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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파리시맙’vs아일리아 "70~80%서 투약간격 늘려"
입력 2021-02-16 11:43 수정 2021-02-16 11:43
바이오스펙테이터 윤소영 기자
로슈(Roche)의 '파리시맙(Faricimab)'은 리제네론(Regeneron)의 블록버스터 약물 '아일리아(Eylea®, aflibercept)'가 선점한 안과질환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까? 로슈는 파리시맙으로 진행한 4개의 아일리아와의 비교 임상에서 늘어난 투약 간격에도 뒤처지지 않는 파리시맙의 효능을 입증했다.
로슈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중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파리시맙(Faricimab)으로 진행한 4개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파리시맙으로 진행한 4개의 임상은 2개의 당뇨병성 황반부종(Diabetic Macular Edema, DME) 임상과 2개의 신생 혹은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neovascula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nAMD) 임상으로 나뉜다. 로슈는 작년 12월 두 DME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지난 1월에는 두 nAMD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었다. 이번 발표는 4개의 임상 3상에 대한 전체 데이터 발표다.
두 DME 임상(NCT03622580, NCT03622593)은 아일리아와의 비교임상으로 총 1891명의 DME 환자가 참여했으며 동일하게 디자인된 임상이다. 2개의 nAMD 임상(NCT03823287, NCT03823300)역시 동일하게 설계된 아일리아와의 비교임상이며 총 1329명의 nAMD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4개의 임상에서 환자들은 아일리아를 2개월에 1회 투약받거나 파리시맙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2~4개월에 1회 투약받았다. 4개 임상의 1차 종결점은 아일리아군과 비교한 파리시맙 군에서의 시력(visual acuity) 상승 정도였으며 2차 종결점은 치료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아일리아보다 투약간격을 늘린 파리시맙군 환자의 비율이었다.
로슈는 두 DME 임상 3상 결과 파리시맙군의 시력 상승 정도는 +11.6, +10.7, +10.8, +11.8로, +10.9와 +10.3을 기록한 아일리아 군과 비슷한 효능을 냈다고 발표했다. 두 nAMD 임상 3상에서도 파라시맙군에서 +5.8, +6.6의 시력 상승, 아일리아군에서 +5.1, +6.6의 시력상승을 보여 아일리아와 비슷한 효능을 입증하며 1차 종결점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로슈는 4개의 임상은 2차 종결점 역시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두 DME 임상에서 투약 간격을 4개월로 늘리는데 성공한 환자의 비율은 각각 52.8%, 51%로 나타났다. 또한 투약간격을 3개월로 늘리는데 성공한 환자는 21%, 20.1%로, 이는 70% 이상의 환자들이 투약 간격을 3개월 이상으로 늘리는데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두 nAMD 임상에서도 파리시맙 투약간격을 4개월로 늘린 환자는 45.7%, 44.9%, 3개월로 늘린 환자는 34%, 32.9% 였다. 이에 로슈는 80%에 가까운 nAMD 환자들이 파리시맙 투약 간격을 3개월 이상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아일리아와 파리시맙은 모두 유리체강 내 주사(intravitreal injection)의 형태이기 때문에 투약 간격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로슈의 설명이다. 또한 모든 임상의 파라시맙군은 아일리아군보다 시력의 해부학적 지표인 황반 중심부 두께(central subfield thickness)가 더 많이 개선됐으며 안전성 및 내약성 문제도 없었다고 밝혔다.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로슈 CMO(Chief Medical Officer)는 “이번 긍정적인 결과는 파라시맙이 15년만의 새로운 nAMD 치료제이자 10년만의 새로운 DME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두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이 성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로슈의 파리시맙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20~30%의 환자들에서는 투약간격을 개선시키지 못했다. 또한 파리시맙이 타깃으로 하는 황반변성 및 황반부종 치료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아일리아의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많은 회사들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어 파리시맙은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파리시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아일리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제네론의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아일리아는 약 79억달러의 매출을 냈다. 이는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5위 수준이다. 하지만 아일리아는 5년 내에 중국, 미국, 유럽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며 이에 암젠(Amgen), 밀란(Mylan) 등의 제약사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는 작년 7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으며 셀트리온(Celltrion)도 지난 7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Alteogen)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