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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B,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라 파마' 21억弗 인수

입력 2019-10-11 14:24 수정 2019-11-06 07:14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C5 활성화 과정 억제 합성 펩타이드 ‘질루코플란(zilucoplan)’ 개발..전신 중증근무력증(gMG) 3상 진행 중, 면역-매개 괴사성근육병증(IMNM), 루게릭병(ALS) 임상 진행예정

벨기에 UCB가 보체(complement) 시스템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에 치료 효과를 내는 ‘질루코플란(zilucoplan)’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했다.

UCB는 합성 펩타이드 질루코플란을 개발한 미국 라 파마슈티컬스(Ra Pharmaceuticals)를 21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UCB는 라 파마의 주주들에게 주당 48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라 파마를 인수한다. 주주들에게 지급될 현금은 총 25억달러지만, 라 파마가 보유한 현금을 고려할 경우에 거래 규모는 21억달러가 된다. 양측 이사진은 만장일치로 계약을 승인했으며, 주주 승인과정 등 계약 관련 절차의 마무리는 2020년 1분기가 될 예정이다.

임상3상(RAISE, NCT04115293)을 진행하고 있는 질루코플란은 전신 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전신 중증근무력증은 신경 신호가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근육이 약화돼 호흡근의 마비까지도 유발되는 질환이다. 신경 신호가 근육에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자가항체에 있다.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신경 말단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하는 자가항체를 가지고 있다.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아세틸콜린이 근섬유를 활성화할 수 없게 된다. 자가항체가 생겨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 파마는 자가항체가 생겨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항체로 인한 보체 시스템 활성화를 억제하는 전략으로 전신 중증근무력증 치료를 시도한다. 보체 시스템의 고전경로(classical pathway)에 빗대어 보자면,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한 자가항체에 의해 보체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보체 시스템은 막공격복합체(membrane attack complex, MAC)를 만들어 표적 세포에 구멍을 낸다. 결과적으로 신경근접합 부위의 세포가 파괴되면서,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근육조직은 신경 신호에 반응할 수 없게 된다.

라 파마가 개발한 질루코플란은 15개의 고리형 합성 펩타이드다. 질루코플란은 보체 시스템에서 면역반응유도와 막공격복합체 형성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는 C5에 결합한다. C5는 병원체 표면에서 C5a와 C5b로 나뉘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C5a는 히스타민 분비를 유도하고, 병원체로 면역세포를 끌어들인다. C5b는 병원체의 막에 구멍을 내어 병원체의 사멸을 유도하는 막공격복합체(membrane attack complex, MAC)를 형성한다. 질루코플란과 결합한 C5는 활성화된 형태인 C5a, C5b로 분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가진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의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질루코플란 작용기전 및 적용대상 질환(라 파마 홈페이지)

임상2상(NCT03315130)에서 질루코플란을 투여받은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근육약화 평가척도인 QMG(Quantitative Myasthenia Gravis),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MG-ADL(Myasthenia Gravis-Activities of Daily Living) 척도를 위약그룹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개선했다고 라 파마는 밝혔다.

현재 라 파마가 진행하고 있는 질루코플란 임상3상(RAISE, NCT04115293)은 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약 130명의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RAISE 연구는 질루코플란을 투여한 투여그룹과 위약을 투여한 위약그룹과 QMG 척도, MG-ADL 척도를 비교해 질루코플란의 약효를 검증한다. 라 파마는 RAISE 연구 톱라인(Top-line) 결과를 2021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UCB와 라 파마는 질루코플란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임상시험에서 질루코플란은 발작성혈색소뇨증(PNH), 신장 질환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라 파마는 발표했다. 양사는 면역-매개 괴사성근육병증(immune-mediated necrotizing myopathy, IMNM), 루게릭병으로도 불리는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에도 질루코플란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