후보물질인 JP-2266은 올해 IND 승인 획득을 목표로 전임상 GLP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새로운 접근법을 가진 당뇨치료제도 도전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당뇨병의 근원적인 발병 원인을 세포소기관의 기능 회복 및 재생에 관여하는 자가포식으로 규명하여 이를 조절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률을 현저히 낮추고자 하는 개념이다"며 "선도물질을 발굴하고 있는 단계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전임상 단계에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 치료제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