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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자 화합물로 체세포→맞춤 세포치료제 개발”

입력 2019-06-21 13:10 수정 2019-06-21 13:10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김경규 성균관대 교수, 환자 체세포에 유전자 발현 조절하는 저분자 화합물 적용해 치료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플랫폼 기술 소개… “퇴행성뇌질환, 근육질환, 척수손상 치료제 개발 가능”

“저분자 화합물로 체세포→맞춤 세포치료제 개발”

“세포의 정체성은 어떤 순간에 특정 유전자가 온/오프(on/off)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면 원하는 세포를 만들수 있는 것이다. 개발한 플랫폼은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해 원하는 세포로 전환하는 기술로 희귀 및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재생 개념의 세포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하다.”

김경규 성균관대 교수는 20일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19년 제1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세포치료제로 사용되는 줄기세포의 종양가능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전환 플랫폼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 및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세포는 줄기세포로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여러 개의 제품의 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면역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고 재생 치료 효과(paracrine effect) 등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와 더불어 높은 종양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사용이 어렵다.

김 교수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분화줄기세포(iPS cell)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종양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역분화 과정에서 유전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분화줄기세포 치료제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환자로부터 피부 섬유아세포(dermal fibroblast)를 채취하고 유전물질을 이용해 세포를 재설정(reprogramming)하는 과정을 거쳐 역분화줄기세포로 배양한다. 이 재설정 과정은 최소 1개월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다시 원하는 세포로 재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치료제로 개발하게 된다.

김경규 교수는 체세포에 저분자 화합물을 적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세포로 직접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 및 윤리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유전자 발현 조절을 위해 유전물질이 아닌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함으로써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고 원하는 세포로 직접분화 하기 때문에 종양유발 위험성이 없고 빠른 시간안에 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경규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환자에게서 얻은 섬유아세포에 후성유전체 변환 또는 세포 신호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진 저분자 화합물을 처리해 가소성 세포화한 뒤, 성숙단계에서 원하는 형태의 세포로 유도하는 저분자 물질을 적용해 변환시킨다. 이후 배지 배양을 통해서 세포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총 10일의 기간 안에 이뤄진다.

그렇다면 세포의 유전자 유도를 위해 사용되는 저분자 물질은 어떻게 선별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신호 조절자로 사용되는 물질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기승인된 화학합성물 라이브러리에서 스크리닝을 거쳐 발굴된다”고 설명했다.

김경규 교수는 실제로 섬유아세포에 선별된 저분자 물질을 혼합적용(cocktail) 적용하는 실험을 통해 신경세포, 슈반세포, 성상세포 등으로 분화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환자 세포에 저분자 화합물을 혼합적용하고 15일 이내 원하는 세포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각각의 예를 설명했다. 가장 먼저 고도 비만 치료를 위해 환자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갈색지방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갈색지방세포는 지방을 소비해 열을 발생시키는 세포로 신생아 시기에 가장 많고 성장함에 따라 수가 줄어든다. 갈색지방세포를 이용해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면 중추신경계 부작용 없이 국소의 지방조직에서 지방산화를 증가시킴으로써 고도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

신경세포로 전환시킴으로써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고 유전자발현 분석을 통해 섬유아세포가 신경세포로 전환된 것을 확인했으며 도파민 뉴런으로 분화한 것도 관찰했다. 이는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에 치료제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경교세포로 전환해 척수손상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척수 신경 손상은 매년 1만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질환의 특성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에서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0억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시장 형성이 예상된다.

김 교수는 세포 전환 프로토콜을 통해 세포가 전환된 것을 세포 모양, 바이오마커의 발현, 유전자 발현 등을 통해 검증했다. 그는 “실제로 슈반세포, 성상세포 등의 특징적인 유전자가 발현하고 섬유아세포의 바이오 마커는 감소하고 신경교세포 마커는 증가한 것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환된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분석한 결과 운동신경세포(motor neuron)의 축삭 길이가 증가, 신경세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재생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말초 및 척추 신경을 손상시킨 동물모델에게 해당 세포를 적용하자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고 행동분석 결과가 유의미하게 호전됨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전환된 신경교세포의 주요 신경성장인자 분비가 뛰어났다. HGF(hepatocyte growth factor)의 경우엔 슈반세포의 10배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한 세포전환 플랫폼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에 비해 시간, 비용, 효율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생체 내 세포 전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오스펙테이터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사업화 가능한 초기 유망기술을 소개하는 행사인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는 2016년부터 연 2회씩 개최하고 있다. 이날 열린 2019년 제1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는 국내 투자기관, 기업, 연구자 등 1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