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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 통증 부작용↓ 전립선암 치료제 '누베카' FDA 승인
입력 2019-08-01 14:43 수정 2019-08-01 14:43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바이엘(Bayer)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non-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nmCRPC) 치료제 ‘누베카(Nubeqa, 성분명 darolutamid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승인받았다. FDA는 지난 4월 누베카를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했다. 우선 심사 지정으로 누베카에 대한 승인 여부 발표 시기는 올해 10월로 여겨졌지만, FDA는 예상보다 빠르게 누베카 승인을 결정했다.
바이엘에 따르면 2018년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전세계에서 120만명에 달하며, 35만8000명이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전립선암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립선환자 치료법 중에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요법이 가장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testis)와 부신(adrenal gland)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전립선에 작용해 전립선 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준다. 이 과정에서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전립선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전립선 세포는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변형하는 SRD5A2(3-oxo-5α-steroid 4-dehydrogenase 2) 효소를 다른 세포보다 다량 발현한다. DHT는 전립선 세포의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와 결합한다. DHT와 결합한 안드로겐 수용체는 이합체(dimer)를 형성하고, 전립선 세포의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 작용해 세포증식을 촉진한다.
현재 전립선암 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호르몬요법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한 세포증식 기전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다.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하는 ADT(androgen deprivation therapy)로 남성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세(castration) 상태를 만들어 전립선암의 증식을 막는다. ADT로 치료받는 전립선암 환자는 초기에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치료 횟수가 거듭되면서 더 이상 ADT에 반응하지 않고 암이 다시 증식하기 시작하는 저항성이 생긴다. 세포성장인자 수용체(growth factor receptor)의 신호 경로가 안드로겐 수용체 활성화 과정에 관여해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테스토스테론의 작용 없이도 암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ADT 외에 별도의 치료제를 추가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바이엘은 올해 미국에서 7만3000명의 환자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는지에 따라 비전이성, 전이성으로 구분하며, 전체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환자의 1/3이 2년 안에 전이성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초기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표적으로 삼은 바이엘은 ADT에 안드로겐 수용체 신호경로 억제제 누베카를 더한 방법을 선택했다.
누베카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3상(ARAMIS, NCT02200614)은 1509명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ARAMIS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누베카 600mg을 하루 두 번 투약하는 투여그룹과 위약그룹으로 나뉘었다. 모든 환자에게는 기존 치료법인 ADT를 함께 사용했다. 바이엘은 주요 약효판단 기준으로 무전이생존기간(metastasis-free survival, MFS)을 설정했다. 그 결과, 무전이생존기간 중간값은 누베카 투여그룹 40.4개월, 위약그룹 18.4개월로 나타났다. ARAMIS 연구 참여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은 무전이생존기간에 대한 최종분석 시점까지 도출되지 않았다.
현재 출시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 중 화이자(Pfizer)-아스텔라스(Astellas)의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enzalutamide)’, 얀센의 ‘얼리다(Erleada, 성분명 apalutamide)’는 누베카와 유사하게 안드로겐 수용체 신호 경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엑스탄디와 얼리다는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FDA로부터 2018년 승인받았다. 엑스탄디와 얼리다 역시 ADT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사용한다. 임상시험에서 엑스탄디 투여그룹의 무전이생존기간 중간값은 36.6개월, 위약그룹은 14.7개월로 확인했다. 얼리다의 경우에는 얼리다 투여그룹 40.4개월, 위약그룹 16.2개월로 나타났다.
바이엘은 누베카의 강점으로 기존 치료제 수준의 우수한 약효, 독성으로 인한 통증 부작용이 적은 것을 꼽았다. 기존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해 GABAA 수용체(GABAA receptor)의 활성을 억제한다. GABAA 수용체는 신경의 활성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통증을 인식하는 신경의 활성도 낮추어 약한 자극에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투여로 GABAA 수용체가 억제되면, 통증 신경의 활성이 높아져 통증을 인식하는 강도가 강해진다. 이 때문에 기존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 수준의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바이엘은 기존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성분의 구조를 변경해, 혈뇌장벽 투과율을 낮추고 GABAA 수용체 결합력을 약하게 누베카를 만들었다. ARAMIS 연구에서 누베카 투여그룹은 피로감(16% 대 11%), 말단통증(6% 대 3%), 발진(3% 대 1%) 부작용이 위약그룹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지만, 그 외 부작용 발생비율은 비슷했다고 바이엘은 밝혔다. 그리고 누베카 투여그룹, 위약그룹에서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참여를 중단한 사람의 비율은 9%로 동일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바이엘은 유럽, 일본 등에 누베카 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며,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