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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 레터]RNA 스플라이싱 인자 IK '신약타깃 가능성'
입력 2021-08-20 10:27 수정 2021-08-20 10:30
가혜인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mRNA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과학계에서도 최근 RNA의 새로운 기능 발견을 통해 RNA 기반 연구가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암, 당뇨, 희귀질환 등 각종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유전자 발현 분석 및 임상 연구 결과는 RNA의 스플라이싱 오류에 의해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단백질 발현으로부터 질병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RNA 조절기작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유전자치료제로서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의 개발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RNA 스플라이싱 조절인자 중 하나인 'IK'의 기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요약함으로써 연구동향 및 신약개발의 타깃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서론
1.1. pre-mRNA 스플라이싱
진핵생물 내에서 DNA 유전정보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통해 단백질로 번역될 수 있는 메신저RNA(mRNA)를 만들어낸다. 이때, mRNA가 단백질로 번역되기 위해서는, DNA로부터 전사된 전구체 mRNA(pre-mRNA) 상태로부터 성숙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단백질을 구성하는 정보를 가진 암호화 영역 엑손(exon)들 사이에 존재하는 비암호화 영역 인트론(intron)은 제거하여 엑손만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로 엑손이 접합하면서 pre-mRNA 스플라이싱은 하나의 유전자에서 다양한 단백질 이소형을 생성하고 체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한다. 따라서 pre-mRNA 스플라이싱은 정상적인 생물학적 발달과 표현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pre-mRNA 스플라이싱 결함 또는 잘못된 조절(mis-splicing)은 암, 신경퇴행성 질환 및 근위축증을 포함한 많은 질병을 유발한다.
pre-mRNA 스플라이싱은 스플라이세오좀(spliceosome)이라고 하는 5개의 small nuclear RNA-protein(snRNP)의 순차적 조립에 의해 수행된다. 단계를 간략히 설명하면, 스플라이싱의 첫번째 단계에서 U1 및 U2 snRNP가 각각 인트론의 5' splice site(SS)와 bridge site(BS)를 인식하고 A복합체를 형성한다. 다음으로 U4/5/6 tri-snRNP가 결합하여 촉매 전 B복합체를 형성한다. 이후, U1 및 U4 snRNP의 분리에 의해 B복합체가 활성화되면, 최종적으로 스플라이싱을 수행하는 활성 B복합체로 변환되어 인트론이 잘리게 된다. 스플라이싱이 진행되면 복합체를 형성하던 U2, U5 및 U6 snRNP가 해제되고 다음 스플라이싱을 위해 다시 재활용된다<그림1>.
앞서 언급한 것처럼 pre-mRNA 스플라이싱은 단백질의 다양성에 기여하기 때문에, 스플라이싱 메커니즘의 비활성화는 다양한 장애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여러 질병 환자들에서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의 mRNA 및 단백질 발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으나, 각 조절 인자의 정확한 기전 및 타깃 스플라이싱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1.2. RNA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 IK
유전자 IK는 단백질 발현 도메인에 아르기닌(R), 글루탐산(E), 아스파라긴산(D)이 풍부하여 RED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세포 분열에 중요한 kinase 및 phosphatase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세포내 IK 고갈이 일어나면 Aurora B kinase와 단백질 포스파타아제 2 (PP2A) 사이의 상호작용이 억제되어 염색체 오정렬 및 불안정성을 동반한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또한 최근 3D 극저온 전자 현미경(cryo-EM)을 이용한 스플라이세오좀 관찰을 통해, IK가 스플라이싱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매개하여 스플라이세오좀 B복합체의 활성화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특히, IK는 스플라이싱을 수행하는 B복합체의 활성화 단계에서, U5 단백질과 U2 단백질을 연결함으로써 스플라이세오좀을 구조적으로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최근에는 IK가 스플라이세오좀의 활성화 단계에서 200bp 이하의 짧은 인트론의 스플라이싱이 일어날 때 구조적인 제약을 완화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pre-mRNA 스플라이싱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IK는 스플라이세오좀 B복합체에 특이적인 단백질 중 하나인 SMU1과 결합하여 상호 안정화를 유지한다. 두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는 하나의 단위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시 바이러스 RNA의 스플라이싱을 조절함으로써 바이러스 RNA 중합 효소 유전자 발현에도 관여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에 더하여 최근 보고된 세포 및 생체 내에서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로 작용하는 IK의 역할에 대한 연구 내용에 대해 요약하여 소개한다.
