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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바이오시밀러 ‘특허만료 美시장’서 본격 대결

입력 2019-10-07 09:50 수정 2019-10-07 18:31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동향①]화이자, 리툭산 시밀러 ‘룩시엔스’ 허가로 ‘트룩시마’에 도전장… 암젠-앨러간, 허셉틴·아바스틴 시밀러 첫 출시… 오리지널 제약사도 제형 개선 등 반격 준비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을 넘어 단일 최대 시장인 미국을 선점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특허가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둔 허셉틴, 아바스틴, 리툭산 등 항암 바이오시밀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동등한 효능의 바이오시밀러로 교차처방, 대체조제 할수도록 하는 지침을 내놓는 등 바이오시밀러 우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의 경우, 2017년부터 차례로 판매 허가를 획득한 밀란, 셀트리온, 화이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의약품 판매사 로슈와 제휴하고 발매 시기를 늦춘 사이, 암젠-앨러간이 ‘칸진티’를 처음 출시하면서 허를 찔렀다.

암젠과 앨러간은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시밀러인 ‘엠바시’를 출시하면서 ‘퍼스트시밀러’ 수식어를 얻었다.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의 경우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첫 시밀러 제품으로 허가받은데 이어 화이자의 ‘루시엔스’가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시밀러 2파전’을 예고했다.

항암 바이오시밀러 ‘특허만료 美시장’서 본격 대결

◇美 첫번째 허셉틴 시밀러 ‘칸진티’ 출시.. 로슈 ‘IV→SC’ 제형 개선 통해 반격 나서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항암 항체 의약품인 ‘허셉틴’은 미국에서 약 3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일명 ‘죽음의 조’라고 불렸다. 2019년 6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2017년 밀란-바이오콘이 개발한 ‘오기브리’가 유방암 및 위암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이후 ‘허쥬마(셀트리온)’, ‘트라지메라(화이자)’, ‘온트루잔트(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이어 허가를 획득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5번째로 허가를 획득한 암젠-앨러간의 ‘칸진티’가 7월 기습 출시되면서 첫번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등극했다. 앞선 4곳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로슈와 제휴를 체결함으로써 발매 시기를 늦춘 상황이었다. 4개사는 정확한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말~내년 상반기에 시밀러 제품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제휴를 맺지 않았던 암젠-앨러간은 로슈가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A)’을 근거로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특허 만료 직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암젠은 칸진티의 제조사제시의약품가격(WAC)을 오리지널 제품 대비 15% 낮게 책정했다. 실제 환자는 리베이트, 할인, 보험,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조사제시의약품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칸진티의 평균판매가격(ASP)은 발매 시기 기준 허셉틴보다 13% 저렴하다. 

로슈 역시 시장 점유를 지키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정맥주사(IV)제형을 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SC)제형으로 개선한 ‘허셉틴 하이렉타’를 개발, 지난 2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허셉틴 하이렉타는 피부아래 결합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고분자 약물과 함께 전달해 약물의 피하 흡수를 향상시키는 약물전달기술을 이용해 개발했다. 

허셉틴 하이렉타는 기존의 IV제형이 30~90분의 투약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5분 내외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투약이 가능하다. 환자에게 허셉틴과 허셉틴 하이렉타를 순차대로 적용한 임상2상 ‘PrefHER(NCT01401166)’에서 86%의 환자가 허셉틴 하이렉타를 선호하는 등 환자 편의성 개선이 핵심적인 차별점으로 주목된다. 

허셉틴 하이렉타는 ‘HannaH(NCT00950300)’, ‘SafeHER(NCT01566721)’ 2건의 임상3상을 통해 허셉틴과 유사한 효능 및 안전성을 가진 것을 증명했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전·후 보조요법(neoadjuvant)로 허셉틴 하이렉타 또는 허셉틴을 투여해 비교한 결과, 유사한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 약효를 보였다. 

◇ 아바스틴, 美 특허 만료로 시밀러 시장 개방… 유럽 ‘카운트다운’ 돌입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바스틴은 종양에 산소,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생성을 막는 기전의 항암제로 2004년 승인이후 글로벌 판매 10위 안에 드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2018년 아바스틴의 미국 매출액은 29억달러였다. 아바스틴의 미국 특허는 2019년 7월 만료됐으며 유럽의 경우 2020년 1월 만료가 예정돼 있다. 

