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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 그늘...다발골수종, 20년간 30배 증가
입력 2016-08-10 10:14 수정 2017-01-20 13:45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백혈병 다음으로 흔한 혈액암으로 알려진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 최근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병에 대한 발병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분자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 의견이다. 다만 노화와 가장 큰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발골수종이 발병되는 시기는 평균 67세로 연령대별로 70대에서 가장 높은 33.5%를 차지하며, 60대와 50대가 약 4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령화 악성질환이다.
미국에서 다발골수종은 전체 암의 약 1.8%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 발병률은 2013년 기준 0.6%로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지난 20년간 암 발생은 4배 증가한 반면 다발성골수종은 약 30배 증가해 발병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다발골수종은 완치 개념이 없어 대부분 환자에서 재발한다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보르테조밉 1차 치료를 받는 경우 3년 후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 림프종,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과 달리 치료를 하더라도 질환을 억누르는 완전반응을 얻어내기가 힘들며 지속기간이 짧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에도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으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변해도 너무 변한 형질세포 '골수종'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증식해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혹은 항체분비 B세포)는 골수에서 성숙된 다음, 병원균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해 싸우는 대표적인 적응 면역세포다. 그런데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변질∙증식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뼈를 포함한 장기를 공격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는 ‘골수종(Myeloma cell)’이라 불리며 고형암처럼 암세포가 특정 장기에 국한돼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용해성 골변병을 동반하는 특징을 가져 ‘다발골수종’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골수종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M단백(Myeloma protein, M protein)을 분비하는 것으로 이는 다발성골수종이 갖는 여러 증상들의 기전이 된다. 일반적인 형질세포는 항원에 노출된 후 특정 항체를 분비하는데 문제는 골수종이 비정상 항체 ‘단클론항체(암세포특징)’인 M단백을 과다하게 생성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변질된 골수종은 항원을 공격하는 일을 그만두는 ‘일종의 휴업상태’에 돌입하며 비정상적인 과다증식을 하고 정상적인 면역체계와 혈액체계를 공격한다.
◇노인환자에겐 너무 버거운 다발적 증상들
다발골수종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골수종의 과대 증식과 M단백 과다 생성에 기인한다.
뼈속으로 침범을 잘하는 골수종 특성으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병리현상은 용해성 골변병에 따른 골통증과 골절로 약 80% 환자에게 나타난다. 용해성 골변병은 쉽게 말해 뼈가 녹거나 파괴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활성화되고,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는 억제된다. 따라서 혈중 내 칼슘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피로, 무력감, 심장 및 신장 손상 등이 보인다
두번째로 심각한 임상적 문제는 감염증이다. 비정상적 형질세포 증가로 정상 면역글로불린 생성이 상대적으로 저하돼 세균 감염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주로 폐와 요로에서 감염증이 나타난다.
신부전증도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합병증이다. 혈액내 M단백 농도가 암성 글로불린 단백질이 신장에 축적되어 신장 질환이 나타나며 뼈 파괴로 인한 높은 칼슘농도로 더욱 악화된다.
마지막으로는 혈액계 이상증상이다. 골수에 형질세포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정상 조혈세포가 억제된다. 이로 인해 말초혈액에 빈혈, 혈소판 감소 그리고 비정상 단백질로 인해 지혈기능이 억제되기에 출혈이 더 심해진다.
진단은 크게 골수종 수, M단백 유무와 크기, 농도 그리고 이에 따라 야기되는 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신장검사, 혈액검사, 골수검사 그리고 촬영기법을 통한 뼈 병변 확인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병용요법…어떤 환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혈액암은 고형암과 달리 수술로 치료가 안되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그중 다발골수종은 완치 개념이 없는 질병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골수종을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으며, 약물이 효능을 나타내는 기간이 짧아 대부분 환자에서 재발하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다른 질병보다 환자 병기에 따른 적절한 병용요법이 필수적이다.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병용요법은 치명적인 독성으로 다른 고형암이나 혈액암에 비해 늦게 시작했으나 보르테조밉, 레날리도마드, 탈라도마이드 등 신약이 개발되면서 1, 2년에 그치던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이 5년까지 확대됐다.
다발골수종 치료 전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되는 것은 골수이식 가능여부다. 자가조혈모세포(Autologous stem cell transplantation, ASCT)이식은 일반적 항암요법보다 치료효과가 좋기에 65세 이하에선 표준요법으로 쓰이지만, 진단 평균나이가 69세로 실제 ASCT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SCT 적합여부 판단 후 환자 병기상태에 따른 리스크 정도에 따라 병용요법을 다르게 한다. 일반적으로 표준 리스크(standard risk)를 가진 환자에서는 단일제 혹은 두 약제 Rd(표 참고)로 치료하고 리스크 증가에 따라 환자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약에 대한 완전반응을 얻기 위해 VTD, VRD와 같은 세 약제 병용요법으로 우선 치료하게 된다. 표준 리스크를 가진 환자라도 재발할 경우 좀 더 강한 병용요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실제 벨게이트를 통한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Rd요법을 처방 받는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탈리도마이드 계열의 면역 조절 치료제로 암세포 상호작용억제, 신생혈관생성 억제, 면역감시능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단백체저하제로 세포성장 억제, 고사유도, 상호작용억제 등의 작용을 한다. 마지막으로는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제로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암면역치료제 중 하나다.