2. 본론
2.1. RNA 스플라이싱 조절인자 IK의 세포 내 기능
스플라이싱 조절인자 IK의 감소가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연구진들은 siRNA로 자궁경부암세포 내 IK 발현을 억제한 뒤 표현형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IK 발현이 감소된 세포는 비정상적인 염색체 구조를 보여주었고, 세포사멸이 증가되어 있었다<그림2A>. 이는 IK가 세포내 게놈 안정성 및 안정적인 세포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염색체의 비정상 표현형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진들은 IK가 DNA 손상 복구시스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따라서 IK가 유전자 독성 스트레스 조건에서 DNA 손상 복구경로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IK가 고갈된 암세포에 다양한 DNA 손상 유도제를 처리하였다. 결과적으로 IK가 고갈된 세포는 유전자 독성 스트레스 환경에서, DNA 손상 반응의 대표 센서 단백질인 ATM의 발현량과 인산화수준이 대조군에 비해 상당히 감소되어 있었다<그림2B>.
IK는 스플라이싱 조절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IK가 고갈된 세포에서 관찰된 염색체 표현형 및 ATM 단백질 발현의 감소가 스플라이싱 오류에 의해 유도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ATM의 엑손 영역을 기반으로 설계된 특이적 프라이머를 사용하여 mRNA의 수준을 조사한 결과, IK가 고갈된 세포에서는 ATM mRNA의 발현이 감소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그림3A>. 또한, 이전 보고된 논문에서 IK가 200bp 이하의 짧은 인트론 스플라이싱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ATM pre-mRNA에 짧은 인트론 길이가 존재하는지 분석하였다<그림3B>. 분석 결과 엑손 1번과 2번사이의 인트론 영역이 79bp로 길이가 짧았고, 이에 RT-PCR을 수행하여 IK 고갈 세포에서 ATM pre-mRNA의 1번 인트론의 약 60%가 잘리지 않고 남아있음을 확인하였다<그림3C>.
이러한 IK 고갈에 의한 ATM 스플라이싱 오류를 더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을 코딩하는 DNA의 upstream에 ATM 인트론 1번을 포함하는 유전자를 제작하였다. 이 합성유전자를 세포에 발현시킨 결과, IK가 고갈된 세포는 ATM의 1번 인트론을 제거하지 못하여 리딩 프레임 이동(frame shift)으로 인한 조기정지 코돈(stop codon)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downstream에 존재하는 GFP 발광도가 현저히 감소했다<그림3D>. 즉, 세포 내 IK 고갈은 ATM mRNA의 비정상적인 스플라이싱을 유도하여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염색체의 불안정성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2. RNA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 IK의 생체 내 기능
IK의 고갈은 생쥐와 같은 태반동물에서 배아수준에서의 치사(embryonic lethal)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동안 생체 내에서 IK의 역할을 연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들은 제브라피쉬(zebrafish)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생체 내에서의 IK 연구를 수행했다. 최근 질병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는 자궁 외에서 발달하고, 초기 배아 발생동안 심혈관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체 내 질병을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위와 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제브라피쉬를 통해 태반동물에서의 배아 치사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생체 내에서 IK의 역할을 연구하였다.