암젠-앨러간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아바스틴 시밀러 제품인 ‘엠바시’ 출시를 알렸다. 엠바시는 아바스틴의 퍼스트 바이오시밀러로 전이성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교모세포종, 전이성 신장암, 전이성 및 재방설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의 승인을 획득했다. 

엠바시에 이어 두번째로 허가를 받은 것은 화이자의 ‘자이라베브’다. 화이자는 지난 6월,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FDA는 진행성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바스틴과 동등성을 확인한 임상3상에서 확인된 전체반응률(ORR), 1년 무진행생존율(PFS), 전체생존률(OS) 등의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이라베브가 오리지널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판매를 승인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의 임상3상을 종료하고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19)’에서 결과를 최초로 공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총 763명을 대상으로 SB8과 오리지널의약품 간의 유효성 및 안전성, 면역원성 등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모든 무작위 피험자 집단에서 사전 범위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비인 최고 전체 반응률(best ORR)은 SB8이 47.6%, 오리지널의약품이 42.8%였으며 상호간 리스크비율은 1.11이었다.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SB8이 8.5개월, 오리지널 의약품이 7.9개월이었으며 임상 종료시점에서 전체생존기간(OS)는 SB8 14.9개월, 오리지널 의약품 15.8개월이었다. 탈모, 빈혈, 구토 등의 부작용과 PK 등도 두 약물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지난 7월 유럽 판매 승인을 신청했으며 미국 역시 연내에 허가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중인 ‘BI695502’도 올해 초 임상3상을 완료하고 선행주자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셀트리온은 경쟁사들보다 조금 늦게 아바스틴 시밀러 개발에 합류해 현재 임상3상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T-P16’의 글로벌 임상3상은 전이성 및 재발성 비편평 비소소페폐암 환자 678명을 대상으로 한국,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총 20여개 국가 150개 사이트에서 진행 중이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vs 화이자 2파전 예고… 암젠-앨러간 바짝 추격

로슈가 개발한 항암 바이오의약품 ‘리툭산(리툭시맙)’은 비호지킨성 림프종(NH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소포림프종(FL) 등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로슈의 대표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FDA의 허가를 획득한 첫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의 ‘트룩시마’다. 셀트리온은 2017년 6월 트룩시마의 허가를 신청했는데, 2018년 심사보류 및 보완을 요구하는 CRL(complete response letter)를 받았다. 당시 경쟁사인 산도스 역시 2017년 9월 신청한 ‘릭사톤’에 대해 CRL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한달만에 품목허가를 재신청했지만 산도스는 릭사톤 미국 허가신청을 포기하면서 셀트리온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자리를 쟁취했다.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였던 트룩시마는 지난 7월 화이자의 ‘룩시엔스’가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경쟁자의 도전을 받게 됐다. 

화이자는 2018년 초, CD20 양성 낮은 종양부담 여포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룩시엔스와 오리지널의약품 간의 동등성을 비교한 임상3상 ‘REFLECTIONS B3281006’에서 리툭산과 비교해 효능, 안전성, 면역원성, PK 및 PD 등이 유사한 것을 확인한 결과를 공개했다. 화이자는 2018년 9월, FDA에 품목허가신청을 제출, 올해 7월 비호지킨성 림프종, 만성림프구백혈별, 육아종림프종 등에 대한 FDA 허가를 획득했다. 룩시엔스에 대한 유럽 EMA의 심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 이미 트룩시마, 릭사톤 등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리툭산의 매출과 점유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까지 개방을 앞두면서 로슈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과 화이자는 오리지널 개발사 로슈와 출시 관련 조정을 합의한 상태이며, 특히 셀트리온의 경우 올해 내 제품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트룩시마의 미국 내 유통은 ‘테바(TEVA)’가 담당하게 된다. 트룩시마가 시장에 먼저 출시되긴 하지만 비호지킨성림프종과 룩시엔스가 적응증 측면에서 육아종림프종 등을 추가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경쟁이 예측된다. 

한편, 암젠-앨러간 역시 개발 중인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ABP-798’의 임상3상 ‘JASMINE’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면서 셀트리온, 화이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암젠과 앨러간은 CD20 양성 B세포 비호진킨성 림프종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ABP-798과 오리지널의약품과의 동등성을 비교한 실험에서 28주차 전체반응률(ORR) 등 평가 지표에서 리툭산과 동등한 효과를 가진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