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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세포종, 암에서 멀리 떨어진 SVZ서 발생 규명

입력 2018-08-02 02:09 수정 2018-10-03 08:59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KAIST 이정호 교수팀와 세브란스병원 강석구 교수 공동연구, 네이처에 게재..KAIST 창업 바이오텍 소바젠, 교모세포종 치료제 개발

▲네이처(Nature)에 'Human glioblastoma arises from subventricular zone cells with low-level driver mutations'라는 제목으로 1일 게재됐다(doi: 10.1038/s41586-018-0389-3)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과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가 공동 연구를 통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돌연변이 발생이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SVZ, subventricular zone)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교모세포종 발병의 원인이 암 발생 부위라는 기존 학설을 뒤짚는 연구 결과로, 치료제가 없는 교모세포종 신약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암 연구가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에 대한 연구로 발전하면서 교모세포종 뿐 아니라 다른 암에 대해서도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에 'Human glioblastoma arises from subventricular zone cells with low-level driver mutations'라는 제목으로 1일 게재됐다(doi: 10.1038/s41586-018-0389-3).

교모세포종은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종양이다. 암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수술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해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제 등을 병행하지만 아직도 그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악성 뇌종양으로 인한 미국 암 관련 사망률은 4위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암 발생 부위가 아닌 종양과 떨어져 있는 뇌실하영역이라는 곳에 주목했다. 교모세포종이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점에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교수는“교모세포종은 종양을 떼어내도 1~2년 후에 재발률이 높다"며 "암은 돌연변이인데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곳이 종양이 아닌 다른 부위라고 생각했고 그곳이 바로 뇌실하영역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수술을 한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종양조직 외에 수술 중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의 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딥 시퀀싱, 단일세포시퀀싱 등을 통해 교모세포종의 시작이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낮은 빈도의 종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SVZ 조직에서 TERT 프로모터(promoter)나 암을 유발하는 EGFR, PTEN, TP53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특히 유전자 편집 동물 모델을 통해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교모세포종이 되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 돌연변이 세포가 마치 불꽃놀이처럼 곳곳으로 퍼진 뒤 시간이 지나자 다른 부위에서 종양으로 진화한 것이다.연구팀은 KAIST 교원창업에 의해 설립된 바이오텍 소바젠(대표 김병태)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뇌실하영역의 세포가 교모세포종으로 진화되는 과정을 막기 위한 치료약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정호 교수는 소바젠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SVZ, subventricular zone)에서 교모세포종 돌연변이 발생하는 것을 증명하는 데이터

논문 1저자인 이주호 박사는 “암 중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교모세포종에 대한 발암의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풀어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악성 뇌종양의 연구와 치료의 획기적 전환점을 최초로 증명하고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교수는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교모세포종의 원인을 파악하고 동물 모델 제작까지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에게서 찾은 것을 동물에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여기서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임상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후천성 뇌 돌연변이에 의한 난치성 뇌전증의 원리와 치료법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제약회사와 함께 임상 2상이 진행될 정도로 난치성 뇌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세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 병리학적 진단 기준을 세우는 세계 뇌전증학회 핵심 위원으로 국제기준 제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보건복지부 세계선도의과학자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