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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암 유전자 발현 활성화 ‘CRISPRa 항암기술’ 개발
입력 2019-10-22 06:49 수정 2019-10-22 06:49
바이오스펙테이터 봉나은 기자
미국 예일대학 연구진이 CRISPR 기술로 암 관련 유전자(cancer-related gene)의 발현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항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CRISPR 활성화(CRISPR activation, CRISPRa)’ 플랫폼 기술이 기존 면역항암제가 놓칠 수 있는 형태의 종양을 체내 면역계가 인지해 공격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Multiplexed activation of endogenous genes by CRISPRa elicits potent antitumor immunity’를 주제로 국제학술지 ‘Nature Immunology’에 연구 결과를 지난 14일 게재했다.
기존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계를 직접 타깃해 항암 치료를 유도한다. 암 조직의 유전자 돌연변이나, 암세포의 변이된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비정상적인 펩타이드를 인지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일으켜 작용하는 것이다. 면역관문억제제, 입양세포 이식, 인간 재조합 사이토카인, 암 백신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 변이 산물이 충분한 수준으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 면역세포에 의한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 암세포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면역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항원 제시 기능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예일대학 Sidi Chen 교수 연구팀은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와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융합한 ‘CRISPR 활성화(CRISPRa)’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CRISPRa 플랫폼은 촉매반응으로 ‘비활성화된 Cas9(dCas9)’과 ‘단일 가이드 RNA(sgRNA)’를 이용해 암 관련 유전자의 발현과 항원 제시를 조절한다. 즉, 기존의 방식처럼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타깃 DNA를 자르고 새로운 유전자를 넣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암 관련 유전자를 찾고 과발현시켜 항원 제시 기능을 통해 이들의 위치를 알리고, 신호를 증폭시켜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CRISPRa 플랫폼 기술을 ‘MAEGI(Multiplexed activation of endogenous genes as an immunotherapy)’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흑색종, 삼중음성 유방암(TNBC), 췌장암을 유발한 마우스 모델에게 MAEGI 기술을 적용할 때, 종양이 효과적으로 줄어들고 제거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MAEGI 기술이 적용된 치료 약물을 투여한 마우스 모델에게서 비교군(PBS 투여군, AAV 벡터 투여군) 대비 종양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MAEGI 플랫폼 기술이 면역세포가 적게 침투한 암 조직(Cold tumor)을 면역세포가 잘 침투할 수 있는 암 조직(Hot tumor)으로 변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Cold tumor’가 ‘Hot tumor’로 전환되면, 면역계가 보다 쉽게 암을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게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Sidi Chen 교수는 “MAEGI는 면역치료제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며, “MAEGI 플랫폼 기술이 면역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다양한 암종의 치료를 도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향후 Chen 교수 연구팀은 면역항암제를 제조하고, 사람 대상의 임상을 준비하기 위해 MAEGI 플랫폼을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