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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이어 '휴미라' 탄생 산파에 노벨화학상
입력 2018-10-04 11:26 수정 2018-10-04 11:30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효소와 항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한 미국과 영국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특히 단백질 진화시키는 기술인 '파지 전시(phage display)'는 휴미라 등 항체 바이오의약품 탄생의 효시가 됐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 개발의 주역을 수상자로 선정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도 닮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 프란시스 H. 아놀드(62·캘리포니아공대)와 조지 P. 스미스(77·미주리대), 영국의 그레고리 P. 윈터(67·케임브리지대 MRC분자생물학연구소)를 20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놀드 교수는 효소의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 of enzymes)를 다른 2명은 항체와 펩타이드의 파지 전시(phage display)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은 유전적 변이와 선택이라는 원리를 인류의 화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백질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고 수상배경을 밝혔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5번째 여성 수상자인 아놀드 교수는 화학 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효소(enzyme)를 디자인하는데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 방법을 수행한 연구의 선구자다. 유도 진화는 효소, 대사 경로, 유전적 조절 회로, 유기체 등 유용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아놀드 교수는 1993년 처음으로 효소에 대한 유도 진화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새로운 촉매 반응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 일상적으로 쓰이는 방법으로 재정리했다. 아놀드 교수의 방법으로 생산된 유도 진화 효소는 더 진화적이고 친화적으로, 바이오 연료부터 제약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데 활용된다.
스미스 교수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가 새로운 단백질을 진화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파지 전시(phage display)’ 방법을 개발했다. 파지는 유전정보를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는데, 특정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파지의 외피 단백질 유전자에 주입하는 기술이 파지 전시다. 스미스 교수는 1985년 사상 파지(filamentous phage)의 유전자 Ⅲ에 펩타이드를 주입해 융합함으로써 처음 파지 전시 기술을 선보였다.
윈터 박사는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유도 진화 항체를 위해 파지 전시 기술을 이용했다. 단일클론 항체를 치료법으로 사용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 결과 개발된 첫 의약품 아달리무맙(adalimumab, 제품명 휴미라)은 2002년 승인받아 류마티즈 관절염, 건선,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파지 전시 기술로 독성을 중화시켜 자가 면역 질환에 대응하고 전이성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도 개발되고 있다.
이번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1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금의 절반은 아놀드에게 수여되며 나머지 절반은 스미스와 윈터가 50%씩 나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