연구진들은 ik 고갈 제브라피쉬 제작에 앞서, 제브라피쉬와 인간의 IK 단백질 상동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제브라피쉬 IK 단백질은 인간 IK 단백질과 82% 동일성 및 92% 유사성을 나타냈고, IK가 기능하는 데 중요한 N-말단의 RED 도메인도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그림4A>. 이에 연구진들은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하여 ik KO(knock-out) 제브라피쉬 모델을 제작했다<그림4B>. ik KO 배아는 발생 후 24시간까지 정상 배아와 표현형 상 구별할 수 없었으나, 36시간 이후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꼬리가 심하게 휘는 신체 기형을 보였다. 3일차에 이르자, ik KO 배아는 심장 부종과 느린 심장박동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6일차에서는 대부분 죽음에 이르렀다<그림4C>. 이러한 결과는 IK가 배아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스플라이싱 조절인자 IK의 고갈이 ik KO 배아의 mRNA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RNA-seq 분석을 수행하여 정상 배아와 ik KO 배아의 전사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다양한 세포기능 조절 카테고리 중 골격근 분화 관련 유전자의 18.18%가 ik KO 배아에서 낮아져있었다<그림5A, B)>. 연구진들은 IK가 스플라이세오좀의 B복합체 활성화에 관여하기 때문에 ik KO 배아의 비정상적인 배아 발생 또한 부적절한 pre-mRNA 스플라이싱에서 유도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했고, 이에 ik KO 배아에서 RNA-seq 데이터 분석 및 qRT-PCR을 수행하였다. 예상대로 골격근 분화와 관련된 여러 유전자에서 짧은 길이의 인트론들이 잘리지 않은 채 남아있음을 확인함으로써, ik 고갈 시 생체 내에서 pre-mRNA 스플라이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확인하였다<그림5C>.
근육 분화 관련 유전자들의 RNA 스플라이싱이 IK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연구진들은 실제로 ik KO 배아의 근육 발달에 결함이 있는지 관찰하였고 ik KO 배아는 무질서한 근섬유를 가지고 있음이 나타났다<그림6A>. 특히 골격근은 속근(fast muscle)과 지근(slow muscle)로 나뉘는데, 이 중 ik KO 배아는 속근은 정상 배아에 비해 무질서하고 근섬유의 밀도도 낮게 유지되어 있는 반면, 지근은 정상 배아와 차이가 없었다<그림6C>. 즉, 생체 내에서 IK 고갈은 골격근 관련 유전자의 스플라이싱 결함을 수반하여 비정상적인 배아 발생을 유도하고, 특히 정상적인 속근 발달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들은 IK가 세포수준에서도 정상 근육세포로의 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대표적인 근모세포(myoblast) C2C12를 3일 동안 분화하였다. 골격근 분화에 의해 정상근모세포는 근관(myotube) 형성이 제대로 유도된 반면, IK가 고갈된 세포는 대조군 세포보다 근관을 형성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되었음을 나타냈다<그림7A>. 뿐만 아니라, 근육 분화의 대표적인 마커인 MHC 및 MyoG 단백질 수준도 대조군 세포보다 IK 고갈 세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림7B>. 이러한 결과는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 IK의 고갈에 의해 근육세포의 손상 및 분화능이 감소함을 보여준다.
3. 결론
RNA 스플라이싱은 mRNA의 성숙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RNA를 만들어 세포내 단백질 다양성에 기여한다. 따라서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의 안정적 발현 및 기능은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에 매우 중요하며, 최근 RNA 치료제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주제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스플라이싱 조절 인자로서의 IK 연구는 스플라이싱 과정에 작용하는 구조적 메커니즘 위주의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으나, IK가 타깃 하는 유전자 및 작용기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최근 발표된 두 연구결과는 IK 고갈로 유도된 비정상적인 스플라이싱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골격근의 발달을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이는 RNA 스플라이싱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에서 스플라이싱 조절인자 IK가 표적치료제로서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Reference
1. Suñé-Pou M et al. Targeting Splicing in the Treatment of Human Disease. Genes. 2017; 8(3):87.
2. Ka, Hye In et al. “Deubiquitinase USP47-stabilized splicing factor IK regulates the splicing of ATM pre-mRNA.” Cell death discovery vol. 6 34. 4 May. 2020.
3. Ka, Hye In et al. “Loss of splicing factor IK impairs normal skeletal muscle development.” BMC biology vol. 19,1 44. 1 Apr. 2021, doi:10.1186/s12915-021-00980-y
4. Lin, Y. Muscle diseases in the zebrafish. Neuromuscular Disorders, 2012. 22, 673-684.
※ 본 자료는 Ka, H.I., et al. Deubiquitinase USP47-stabilized splicing factor IK regulates the splicing of ATM pre-mRNA. Cell Death Discov. (2020), Ka, H.I., et al. Loss of splicing factor IK impairs normal skeletal muscle development. BMC Biol (2021). 논문을 리뷰형식으로 한글로 번역 및 요약한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